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승훈 심판이 해명한 '논란의 스트라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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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14. 오전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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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상학 기자] "아니 저게 스트라이크야?"

지난 12일 대전 한화-LG전에서 벌어진 논란의 장면은 3회말 한화 공격에서 나왔다. 2사 1·2루에서 김태완이 LG 투수 임정우의 3구째 낙차 큰 커브를 그냥 바라보다 삼진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김태완은 타석에서 벗어나지 않으며 당혹스러워했고, 한화 김성근 감독이 덕아웃을 박차고 나와 강력하게 어필했다. 구심을 맡은 문승훈(49) 심판위원은 대전 관중들로부터 야유를 받아야 했다. 과연 이 공은 정말 스트라이크가 아니었을까? 문승훈 심판의 해명을 들어봤다.

▲ 들어오는 순간 스트라이크 확신
문승훈 심판은 1993년 입사, 올해로 경력 23년의 베테랑으로 심판조장을 맡고 있다. 통산 2000경기 이상을 소화했다. 이날 스트라이크 논란에 베테랑 문 심판도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문 심판은 "나도 TV로 그 장면을 몇 번이나 다시 봤다. 모양으로만 봤을 때 내가 봐도 '저거 뭐야?' 싶었다. 하지만 타자 옆 느린 화면으로 보면 낮게 형성된 스트라이크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문 심판은 김태완을 삼진 선언할 당시 임정우의 공이 홈 플레이트를 통과하자마자 스트라이크 아웃 동작을 취했다. 그만큼 확신에 차 있었다. 문 심판은 "홈 플레이트 통과하는 것을 보고 스트라이크로 판단했다. 커브의 각이 아주 좋았다. 코스가 아니라 높이가 문제였는데 TV 느린 화면을 보면 김태완의 무릎 밑에 걸쳤다. 처음 미트 높이로 보면 문제없었다"고 했다.

문제는 공을 받은 LG 포수 조윤준의 미트질이었다. 문 심판은 "심판들은 홈 플레이트 통과한 것을 보지, 포수 미트는 잘 보지 않는다. 삼진을 선언했는데 갑자기 포수 조윤준의 미트가 아래로 축 처지더라. 이게 뭔가 싶었다. 커브의 각이 워낙 컸지만 미트로 공을 그냥 내려 버리더라. 원래 위치에서 잡았다면 이렇게까지 큰 문제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문 심판은 조윤준에게 "왜 미트를 내렸나?"고 물었고, 조윤준은 "죄송합니다. 제가 미트질이 조금 안 좋습니다"라고 오히려 사과했다. 문 심판은 웃으며 "솔직히 최경철이 그립더라. 최경철이 LG에서는 심판이 보는 각도에서 미트질을 잘한다. 조윤준은 포구 자세부터 집중력이나 성의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 포구 위치는 S존 기준 아니다
문 심판은 "많은 사람들이 포수의 포구 위치를 보고 스트라이크·볼을 판단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지 않다. 기본적으로 공이 홈 플레이트를 통과하는 순간을 보고 결정한다. 간혹 사이드로 애매한 공이 들어올 때 포수 미트를 보지만, 그 외에는 통과 지점을 보고 판정한다"고 설명했다. 조윤준의 미트질 때문에 육안으로는 '명백한 볼'로 보였지만 기준이 되지 못하는 이유다.

야구규칙 2.73 스트라이크존에 따르면 '유니폼 어깨 윗부분과 바지 윗부분 중간의 수평선을 상한선으로 하고, 무릎 아랫부분을 하한선으로 하는 홈 베이스 상공을 말한다. 스트라이크존은 투구를 치려는 타자의 스탠스에 따라 결정된다'고 명시돼 있다. 포수의 포구 지점이 아니라 홈 플레이트 통과 지점이 스트라이크존의 기준인데 임정우의 공은 보는 시각에 따라 김태완의 무릎 아래에 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야구규칙에는 1998년부터 타자 무릎 아랫부분까지 확대한 것으로 되어있다.

스트라이크존은 선이 아니라 5각형으로 되어있는 홈플레이트가 입체로 형성돼 있다. 포수 미트에 들어가기 전 스트라이크존을 스치기만 해도 스트라이크로 판정할 수 있는 것이다. 임정우의 커브는 12시에서 6시 방향으로 떨어지는 낙 폭이 상당했고, 포수 조윤준이 미트를 들어 올리는 게 아니라 내리면서 잡는 바람에 스트라이크 판정을 놓고 논란이 더 불거졌다.

문 심판은 "가끔 보면 선수들도 통과 지점을 묻는 게 아니라 포구 위치를 가지고 어필하기도 한다. 스트라이크존은 포수가 공을 잡는 위치로 판단하는 게 아니다. 심판이 판단하는 건 포수의 미트가 아닌 홈 플레이트를 통과할 때 들어오느냐 안 들어오느냐를 본다. 그 이후 포수가 어떻게 잡느냐는 판단 기준이 아니다. 포수의 미트는 상관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했다.

▲ 김성근 감독님 어필 이해한다
하지만 이 판정 직후 김성근 감독이 강하게 어필했고, 4회초 공수교대 시간에 선수들을 덕아웃에서 내보내지 않았다. 이로 인해 경기가 3분 동안 지연됐고, 문승훈 심판은 이튿날 경기운영 미숙을 이유로 심판위원장으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아야 했다.

김성근 감독은 김태완 타석의 스트라이크 때문만이 아니라 경기 초반 배영수의 몸쪽 공을 잡아주지 않은 것에 불만이 쌓이다 폭발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 문 심판은 "내가 볼 때 배영수의 몸쪽 공들은 볼이었다. 감독님께서는 불만이 있으셨지만 그날 나의 판정 기준이었다. 각자 보는 입장이 다르겠지만 심판으로서 중립을 지키며 본 대로 판정을 한 것이다"고 밝혔다.

김성근 감독은 "심판·벤치·선수들 사이에 믿음이 필요하다. 믿음의 관계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고 지적했다. 문 심판은 "김성근 감독님 입장도 이해된다. 중요한 상황에서 어정쩡한 플레이가 나왔기 때문에 화가 나실 만했다. 감독님은 존을 왜 다르게 보냐고 말씀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내가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서 그러겠나. 전혀 아니다"고 오해가 없기를 바랐다.

마지막으로 문 심판은 "심판들은 야구규칙 내 벗어나지 않는 한도에서 일관성을 갖고 스트라이크존을 꾸준히 유지하면 문제없다. 요즘은 전경기 중계와 'PTS(투구추적시스템)'로 인해 심판들도 더욱 신중하게 보고 있다. 심판들은 이것으로 평가받는 만큼 정확하게 보기 위해 노력 중이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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