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시리즈] 무기력한 쿠바, 실력인가 우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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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05. 오전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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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상학 기자] 쿠바 야구의 본모습은 무엇일까.

'아마야구 최강' 쿠바가 프리미어12 대회를 앞두고 베일을 벗었다. 지난 4일 고척스카이돔 개장경기로 벌어진 '2015 서울 슈퍼시리즈' 평가전에서 한국은 쿠바를 6-0 영봉승으로 제압했다. 투타 모두 한국이 완벽하게 압도한 경기로 쿠바의 경기력은 무기력함 그 자체였다. 자국리그 시즌을 중단하고 주축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렸지만 첫 날 쿠바의 모습은 아마 최강과 너무 거리가 멀었다.

쿠바는 1회말 2사 2루에서 한국 4번타자 박병호를 고의4구로 피할 정도로 초반부터 신중하게 경기에 임했다. 그러나 선발 요에니스 예라가 ⅔이닝 3피안타 3볼넷 3실점으로 흔들린 끝에 1회를 못 채우고 강판됐다. 산발 4안타 무득점에 그친 타선도 힘이 없었고, 수비에서도 예기치 못한 실책이 터져 나왔다.

물론 지난 2일 한국에 입국한 뒤 이틀 만에 경기를 소화한 쿠바 선수들은 시차 적응이 덜 돼 있었고, 생소한 나라와 환경도 불리한 조건이었다. 쿠바 빅토르 메사 감독도 "졌지만 무난한 경기였다. 한국이 좋은 경기를 해서 우리로선 어려웠다. 대회를 준비하는 첫 경기이기 때문에 만족한다"며 이날 경기 승패 자체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실제로 한국 김인식 감독도 "쿠바 투수들이 변화구를 80% 이상 던졌다. 체인지업, 스플리터 등을 많이 던졌다"고 이야기했는데 전력으로 승부하지 않았을 수 있다. 그 부분을 감안해도 쿠바가 1점도 뽑아내지 못한 건 의외로 한국야구의 수준 향상에서 이유를 찾게 된다.

한국 역시 쿠바만 만나면 맥을 못 추던 시절도 있었다. 프로 선수들이 참가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예선전을 시작으로 8경기 연속 패를 당했다. 하지만 베이징 올림픽을 앞둔 2008년 8월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쿠바와 평가전 15-3 대승을 기점으로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한국은 그해 베이징 올림픽에서 쿠바와 두 차례 대결 모두 승리했다. 예선전에서 7-4 승리에 이어 결승전도 3-2로 짜릿하게 이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7년만의 리턴매치로 관심을 모은 슈퍼시리즈 1차전까지 승리, 쿠바전 최근 4경기에서 전승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쿠바는 올림픽에서 야구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92년부터 2008년까지 매번 결승전에 진출해 금메달 3회, 은메달 2회를 따냈다.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도 25번 우승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으로 망명하는 선수들이 증가하면서 우수 자원들이 빠져나간 타격이 크다. 요에니스 세스페데스(뉴욕 메츠) 호세 아브레우(시카고 화이트삭스) 야시엘 푸이그(LA 다저스) 유넬 에스코바(워싱턴) 켄드리스 모랄레스(캔자스시티) 호르에 솔레어(컵스) 호세 페르난데스(마이애미) 아롤디드 채프먼(신시내티) 등이 메이저리그로 진출했다.

야구가 국기인 나라답게 타고난 재능과 경쟁을 통해서 월등한 실력을 과시한 쿠바이지만 최고 수준의 유망주들이 끊임없이 유출되는 여파를 무시할 수 없다. 과거 쿠바는 경기 전 프리 배팅과 수비 연습만으로도 압도할 정도로 남다른 힘과 포스를 자랑했지만 이것도 곧 옛말이 될 듯하다. 5일 슈퍼시리즈 2차전에서 쿠바는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까. /waw@osen.co.kr

[사진] 고척=이대선 기자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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