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우 배짱 두둑 데뷔전, 100km대 커브의 정체

김민우 배짱 두둑 데뷔전, 100km대 커브의 정체

2015.04.02. 오전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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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상학 기자] 109km. 정규시즌 프로 데뷔전에서 한화 신인 투수 김민우(20)가 던진 초구는 슬로커브였다.

김민우는 지난 1일 대전 두산전에 프로 데뷔전을 가졌다. 2 ⅓이닝 1피안타 2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렀다. 비록 팀이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추격조로 등판한 것이지만, 한화로서는 패배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게 하는 희망적인 호투였다.

김민우는 1-6으로 뒤진 7회 2사 1루에서 구원등판했다. 힘이 좋은 좌타자 김재환을 상대로 김민우가 던진 초구는 109km의 느린 커브였다. 그 사이 1루 주자 고영민이 2루로 도루하면서 득점권 위기에 몰렸지만, 김민우는 2구도 110km 커브를 구사했다.

한 베테랑 구원투수는 "박빙에 나가는 투수들은 커브를 던지기가 쉽지 않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한 방에 걸리면 끝나기 때문에 커브를 던지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물론 김민우는 팀이 5점이나 뒤진 상황이었지만 프로 데뷔전을 가진 신인 투수가 슬로커브를 집중적으로 구사하는 건 보통 배짱으로 되는 게 아니다.

과거에 비해 보기 힘들어진 슬로커브이지만 김민우는 용마고 때부터 이 공을 즐겨 던졌다.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1~2구에 커브를 살살 던졌다.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한 것도 있지만, 타자에게 느린 공을 보여주는 식으로 던지는 것도 있다. 타자가 노리는 공이라면 크게 넘어가지만, 그동안 내가 던져온 것이기 때문에 자신 있게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니시모토 타카시 투수코치도 김민우의 커브 완성도를 인정했다.

김민우는 "직구와 커브의 구속 차이가 40km 가까이 난다. 커브의 제구가 아직 자신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 보여주면 140km 직구도 훨씬 빠르게 보일 것이다"고 했다. 실제로 김재환에게 1~2구 볼 이후 3구 몸쪽으로 들어온 141km 직구는 체감 속도가 확실히 빨랐다.

김민우는 김재환에게 볼넷을 내주며 1·2루 위기에 내몰렸지만 김재호를 3루 땅볼 잡고 위기를 넘겼다. 8회에도 선두 민병헌에게 좌중간 2루타를 맞았지만 정수빈을 헛스윙 삼진, 김현수를 좌익수 뜬공, 고영민을 삼진 처리하며 실점없이 막았다. 9회에는 공 9개로 가볍게 삼자범퇴하며 이날 등판한 한화 투수 중에서 가장 안정감 있는 투구를 펼쳤다.

이날 김민우는 최고 145km에 평균 140km대 초반 직구를 던졌다. 빠른 공은 아니지만 100km대 느린 커브를 4개 섞어 던지며 타자들에게 준 체감 속도 효과는 컸다. 여기에 적절한 각도에서 떨어지는 스플리터, 좌타자 상대로 과감한 몸쪽 승부도 돋보였다. 주자를 득점권에 두고도 흔들리지 않는 강심장까지 갖췄다. 한화의 미래를 밝게 비쳐준 희망투였다.

waw@osen.co.kr

<사진> 대전=김경섭 기자 greenfield@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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