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 스포츠 캐스터, 어디까지 날아갑니까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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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12. 오전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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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김지현 기자] '어디까지 날아갑니까,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가 말할 때 마다 주변의 공기는 뜨거워졌다. 입동의 추위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열정으로 가득한 그다. 스포츠 중계는 단순한 오락이 아닌, 삶의 희노애락이 담겨 있다는 김동민(31) 스포츠 캐스터의 말에선 철학마저 느껴졌다.



김동민 캐스터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경희대학교 체육학과 출신인 그는 ROTC 장교를 지내다, 서울 신림의 신관중학교에서 3년간 체육 교사로 재직하며 아이들을 가르쳤다. 그러나 가슴 속엔 다른 꿈이 있었다. 교직에 몸 담고 있으면서도 아나운서 아카데미를 다니며 스포츠 중계를 꿈꾼 것. 결국 기회를 얻었고, 과감히 학교를 관뒀다. 정규직은 아니지만, 포기의 이유는 되지 않았다.



“모두들 반대하고 만류했죠. 다들 ‘지상파에 합격한 것도 아닌데 왜 학교를 그만두냐’고 물었어요. 하지만 절실하게 하고 싶었던 일이라 두렵지 않았어요. 중계를 할 때는 정말 무아지경이 되거든요. 무언가에 100% 몰입되는 일은 중계 뿐이에요.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고, 다른 것에 빠질 시간도 없죠. 중계 한 마디에도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하거든요.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하는 일이에요"



단순한 팩트만 전달하는 중계는 의미가 없다. 스포츠 캐스터는 경기에 출전하는 모든 선수들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 공을 던지는 선수가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어떤 부상을 당했었는지, 현재 얼마나 절박한 심정인지 캐스터라면 꿰뚫고 있어야 하고 이를 시청자에 전달해야 한다. 무심코 던져지는 멘트는 없다.





“중계를 할 때는 사실과 묘사에 중점을 둬요. 공이 날아가면 ‘어디까지 갑니까. 찾을 수가 없습니다’라며 극적으로 상황을 표현하는 게 중요해요. 시청자가 느끼고 상상하게 만드는 게 포인트라고 할까요. 경기의 진짜 주인공은 선수가 아닌 시청자에요. 선수는 시청자의 아바타이고, 대리만족을 주는 사람이죠. 삶이 각박하고 힘들 때 이승엽 선수가 홈런을 치면 속이 뻥 뚤리는 것 처럼요”



김동민 캐스터는 야구를 인생에 비유했다. 야구는 9번의 기회가 공평히 주어진다. 초반에 부진을 겪었더라도 안심하긴 이르다. 역전의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반대로 초반에 선전했더라도 역전을 당할 수 있다. 매 회 마다 노력해야 하는 것이 바로 야구다. 최근 넥센이 9회 초에 6점을 뽑아내며 역전한 것 처럼,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는 야구는 우리의 인생과 꼭 닮아있다. 중계 당시 그는 이를 “끝날 때 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요기베라의 명언에 비유했다.



물론 프리로 일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스포츠 전문 채널인 KBS N에서 주로 활동하며 다양한 스포츠 행사 진행도 맡고 있지만, 지상파 3사에 정식으로 채용된 아나운서들과 나란히 경쟁하는 게 버겁게 느껴질 때도 있다.




“영화 ‘하늘을 걷는 남자’ 포스터를 보면 아슬아슬해 보이잖아요. 그 상황을 불평할 수도 있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위태로운 줄이라도 있는 게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당연히 불안하죠. 하지만 프리라는 상황이 ‘오늘 방송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라고 생각하게 만들어요. 최선을 다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죠. 한 마디 실수라도 하면 그날 밤 잠을 못자요. 정규라면 ‘또 기회가 오겠지’라고 안심하겠지만, 프리는 상황이 그렇지 않으니까요. 그 만큼 더 노력하고 공부해요. 담당하는 종목이 없으니 매번 공부도 해야하죠. 더 열심히 살게 됩니다”



방송 3년 차. 그는 프리로 활동하는 스포츠 캐스터들을 음지에서 자라는 이끼로 비유했다. 그늘에서 자라고 있지만 그들 역시 파릇파릇한 생명이라는 것. 막연해 보이지만 기회도 서서히 열리고 있다. 다양한 채널에서 그에게 중계를 맡기고 있고, 벌써 그의 목소리를 알아보는 시청자도 생겼다. 아직 막내라며 겸손해하는 그지만 야구팬들은 일찌감치 그가 가진 특별함을 알아보고 있다.



"2시간 중계를 하는 동안 제 얼굴은 사실 5분도 나오지 않아요. 이름 조차 말할 기회도 없죠. 하지만 이 시간에 제가 시청자의 가슴을 때릴 수 있는 중계를 한다면 그것 만으로 만족하고 행복합니다. 프리라고 불평하지 않고, 오히려 그 절박함을 감사하게 생각하려 합니다. 이성과 감성이 적절히 조화된 중계를 하고 싶어요. 그 안에 삶의 희노애락을 녹일 수 있는 캐스터가 되고 싶습니다"



김지현 기자 mooa@tvreport.co.kr /사진=김재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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