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스타도 아닌데..." 한화 이동걸의 결초보은

"제가 스타도 아닌데..." 한화 이동걸의 결초보은

2015.04.27. 오후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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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상학 기자] "이동걸! 이동걸!"


한화 우완 투수 이동걸(32)은 지난 25일 대전 SK전에서 2⅔이닝 1실점으로 막고 프로 데뷔 첫 승을 올렸다. 경기 후 구단 자체 투수 부문 수훈 선수로 선정된 이동걸은 퇴근하는 길에 깜짝 놀랐다. 주차장으로 가는 길목에 팬들이 가득 운집해 있었고, 어느 때보다 큰 환호와 박수로 이동걸의 이름을 외쳤다. 무명의 2군 투수였던 이동걸은 말 못할 감격을 느꼈다.


그는 "그동안 팬들이 저를 알아보지 못하셨다. 퇴근길에 팬들의 환호는 처음 겪어봤다. 알아봐 주시는 것에 상당히 감사했다. 팬들의 응원하는 마음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사직 롯데전 빈볼 퇴장 이후 5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던 이동걸은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시련을 딛고 일어선 승리투수로 당당하게 주목받았다.


이동걸에게 빈볼 사건은 야구인생에 터닝 포인트가 됐다. 그는 "5경기 출장정지 때문에 엔트리에서 제외되어야 할 상황이었다. 그런데 감독님께서 자신감 잃지 않게 안아주셨다. 어려운 팀 상황을 감수하면서까지 결정하셨다. 제가 스타플레이어가 아닌데도 감싸주신 것에 대해 보답하고 싶었다. 감독님께서 동기부여 해주셔서 절치부심할 수 있었다"고 감사해 했다.


징계 기간 그는 1군 선수단과 동행하면서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 "빈볼은 이미 던진 공이고, 지나간 일이었다. 또 한 번 기회가 왔을 때 좋은 모습을 보여야겠다 싶었다. 한 번의 기회가 오기를 간절하게 기다렸다"는 것이 이동걸의 말이다. 25일 SK전은 아주 좋은 기회였고, 끝내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휘문고·동국대 출신으로 지난 2007년 2차 7번 전체 52순위로 삼성에 입단한 이동걸은 데뷔 9년-25경기 만에야 첫 승을 맛봤다. 거의 10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지만 그는 야구를 소중하게 생각했다. "남들보다 첫 승이 오래 걸리기는 했다. 하지만 프로야구 선수로서 구단에 월급을 받고 선수생활을 한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1군이든 2군이든 최선을 다하는 게 당연하다.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지금이라도 승리를 하게 돼 좋다".


김성근 감독이 "이동걸이 밑에 선수들에게 희망을 줬다. 좋은 메시지가 됐을 것이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럴수록 이동걸은 더욱 책임감을 갖는다. 그는 "징계 기간 동안 다시 야구를 할 수 있도록 감독님이 배려해주셨다. 지난 겨울 감독님과 폼 교정을 하며 연습을 많이 했다. 초반에 구위가 안 좋아 2군에 내려갔지만 빈볼 사건을 겪으면서 내 자신이 더 단단해졌다고 본다. 이번에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야구를 정말 그만둬야 할지도 모른다는 간절함을 갖고 강하게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동걸은 "운 좋게 첫 승을 했을 뿐 난 필승조 역할이 아니다. 팀의 핵심적인 투수도 아니다"고 자신을 낮췄지만 "팀이 필요로 하는 상황은 언제든 마운드에 오르겠다. 우리 불펜 투수들이 많이 지쳐있을 때 조금이라도 도움 되고 싶다. 계속 1군 무대에서 팀이 경기를 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다짐했다. 김성근 감독의 믿음과 팬들의 성원, 이동걸은 앞으로도 '결초보은' 심정으로 마운드에 오른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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