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칭 기술자 손민한, 40대 선발의 길 제시하다

피칭 기술자 손민한, 40대 선발의 길 제시하다

2015.05.29. 오전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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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조인식 기자] 불혹을 넘긴 손민한(NC 다이노스)이 또 한 번의 전성기를 열며 40대 투수들에게 새로운 가능성까지 제시하고 있다.

손민한은 지난 28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특유의 완벽한 제구력을 앞세워 6이닝 5피안타 1탈삼진 1볼넷 무실점 호투했고, 팀의 5-0 승리 속에 시즌 6승(3패)째를 거뒀다. 평균자책점도 3.58로 내려갔다.

경기 후 손민한은 “이기려고 올라갔고, 안타를 맞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초구와 2구에 범타 처리하려고 했고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투구했다”고 이야기했다. 이렇게 투구 수를 줄이려고 애쓴 덕에 82개라는 적은 투구 수로 6이닝을 지웠다. 100구 정도를 소화할 수 있는 젊은 투수였다면 8이닝도 불가능이 아니었다.

이날 손민한의 최고 구속은 142km였지만 포심 패스트볼은 대부분 130km대 후반에서 형성됐다. 그리고 포심보다 투심 위주로 맞섰으니 타자들이 본 공은 빠르다고 해야 130km대 중반인 경우가 허다했다. 그럼에도 시즌 WHIP 1.07로 특급 불펜투수보다도 출루를 쉽게 허용하지 않을 수 있었던 비결은 완급조절과 제구, 그리고 다양한 구종이다. 이날 손민한이 활용한 변화구는 총 4가지(포크볼,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나 됐다.

지난해 52경기에서 48⅓이닝을 던져 4승 4패 1세이브 9홀드, 평균자책점 3.54로 준수한 활약을 펼친 손민한은 불펜에서 다시 선발로 돌아오며 이미 1년 전에 책임졌던 이닝을 넘어섰다. 50⅓이닝으로 다시 규정이닝에도 진입했는데, 볼넷이 6개밖에 없다는 것은 손민한의 놀라운 제구력을 잘 보여주는 기록이다.

사실 우리나이로 마흔하나가 된 손민한이 다시 선발로 던지는 것은 모험이기도 했다. 선발로 전성기를 보낸 손민한은 2009년 10월 어깨 수술을 받은 뒤 2010~2012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그리고 2013년 복귀 후 불펜투수로 자리를 잡고 다시 선발에 도전하는 케이스였다. 김경문 감독도 이를 알았기에 세심한 관리를 전제로 선발 전환을 꾀했다.

개막 2연전의 두 번째 경기였던 3월 29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김 감독은 선발로 보직을 바꾼 손민한에 대해 “투구 수 제한 없이 이닝만 본다. 100개미만으로 5이닝만 넘기면 끊어줄 것이다. 한 시즌이 갈 때까지 던져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민한이의 장점은 가진 공에 비해 타자를 잘 상대한다는 것이다. 믿고 기용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지금도 이러한 관리는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 결정이 손민한을 살렸다. 당시 김 감독은 “지난 시즌이 끝나고 나서부터 생각했다. (불펜에서) 연투가 힘드니 5일 쉬고 선발로 던지는 게 본인도 낫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바로 준비했다. 베테랑이기에 본인에게도 미리 얘기해줬다”라며 손민한을 선발로 쓸 수밖에 없었던 배경도 밝혔다.

그러면서 NC는 손민한도 살리고 선발진 공백까지 메웠다. 지난 시즌 24경기에서 9승 6패, 평균자책점 4.58로 로테이션 한 자리를 지켰던 태드 웨버의 몫을 새로운 선수로 대체해야 했던 NC는 손민한을 재발견하며 걱정을 완전히 덜었다. 손민한은 에릭 해커와 함께 팀 내 최다승을 거두며 지난 2년간의 맹활약에 비해 부진한 토종 에이스 이재학이 해줘야 할 부분까지 일정부분 떠안고 있다.

과거 선수협 회장으로는 도덕적인 흠결이 없지 않았지만 피칭의 기술만 놓고 보면 현재 KBO리그에서 손민한을 따를 자가 없다. 선발과 불펜 중 어떤 보직을 선호하는가 하는 문제에는 개인차가 크게 작용하지만, ‘선발투수 손민한’의 부활은 향후 연투가 힘들 수많은 40대 투수들이 선발로 재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까지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지닌다.

nic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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