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두리 고마워, 고마워요 차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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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01. 오전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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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시드니(호주), 이균재 기자] '차두리 고마워, 고마워요 차두리.'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달 31일(한국시간) 오후 호주 시드니에 위치한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서 열린 2015 AFC 아시안컵 결승서 호주와 연장 혈투 끝에 1-2로 석패했다. 이로써 지난 1988년 이후 27년 만에 결승에 진출했던 한국은 55년 만의 정상 탈환에 한 계단을 남겨두고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차두리(35, 서울)는 이날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주인공이었다. 국가대표 은퇴 무대였다. 지난 2001년 세네갈전 이후 14년간 정들었던 태극마크를 내려놓는 경기였다. 마지막 태극마크를 달고 하얗게 투지를 불태웠다.

아쉬움의 결승전이 끝난 뒤 '차두리' '차두리 고마워' 등의 검색어가 실시간 포털사이트 상위권을 점령했다. 그럴만도 했다. 차두리는 이번 대회서 불꽃 투혼을 불살랐다. 35살 최고참으로 노익장을 과시했다. 전성기 못잖은 활약을 펼쳤다. 쿠웨이트와 조별리그 2차전과 우즈베키스탄과 8강서 폭풍 드리블 돌파 후 칼날 크로스로 2도움을 기록했다. '차미네이터' '로봇' '폭주기관차' 등 그의 별칭들이 입에 오르내렸다. 그의 은퇴 선언에 팬들은 반대 서명 운동까지 벌였다.

과거 차두리는 축구 선수로서 차범근의 아들로 더 유명했다. 오롯이 본인의 기량으로 한국 최고의 선수 반열에 올라섰다. 차범근 아들이 아닌 '축구 선수 차두리'로 거듭났다. 2002 한일 월드컵서 4강 신화를 써낸 뒤 2010 남아공 월드컵서 사상 첫 원정 16강행을 이끌었다. 세 차례 아시안컵을 통해 한국을 빛냈다.

차두리는 지난 2004년 막내로 2011년엔 최고참으로 아시안컵에 나섰다. 각각 8강 탈락과 3위의 아쉬움을 삼켰다. 호주와 결승전은 2전 3기의 무대였다. 태극마크를 반납함과 동시에 아시아 정상 등극의 절호의 기회였다. 오른쪽 무릎 부상을 이겨내고 보란 듯이 결승행을 이끌었다. 마지막 한 계단만을 남겨두고 미끄러졌다.

차두리는 연장 혈투 끝에 패배가 확정되자 그라운드에 주저앉았다.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아쉬움이 컸을 터다. 눈시울도 붉어졌다. 이내 툴툴 털고 일어섰다. 아픔의 눈물을 흘리는 후배들을 다독이기 위해서다. 손흥민을 비롯해 울보 후배들을 한 명 한 명 위로했다. 누구보다 아쉬움이 컸을 차두리였지만 그 순간까지도 후배들을 먼저 챙겼다. 진정한 리더의 모습이었다.

차두리는 경기 후 "내 마지막 대표팀 경기였고, 이제는 다시 뛸 일이 없다. 오늘이 마지막 경기였다"면서 "우승을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기 때문에 마지막 경기라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우승할 수 있을까'라고만 계속 생각했다"고 아쉬움이 묻어나는 소감을 밝혔다.

차두리는 "대표팀 한 경기 한 경기는 큰 감동과 힘을 준다. 대표팀에서 뛰는 것을 항상 행복해했고 즐거워했다. 독일에 있을 때보다 대표팀에서 경기를 할 수 있는 게 큰 영광이자 기쁨이었다"면서 "2001년 세네갈전을 시작으로 뭣 모르고 뛸 때와 최고참이 되어서 후배들과 마지막을 장식할 수 있게 돼 굉장히 행복하다. 태극마크에 대한 후배들의 진심 어린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경기여서 나도 우승보다 더 값진 것을 얻고 돌아가는 것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차두리는 마지막까지 한국 축구와 후배들에 대한 사랑을 잊지 않았다. 그는 "많은 분들이 마지막까지 정말 너무 많이 사랑을 해주시고 응원을 해주셔서 결승을 앞두고 내가 행복한 축구선수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됐다"면서 "저를 많이 사랑해준 분들이 똑같이 후배들을 응원해주고 사랑해주고 하나가 되어서 승리를 원한다면 선수들도 그런 걸 느끼고 호주전과 같은 경기를 펼치고, 좋은 결과도 나올 것이다. 후배들도 항상 열심히 하고 있으니 똑같이 응원해 줬으면 좋겠다"는 진심 어린 바람을 전했다.

차두리는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났다. 태극마크를 달고 그라운드를 질주하는 그의 모습은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다. 그러나 언제 어디서나 한국 축구를 빛내고 사랑했던 차두리의 모습은 우리의 뇌리 속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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