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헬멧' 정근우, 첫 홈런 치고도 불만족 왜?

'양귀헬멧' 정근우, 첫 홈런 치고도 불만족 왜?

2015.05.03. 오전 06:09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 '양귀헬멧' 정근우, 첫 홈런 치고도 불만족 왜?_이미지
  • '양귀헬멧' 정근우, 첫 홈런 치고도 불만족 왜?_이미지2
AD

[OSEN=이상학 기자] "홈런은 쳤지만…".

한화 2루수 정근우(33)는 지난 2일 대전 롯데전에서 시즌 첫 홈런손맛을 봤다. 4-0으로 리드한 3회 선두타자로 나와 롯데 브룩스 레일리의 초구 가운데 높은 144km 직구를 공략, 좌측 담장을 그대로 넘어가는 비거리 110m 솔로 홈런으로 장식했다. 시즌 9경기 34타석 만에 터진 시즌 1호 마수걸이 홈런.

스프링캠프 연습경기 때 당한 턱 부상으로 인해 지난달 22일에야 뛰기 시작한 정근우는 그러나 첫 6경기에서 18타수 1안타 타율 5푼6리로 극도의 부진을 보였다. 평소 늘 웃는낯이었던 정근우였지만 타격부진에 마음이 타들어갔다. 스스로 특타를 자청할 정도로 부진 탈출을 위해 안간힘썼다.

그 결과 최근 3경기 연속 안타로 타격 페이스를 점차 끌어올리고 있다. 9타수 4안타 2타점. 안타 4개 중 2개가 홈런과 2루타로 장타다. 김성근 감독도 "정근우가 서서히 타격감이 올라오고 있다. 이제 1~2번이 정상적으로 가동될 것이다"며 그의 타격감 회복에 반색하고 있다.

그러나 정근우는 첫 홈런을 치고도 전혀 만족하지 않았다. 오히려 표정이 어두웠다. 그는 "타격은 이제 감을 찾아가는 과정이라서 괜찮을 것 같은데 수비가 문제다. (부상으로) 연습량이 부족했고, 나 스스로 아직 불안감을 갖고 있다. 첫 홈런을 쳤지만 마음은 편하지가 않다"고 털어놓았다.

국가대표 2루수로 상대팀에게 '악마의 수비'를 펼치는 정근우이지만 부상 복귀 후에는 수비가 조금 약해진 모습이다. 그답지 않게 9경기에서 실책이 벌써 2개다. 2일 롯데전에서도 7회 최준석의 정면으로 향하는 강습타구가 글러브를 맞고 중견수 쪽으로 빠지는 안타가 됐다. 공식 기록된 실책은 아니지만 정근우였기 때문에 뭔가 아쉬움 남는 수비 장면이었다.

정근우는 1군 등록 전부터 "턱을 다친 뒤 러닝을 제대로 하지 못해 배가 조금 나왔다. 유산소 운동을 통해 살을 빼고, 수비에서 실전 감각을 키워야 한다"고 걱정했다. 턱 부상 때문에 겨울 동안 훈련량이 부족했고, 그 영향이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정근우는 "결국 연습을 조금 더 많이 해서 수비를 완벽하게 하는 수밖에 없다"고 결연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1일 롯데전부터 쓰고 나오는 양귀 헬멧도 정근우의 강력한 의지 표현으로 볼 수 있다. 그는 양귀 헬멧 착용 이유에 대해 "턱 부상과는 관련 없다. 특별한 이유라기보다 요즘 스스로 뭔가 마음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야구가 잘 안 되자 기분 전환 차원에서 구단에 양귀 헬멧을 주문한 것이다.

양귀 헬멧은 보통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 선수들이 쓴다. 정근우 역시 지금의 시련을 극복하기 위해 초심을 찾고자 양귀 헬멧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는 "지금 상황은 내가 스스로 극복해가야 할 부분이다"며 이를 악물었다. 모처럼 홈런을 치고도 웃음기를 뺀 정근우의 표정에서 독한 의지가 느껴졌다.

waw@osen.co.kr

<사진> 대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