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컵 人 호주 ①] '준우승 恨' 박경훈, 슈틸리케호에 전하는 27년 염원

[亞컵 人 호주 ①] '준우승 恨' 박경훈, 슈틸리케호에 전하는 27년 염원

2015.01.28. 오전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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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뉴캐슬(호주), 이균재 기자] "우승한 지 55년이 지났을 정도로 세월이 흘렀다. 후배들이 잘해서 정말 우승을 한 번 했으면 좋겠다."

박경훈(54) 전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은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통해 SBS 해설위원으로 데뷔했다. 지난 27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호주와 아랍에미리트의 4강전이 열린 뉴캐슬 스타디움서 매의 눈으로 그라운드를 주시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박 감독은 1988년 아시안컵을 회상하며 27년 전의 아픈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슈틸리케호의 결승 진출 전 대표팀의 마지막 아시안컵 결승행을 함께했던 멤버다. 당시 박 감독은 김주성, 황보관, 변병주, 이태호, 황선홍, 최강희 등과 함께 신구 조화를 이룬 최강 팀을 구축했다. 이 황금 세대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 참가한 뒤 그 해 서울 아시안게임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2년 뒤 아시안컵서 정상에 한 계단을 남겨두고 미끄러졌다. 사우디아라비아와 결승서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뒤 승부차기 혈투 끝에 3-4로 석패했다. 27년 전 준우승에 한 맺힌 박 감독이 55년 만의 우승을 노리는 대표팀을 위해 애정 어린 조언을 건넸다. 4가지 키워드로 돌아봤다.

▲ 1988년과 27년

박 감독에게 아시안컵은 비원의 무대다. 1988년 카타르 대회는 짙은 아쉬움을 떠올리게 한다. 박 감독은 "27년 전 우리는 아시아에서 가장 좋은 멤버를 갖춰 충분히 우승할 전력이었다"면서 "1986년 월드컵에 출전했고, 아시안게임도 우승을 한 터라 상대가 두려워하는 팀이었다.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고, 우승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곱씹었다.

▲ 슈틸리케호

슈틸리케호는 지난 1988년 이후 27년 만에 아시안컵 결승 무대에 올랐다. 최전방 공격수 부재, 부상과 감기 몸살로 인한 어려움 속에서도 값진 결실을 거뒀다. 박 감독이 바라본 슈틸리케호는 어떨까. "슈틸리케호는 정말 잘하고 있다. 무엇보다 슈틸리케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를 선수들이 이번 대회서 인지하고 있는 것 같다. 그의 축구 철학이 경기를 치를수록 점점 좋아지고 있다. 제일 중요한 부분이다. 부임한 지 4개월, 훈련한 지 1달 밖에 안됐는데 성공적이다. 초반에는 좋은 경기력을 보이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수비가 안정되고 공격 움직임과 패턴이 조금씩 잘 이뤄지고 있다. 대회를 통해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게 되고 슈틸리케 감독의 선수 파악도 되어가고 있다. 감독이나 선수들이 이번 대회서 느낀 점이 상당히 많을 것이다. 발전할 수 있는 계기다. 슈틸리케 감독이 독일의 실리 축구를 잘 입혔다. 훈련 때 보면 수비에 굉장히 비중을 많이 둔다. 5경기 무실점을 한다는 건 감독이 갖고 있는 걸 선수들이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 6경기 연속 무실점

슈틸리케호는 이번 대회 조별리그(오만, 쿠웨이트, 호주)부터 8강(우즈베키스탄), 4강(이라크)까지 5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를 거뒀다. 앞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최종 평가전까지 A매치 6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했다. 지난 1990년 이후 25년 만의 대기록이다. 박 감독은 "팀이 강해지려면 첫 번째로 수비가 강해져야 한다. 슈틸리케호는 어려운 상황서도 골키퍼의 선방이 있었기 때문에 튼튼한 수비가 구축될 수 있었다. 점차적으로 선수들에게 동기부여와 함께 믿음이 생겼다"면서 "조별리그보다는 8강과 4강서 더 단단해진 느낌이 들었다. 서로 간에 믿음이 있는 축구를 하다 보면 위험이 닥쳤을 때 주변 동료들이 지켜주면서 팀웍이 좋아진다. 슈틸리케호도 그렇게 강해졌다"고 무실점 비결을 밝혔다.

▲ 1960년 그 후 55년

한국은 오는 31일 오후 6시 시드니서 호주와 대망의 결승전을 벌인다. 지난 1960년 우승 이후 55년 만에 아시아 정상 탈환에 나선다. 박 감독이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조언을 건넸다.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후배들이 이뤄주길 간절히 바랐다. "결승에 올라올 정도면 전력 차가 크지 않다. 한국과 호주의 전력도 비슷하다. 선수들이 얼마나 하나가 되어서 뛰느냐가 중요하다. 우리도 27년 전 승부차기까지 갔다. 실력도 중요하지만 행운도 작용한다. 호주전도 승부차기까지 생각을 하고 있어야 한다. 결승서 얼마나 집중력을 갖고, 동료를 위해 많이 뛰고, 협심 하느냐가 중요하다. 27년 만의 결승 진출은 쉽지 않다. 우리 때는 아시안컵에 대한 중요성이 크지 않았던 것 같다.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올림픽 비중이 더 컸다. 27년만에 결승 꿈을 이뤘다. 우승한 지 55년이 지났을 정도로 세월이 흘렀다. 후배들이 잘해서 정말 우승을 한 번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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