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 세리머니만 남긴 모건, 한화와 잘못된 만남

T 세리머니만 남긴 모건, 한화와 잘못된 만남

2015.05.07. 오후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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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상학 기자] 한화 외국인 타자 나이저 모건(35)이 짐을 쌌다. 한화와 인연은 짧았고, 결국 잘못된 만남이었다.

한화는 지난 6일 KBO에 모건의 웨이버 공시를 요청했다. 두산 외국인 타자 잭 루츠에 이어 외국인 퇴출 2호의 미운을 맛봤다. T 세리머니를 앞세운 화려한 쇼맨십으로 화제를 모았으나 그게 전부였다. 실력과 태도에서 모두 아쉬움을 남기며 한화에서 정리됐다. 어떻게 보면 예견된 실패였는지도 모른다.

처음 모건을 영입할 때만 하더라도 상당한 관심을 모았다. 메이저리그에서 7시즌을 활약한 데다 일본프로야구에서도 수준급 활약을 한 경험이 더해졌다. 김성근 감독도 일본의 지인들에게 직접 모건에 실력과 인성을 알아보고 최종적으로 오케이 했다. 펠릭스 피에의 공백을 지우는 건 시간문제처럼 보였다.

그러나 1월 고치 스프링캠프에서 처음 훈련을 할 때부터 뭔가 이상했다. 김성근 감독의 한화는 캠프 초반부터 강도 높은 훈련을 펼쳤고, 몸이 되어있지 않은 모건은 훈련을 따라갈 수 없었다. 그는 전형적인 미국 선수답게 페이스를 천천히 끌어올리는 슬로스타터였다. 여기서부터 뭔가 어긋나기 시작했다.

결국 열흘도 안 돼 2군으로 강등됐다. 당시 현장 스태프에서는 "모건의 몸이 너무 엉망이다. 작년 5월 무릎 부상 재활 이후 운동을 아예 하지 않은 몸이다"고 지적했다. 2군 캠프에서도 1군 못지않게 맹훈련이 이어졌고, 모건은 좀처럼 따라가지 못했다. 처음부터 하나하나 다시 몸을 만드는 단계를 거쳤다.

2군에서 때를 기다린 모건은 2월 중순 마침내 1군 오키나와 캠프의 부름을 받는다. 그러나 이번에도 5일 만에 2군행 통보를 받았다. 여기서는 또 태도가 문제가 됐다. 삼성과 첫 연습경기에서 몸에 맞는 볼에 욱하는 모습을 보였고, 루상에 나가서는 마치 자신이 베이스코치인 것처럼 다른 주자들에게 팔을 돌려가며 지시를 하기도 했다. "이때 모건의 행동이 감독님의 눈에 보였다. 바로 교체되고 2군에 갔다"는 게 주위 전언이다.

그래도 모건에게는 기회가 없지 않았다. 다시 2군으로 내려가 시범경기까지 뛰지 못했지만 개막전에 전격 합류했다. 넥센과 개막전에서 2루타 2개 포함 4안타를 몰아치며 T 세리머니 열풍을 일으켰다. 그런데 그게 끝이었다. 모건은 이후 타격부진에 빠졌다. 시즌 성적은 10경기 타율 2할7푼3리 5타점. 개막전을 빼면 타율은 1할7푼9리로 떨어졌다. 결국 또 2군으로 내려갔고, 모건은 태업성 허리 통증 호소로 결별을 준비했다.

모 관계자는 "모건은 2군에서도 선수들과 잘 어울렸다. 열외 의식 없이 함께 하려 했고, 선수들도 그를 좋아했다"며 "그러나 야구에 있어서는 메이저리거 자부심이 강했다. 타격폼 문제와 관련해서도 자신의 것을 고수했다. 지난해 펠릭스 피에가 뭔가 배우려는 자세가 있었다면 모건은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결국 모건은 T 세리머니만 남긴 채 한화를 떠나게 됐다. 훈련 방법과 자유분방한 스타일이 한화와 맞지 않았다. 주변에서는 그래서 모건의 실력보다 한화와 궁합 문제를 말한다. 단 10경기만으로 실력을 검증하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비록 한화에서는 퇴출되지만 외국인 타자가 필요한 몇몇 팀에서 모건에 대한 관심을 가질 만하다. 지금 이 시기 새로운 선수보다는 어느 정도 적응돼 있는 모건이 단기간 써먹기는 나을 수 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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