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 이 사람을 아십니까] 재활 선수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하는 이한일 트레이너

[야구장 이 사람을 아십니까] 재활 선수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하는 이한일 트레이너

2015.08.25. 오전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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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의 주인공은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입니다. 조연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코칭스태프, 혹은 프런트라고 답을 내놓는 사람들이 많겠죠. 그들이 조연인 건 맞지만, 우리가 다시 돌아봐야 할 사람들은 화려한 무대 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기 일에 매진하는 이들이 아닐까요. 매주 1회 잘 모르고 지나쳤던 그들의 이야기를 OSEN이 전해 드립니다. (편집자주)

[OSEN=손찬익 기자] 이한일(34) 삼성 라이온즈 BB아크 트레이너는 선수단 사이에서 '재활의 신'으로 불린다. 권오준, 신용운, 장필준(이상 투수), 박해민(외야수) 등 벼랑 끝 위기에 몰렸던 부상 선수들의 재기에 큰 힘이 됐다.

경희대 럭비부 출신 이한일 트레이너는 선수 시절 다섯 차례 수술대에 올랐다. 그렇다 보니 재활 선수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 "오른쪽 아킬레스건, 왼 무릎, 왼 손등 등 다섯 차례 수술을 받았는데 당시에는 재활이라는 게 보편화다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지금 같으면 3개월이면 되는데 1년 이상 소요되기도 했다".

대학 시절 대표팀에 발탁될 만큼 럭비계에서 이름 석 자를 널리 알렸던 이한일 트레이너는 일본에서 열린 국제 대회에 참가했을때 트레이너의 세계를 처음 접했다. 당시 실업팀 입단과 일본 무대 진출 등 다양한 진로를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던 그는 새로운 도전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선수를 그만 두고 트레이너 공부를 한다고 했을때 다들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선택한 길을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라는 게 이한일 트레이너의 말이다.

이한일 트레이너는 세명병원 스포츠 클리닉 남종철 소장을 무작정 찾아가 "어떻게 하면 트레이너가 될 수 있느냐"고 끈질기게 물어보면서 자신의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갔다. 그리고 영남대에서 스포츠 의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는 등 전문적인 지식을 쌓아나갔다.

추원호 전 삼성 트레이너의 소개로 세명 병원 스포츠 클리닉에서 일하게 된 이한일 트레이너는 당시 권오준, 김진웅, 배영수, 권혁 등 삼성 선수들의 재활 치료를 도우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한일 트레이너의 실력이 뛰어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그토록 바라던 삼성 트레이너가 되는 기쁨을 누렸다.

이한일 트레이너는 "선수가 재활에 성공하기 위해 간절함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선수의 이름값과 부상 상태보다 이 선수가 어느 만큼 간절하게 회복해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싶어하는지 먼저 보게 된다. 선수가 간절함을 가진 상태에서 트레이너가 정성을 쏟아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 그저 막연하게 시간이 지나면 되겠디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하면 성공하기 힘들다".



2011년 11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KIA에서 삼성으로 이적한 신용운은 수 차례 수술과 재활을 반복하면서 만신창이가 된 상태였다. 10m 거리의 캐치볼도 힘든 가운데 실의에 빠져 있었다.

이한일 트레이너는 "당시 신용운이 '이제 야구 안 할테니 신경쓰지 마라'고 하더라. 재활 과정에서 성과가 없다 보니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내가 봤을때 아직 가능성이 있다. 네가 포기하지 않는다면 나도 포기하지 않을테니 한 번 해보자. 무엇이든 후회없이 해봐야 미련이 남지 않고 다른 길로 갈 수 있다'고 설득했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신용운은 눈물겨운 노력 끝에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했다. 2013년 44차례 마운드에 올라 2승 2홀드 평균자책점 2.03을 거두며 1위 등극에 이바지했고 데뷔 첫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육성선수 출신 박해민은 입단 이후 어깨 부상에 시달리며 방출 위기에 놓였다. 현역 입대를 결심했던 그는 이한일 트레이너의 한 마디에 마음을 바꿨다. "나를 믿고 3개월만 더 해보자"고. 박해민은 이한일 트레이너의 도움 속에 기나긴 재활 과정을 거쳐 리그 최고의 외야수로 우뚝 섰다.

이한일 트레이너는 "박해민은 정말 간절했다. 쉬는 시간에도 혼자 보강 훈련하면서 재기를 향한 꿈을 키웠다. 박해민의 피나는 노력을 보면서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나 몰라라 하는 건 트레이너로서 자격이 안된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박해민이 간절하다보니 더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한일 트레이너는 한 번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다. 그에게 타협은 없다. "타협하는 순간 끝장"이라는 게 이한일 트레이너의 말이다. 그만큼 열정적이다.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사비를 들여 복싱과 필라테스를 배울 뿐만 아니라 미국과 호주에서 유학 중인 지인들을 통해 관련 자료를 구해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는 "트레이너는 꿈과 희망"이라고 표현했다. 그 이유가 궁금했다. "재활 선수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하는 게 트레이너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서른 살에 삼성 트레이너가 되는 게 꿈이었는데 이루게 됐다. 올림픽 대표팀 트레이너가 되는 게 다음 목표다".

잘 알려진대로 삼성은 국내 프로 스포츠단 가운데 트레이닝 파트 시스템이 가장 잘 갖춰져 있다. 트레이너들의 개인 능력은 단연 으뜸이다. 이는 삼성 트레이닝 센터(STC)와는 별개다. 구단 측도 트레이닝 파트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다. 선수들의 검사 및 치료 비용 만큼은 조금도 아끼지 않는 게 삼성 구단만의 장점.

이한일 트레이너는 "우리 트레이너 형들은 자기 업무에 대한 책임감이 아주 강하다. 사고가 발생하면 어떻게 해서든 대처하고 수습하려는 노력과 정성을 쏟아 붓는다"며 "프런트와 현장에서 트레이닝 파트의 의견을 전적으로 신뢰한다. 그리고 선수의 부상 회복을 위해서는 어떠한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한일 트레이너는 인터뷰가 끝날 무렵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지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많은 분들의 도움 덕분이다. 남종철 박사님과 추원호 트레이너님 그리고 (권)오경이형, (윤)성철이형, (류)호인이형, (김)현규형 등 트레이너 형들이 큰 힘이 됐다. 운좋게 이렇게 인터뷰 기회를 얻게 됐지만 나보다 우리 트레이너 형들이 훨씬 더 고생하고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된다. 이번 인터뷰가 트레이닝 파트의 중요성을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wha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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