[허종호의 룩 패스] 국내최강 가리는 FA컵, 청소년 대회보다 못한가

[허종호의 룩 패스] 국내최강 가리는 FA컵, 청소년 대회보다 못한가

2015.04.27. 오전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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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허종호 기자] 국내 최강을 가리는 FA컵이 국제청소년대회보다 못한 것일까.

프로와 아마추어를 막론하고 축구협회에 등록된 모든 팀들이 토너먼트 방식으로 국내 최강 축구팀을 가려내는 대회. 대한축구협회가 자신들이 주최하는 FA컵을 소개하는 글로, FA컵은 대한축구협회가 주최하는 국내 최고의 대회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2015년에 열리는 FA컵은 '국내 최고'라는 타이틀이 어울리지 않는 듯 하다. 18세 이하 국제청소년대회 수원 JS컵에 밀려 FA컵 32강전이 예정된 일시에 열리지 못하고 연기되는 사태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수원 JS컵은 오는 2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개막한다. 하지만 이날은 FA컵 32강전이 열리는 날이다. 게다가 수원월드컵경기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수원 삼성은 홈경기 개최권을 획득했다. 경기장은 하나인데 같은 시간에 열릴 경기는 2경기가 된 셈이다.

행정적인 실수다. 대한축구협회는 수원 JS컵을 2개월여 전에 승인했다. 이미 FA컵 일정이 확정돼 있었지만, 수원의 홈경기 개최 여부를 예상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수원 JS컵 일정을 변경할 수 없는 대한축구협회는 국내 최강을 가리는 FA컵보다 수원 JS컵을 우선시 하게 됐다.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 대한축구협회는 근처에 위치한 수원과 화성의 다른 경기장을 사용하려고 했다. 그러나 경기장 사용이 여의치 않았다. 결국 대한축구협회는 수원과 전남 드래곤즈의 FA컵 32강전을 다음달 13일로 양 구단의 동의 하에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동의는 했지만 전남은 강한 반발을 보였다.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으로 예상치 못한 3연속 원정경기를 소화하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13일 수원전을 치르고 3일 뒤 FC 서울과 경기를 해야 한다. 최소 5일 이상을 광양을 떠나 타지에서 생활을 해야 한다.

경기력은 물론 구단의 재정에도 악영향이 끼친다. 선수들은 원래 생활하던 곳이 아닌 만큼 불편할 수밖에 없다. 또한 수원과 서울에서 계속 생활해야 하는 탓에 적지 않은 체류비를 사용하게 됐다. 5일의 원정 체류비는 1000만 원에 육박한다.

일정 연기는 수원도 반갑지 않다. 수원 JS컵은 대한축구협회로부터 승인을 받은 공식 대회다. 일정 연기는 수원이 원한 것이 아닌 대한축구협회가 FA컵 일정을 고려하지 않고 수원 JS컵을 승인해서 벌어진 일이다. 일정 연기가 자신들이 원해서 벌어진 것처럼 알려진 수원도 피해자인 셈이다.

게다가 일정 연기는 수원에도 부담이 된다. 수원은 5월 2일 전북 현대와 원정경기를 시작으로 16일 제주와 홈경기까지 16일 동안 5경기를 소화하게 됐다. 전북 원정은 체력적으로 유리하게 됐지만, 정작 FA컵 32강전에서는 체력적인 어려움을 겪게 됐다.

수원의 홈이 안되는 만큼 전남의 홈에서 열리면 안되냐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수원 입장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어렵게 홈경기 개최권을 얻은 수원으로서는 자신들의 사정이 아닌 대한축구협회의 행정 미숙으로 벌어진 일 때문에 홈 개최권을 반납할 이유가 없다.

대한축구협회는 FA컵 32강전의 연기와 관련해 행정적인 실수는 인정하지만, 큰 틀에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축구협회의 한 관계자는 "32강전 대진 추첨 전에 경기장 사정과 5월 13일로 경기를 연기한다고 대표자회의에서 설명했다. 당시에는 어떤 의견도 없었던 만큼 모든 구단이 동의한 것으로 판단을 내렸다"며 "또한 대회 규정에 따르면 대한축구협회는 경기를 연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FA컵 규정 제 3조(기간 및 일정)와 제 4조(대회의 취소)에 따르면 대한축구협회는 대회 개최를 취소하거나 연기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사유는 기후변화 및 기타 불가항력적인 상황, 천재지변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수원 JS컵 개최가 해당 사유에 포함될 수 있다고 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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