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無에 휘청’ SK 타선, 5위 싸움 헛스윙

‘3無에 휘청’ SK 타선, 5위 싸움 헛스윙

2015.09.03. 오전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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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태우 기자] SK는 8월 15일 이후 가진 16경기에서 48득점을 기록했다. 경기당 딱 3점이다. 4~5경기 부진이 아니다. 지난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소속의 레알 마드리드는 38경기에서 118골을 넣었다. 경기당 3.11골이다. 이 수치는 SK 타선이 현재 처해 있는 총체적 난국을 그대로 대변한다. SK 타선이 실력도, 전술도, 투지도 없이 시즌 막판 표류하고 있다.

SK는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 3-6으로 지며 최근 4연패와 함께 8위로 내려앉았다. 불펜이 경기 후반 팽팽한 흐름에서 무너진 것도 패착이었다. 그러나 선발 메릴 켈리가 6회까지 1실점으로 호투하고 있는 양상에서 도망가지 못한 타선은 여전히 문제였다. 이날 SK는 3점을 모두 홈런(최정 솔로홈런, 이재원 2점 홈런)으로 냈다. 상대 선발이 SK에 유독 강한 장원준이긴 했지만 짜임새 있는 타선의 폭발은 여전히 남의 이야기다.

▲ 이름값·연봉은 최상위, 3할 타자는 1명

기록은 냉정하다. 팀당 120경기 정도를 치른 현 시점의 누적 기록이라면 더 그렇다. SK 타선의 현실은 기록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2일까지 SK의 팀 타율(.267), 팀 출루율(.346), 팀 장타율(.395), 팀 홈런(106개), 팀 득점권 타율(.271)은 모두 리그 8위다. 539점의 득점도 역시 리그 8위로 근본 기록과 비교해 아주 ‘정직한’ 수치라고 할 수 있다. 파울 비율은 18.7%로 리그 1위인 반면, 안타당 장타비율(27.1)은 리그 꼴찌이며 홈런당 타점(1.79)은 리그 1위다. 현재 SK 타선은 뜬금없이 나오는 홈런이 아니면 득점이 어렵다는 이야기다.

8월 15일 이후 기록은 평균 3득점에서 알 수 있듯이 대부분 꼴찌다. 개인 성적부터가 그런 구조를 부채질한다. 2일 현재 3할 이상을 치고 있는 타자는 총 26명. 이 중 SK가 차지하는 지분은 1명으로 타격 13위인 이명기(.327) 홀로 3할을 치고 있다. 팀 내 2위인 박정권(.282)은 전체 38위, 3위 이재원(.276)은 전체 42위다. 간판인 최정은 부상으로 규정타석조차 채우지 못했다.

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선까지는 아니지만 요소요소 3할을 쳐줄 수 있는 선수들의 집합으로 불렸던 게 SK 타선이다. 그러나 선수들의 기록 저하는 예상보다 더 가팔랐다. 200타석 이상에 들어선 SK 타자는 총 12명. 이 중 리그 평균인 2할7푼9리보다 못한 타율을 기록 중인 선수는 무려 8명이다. 리그 평균보다 떨어지는 타율의 선수들이 선발 라인업에 6~7명씩 이름을 올린다는 의미다. 죄다 억대 연봉인 선수들의 프로필과 어울리는 성적은 아니다. “시즌 준비를 제대로 못했다”라는 추론 외에는 설명할 도리가 없다.

▲ 엉킨 시즌 구상, 벤치도 속수무책

기록은 “SK 타자들의 대다수는 개인적인 능력이 리그 평균보다 떨어지고 있다”라는 냉정한 현실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물론 부상 등 정상을 참작할 만한 여러 가지 사유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SK에만 불어 닥친 악재는 아니다. 다른 팀들도 다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이런 악재를 슬기롭게 풀어가야 할 벤치의 능력도 중요하다. 안 맞는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점수를 짜내고 선택과 집중으로 승부를 보는 역량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아쉽게도, SK의 시즌 구상은 초반부터 꼬인 채 지금까지 풀리지 않고 있다.

김용희 SK 감독은 뛰는 야구의 신봉자다. 올 시즌도 뛰는 야구를 공언했다. 그러나 SK의 기동력은 오히려 더 퇴보했다. 이쯤 되면 나올 법도 한 20도루 이상의 선수는 하나도 없으며 팀 도루 성공률은 58.6%로 압도적인 꼴찌다.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아보려 작전을 걸면 실패 확률이 높다. SK의 올 시즌 견제사는 13번으로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다. 뛸 능력이 부족한 선수들, 그리고 벤치 미스의 합작품은 안 봐도 뻔하다.

그러다보니 선택지는 좁아진다. 희생번트밖에 없다. “내가 감독하면서 이렇게 희생번트를 많이 대는 것은 처음”이라는 김 감독의 말 그대로다. SK는 88번의 희생번트를 대 이 부문에서 한화(124개)에 이은 2위다. 희생번트는 기회득점에 대한 확률을 줄이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경우도 있다. 그러나 막상 주자를 득점권에 보내도 문제다. 기본적으로 떨어지는 팀 타율과 득점권 타율은 이미 언급했고 여기에 희생플라이(19개)마저 리그 평균(35개)의 절반 수준이다. 이 역시 압도적 꼴찌다. 1점이 급한 가운데 과감한 기동력 야구라는 당초의 기치는 희미해지고 있다. 정체성의 표류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 투지·결단 부족, 앞으로가 더 문제

실력이 모자라고 전술도 부족하다면 더 열심히 뛰는 수밖에 없다. 상대를 물고 늘어지는 맛도 있어야 한다. 흔히 말하는 집중력이다. 5강 싸움을 벌이고 있는 한화가 실점 이후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이유, KIA가 극적인 역전승이 많은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반대로 SK는 선취점을 뺏기면 75%의 확률로 졌으며(리그 9위), 선발 투수가 퀄리티스타트를 해도 43%의 확률로 졌으며(리그 9위), 8번의 연장전에서는 2번 이겼다(리그 8위). SK의 역전승은 19번으로 역시 리그 꼴찌다.

올 시즌 SK는 그런 타선의 집중력이 현격하게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지방구단 코치는 8월 초 “선수들이 병살타를 쳐도 아쉬운 기색이 별로 없더라. ‘내 몫만 한다’라는 분위기다. 야구인들 사이에서 대충 휘두르는 건 다 보인다”고 이야기했다. 한 해설위원은 “FA 계약, 그리고 예비 FA 효과가 최악으로 나타난 경우다. 이런 일도 흔치 않다”라면서 “중심이 될 선수가 없다. 자연히 선수단 분위기는 투지 실종으로 이어진다. 힘이 다 빠져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제는 투지는 생겼는데 조급함에 허둥지둥하는 경향까지 보인다는 평가다. 시즌이 막바지에 이르고, 팀과 자신의 성적은 나아질 기미가 없으니 당연한 일이라는 말도 있다. 더 큰 문제는 다음 시즌부터다. SK는 올해 신진급 야수 육성에 완전히 실패했다. 베테랑들에게 먼저 기회가 가거나, 신진급 선수들이 자리를 잡는 데 실패해 베테랑 선수들에게 다시 기회가 갔다. 타선의 노쇠화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여기에 프런트의 드래프트 방향 실패로 2군에는 중장거리형 선수가 사라지고 죄다 발 빠른 컨택 위주의 유망주들만 넘쳐나고 있다.

이에 비해 kt와 KIA는 시즌 초부터, LG는 시즌 중반부터라도 신진급 선수들에게 꾸준히 기회를 줬다는 점에서 SK와는 다르다. 이 경험은 매우 소중하다. 벌써부터 몇몇 선수들은 쑥쑥 성장하는 모습으로 각 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제 SK에 남은 경기는 27경기,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적다. 야수 리빌딩 타이밍은 완전히 놓쳤다고 봐야 한다. SK가 자칫 잘못하면 순위와 관계 없이 시즌 최악의 팀이 될 가능성도 열려있는 셈이다. 헛스윙의 완성이라는 비극일 수도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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