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우승’ 슈틸리케호, 홍명보호와 달랐던 3가지

‘준우승’ 슈틸리케호, 홍명보호와 달랐던 3가지

2015.02.01. 오전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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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서정환 기자] 결과는 살짝 아쉽다. 하지만 한국은 우승트로피 이상의 값진 성과를 거뒀다.

울리 슈틸리케(61)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31일 오후 7시 호주 시드니 ANZ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호주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주최국 호주에게 1-2로 패했다.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 터진 손흥민의 극적인 동점골로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갔다. 하지만 체력이 떨어지면서 집중력도 흐트러졌다. 결국 한국은 연장 전반 15분 트로이시에게 통한의 결승골을 허용하면서 무너졌다.

▲ ‘신데렐라’ 이정협, 김진현, 남태희의 재발견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홍명보 감독은 큰 실망을 안겼다. 1무 2패로 탈락한 성적도 저조했다. 무엇보다 박주영(30, 알 샤밥), 윤석영(25, 퀸스 파크 레인저스) 등 벤치만 달구던 해외파를 선호한 ‘의리축구’ 때문에 신뢰를 잃었다. 홍명보 감독은 “내가 스스로 원칙을 깼다”, “B급 리그”라는 말실수까지 더하면서 인기가 급락했다. 여기에 대표팀의 음주파티 파문까지 더해져 결국 영웅이었던 홍명보 감독은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슈틸리케호에서는 ‘누구나 열심히 하면 발탁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했다. 대표적인 선수가 홍명보호에 발탁되지 못했던 김진현, 남태희의 재발견이었다. 김진현은 결승전까지 단 2실점으로 수차례 한국을 구했다. 남태희 역시 탁월한 개인기를 구사하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무명이었던 이정협은 A매치서 3골을 몰아넣으며 일약 영웅으로 등극했다. 세 선수를 발굴한 것뿐 아니라 다른 선수들에게 희망을 줬다는 것만 해도 슈틸리케호는 큰 소득을 얻었다.



▲ 차두리의 불꽃투혼, 베테랑 가치 빛났다

홍명보호에서 최고참은 곽태휘(34, 알 힐랄)였다. 하지만 곽태휘는 출전기회를 거의 얻지 못했다. 그라운드위에서 실질적으로 기성용(26, 스완지 시티)이 리더 역할을 했다. 공수의 연결고리인 기성용은 핵심 선수다. 다만 팀 전체의 짐을 짊어질 책임감을 부여하기에는 너무 어렸다. 홍명보 감독은 자신이 신뢰하는 젊은 선수들로 팀을 구성해도 충분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아니었다. 알제리전에서 연속 세 골을 허용한 대표팀은 크게 흔들렸다. 중심을 잡아 줄 노장 선수가 아무도 없었다.

아시안컵은 달랐다. 차두리(35, FC 서울)의 존재감이 대단했다. 차두리는 어린 선수들이 흔들릴 때마다 나서 분위기를 잡았다. 그라운드에서도 공수에서 모두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 특히 차두리가 아시안컵을 끝으로 국가대표에서 은퇴하겠다는 발언이 다른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됐다. ‘두리 형을 위해서’라고 열심히 뛰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팀에서 베테랑의 존재감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차두리를 통해 알 수 있었다.

▲ 국민들에게 희망을 선사하다!

아시안컵이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국민들에게 ‘한국축구가 아직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선사한 것이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참패로 국민들은 축구에서 등을 돌렸다. 한국축구 특유의 투지가 실종됐다며 거액의 연봉을 받는 선수들을 비난하기도 했다. 아시안컵은 달랐다. 상금도 없는 대회에서 태극전사들은 오직 명예를 위해 싸웠다. 이청용과 구자철은 부상까지 불사하고 몸을 던졌다. 이런 투혼은 국민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동시에 선사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에 대한 믿음도 확고해졌다. 그가 추구하는 방향이 한국축구에 적합하다는 신뢰가 생겼다. 이제 한국축구는 다시 앞만 보고 나아갈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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