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 김태균에게서 이승엽을 보다

김성근 감독, 김태균에게서 이승엽을 보다

2015.02.02. 오전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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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상학 기자] "그때 이승엽처럼 김태균도 이렇게 힘든 훈련은 처음일 것이다".

한화 김성근(73) 감독이 말하는 '그때'란 2005년이다. 당시 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에 있었던 이승엽은 가고시마 스프링캠프 때부터 김성근 감독의 전담 지도를 받았다. 지바 롯데 인스트럭터로 임명된 김 감독은 오전부터 야간까지 이승엽을 1대1로 붙잡고 강도 높게 훈련을 했다. 시즌 때도 김 감독의 맨투맨 지도로 이승엽은 야구 인생에서 가장 많은 훈련량을 소화했다. 개막 2군행에도 불구하고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김 감독은 올해 일본 고치 스프링캠프를 지휘하며 10년 전의 이승엽을 떠올리고 있다. 팀의 4번타자이자 주장을 맡고 있는 김태균(33)에게서 이승엽을 보고 있는 것이다. 김 감독은 "이승엽을 지바 롯데에서 만났을 때와 같다. 그때 이승엽처럼 김태균도 이렇게 힘든 훈련을 처음일 것이다"고 이야기했다. 무슨 의미일까.

김 감독은 "김태균에게 펑고를 쳐주며 느낀 건 재주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선수가 어떻게 보면 불행한 것이다. 왜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제대로 배우지 못했나 싶다"며 "김태균이 지금보다 더 크려면 자기 속에 들어가야 한다. 요즘 훈련을 참 열심히 한다. 이제 조금 라인이 나오는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태균은 지난해 가을 오키나와 마무리캠프 때부터 김 감독의 지옥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아프지 않은 이상 열외없이 무조건 따른다. 김태균 스스로도 "예년에 비해 훈련량이 3배는 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손바닥 곳곳에는 물집이 잡혀 있다. 타격뿐만 아니라 수비훈련도 이렇게 온몸을 흙투성이 되도록 굴러본 적이 언제인가 싶다.

김태균은 자타가 공인하는 리그 최정상급 타자. 통산 타율이 무려 3할2푼으로 1506안타에 홈런도 232개를 터뜨렸다. 다만 리그를 압도할 만한 강력한 임팩트가 다소 부족했다. 국내 복귀 후 3년 동안 홈런도 20개를 넘지 못했다. 분명 잘하는 선수이지만 뭔가 모르게 아쉬움이 남았다. 김 감독과 만남은 부족한 2%를 채우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김 감독은 "해외파 선수 중에서 스스로 위기를 극복한 사람은 선동렬 하나뿐이다. 국내에 있을 때는 캠프에서 50~60개씩만 던졌지만, 일본에서 첫 해 실패한 이후 캠프 때부터 300~400개씩 던졌다. 내게 찾아와 투구에 대해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며 떠올린 뒤 "이승엽도 혼자 극복하진 못했다. 스스로 하는 건 쉽지 않다"고 말했다. 2005년 이승엽처럼 김태균도 다시 한 번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싶은 게 김 감독 마음이다.

그래서 의미심장한 칭찬과 조언도 한다. 김 감독은 타격 훈련을 하던 김태균에게 "손목을 써라"고 주문하면서도 "많이 좋아졌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태균은 "손바닥에 물집이 많이 생겼다. 아프니까 배트를 제대로 돌리지 못한 것을 감독님이 보신 듯하다"며 "원래 물집은 잡히는데 올해는 더 많이 잡혔다"고 말했다. 김 감독도 김태균의 노력을 알고 있다. "김태균은 속마음이 착하고 순하다. 좋은 성격을 가졌다"라는 게 김 감독 말이다.

김 감독은 지난해 취임식에서 꽃다발 전달을 위해 단상에 오른 김태균에게 "내년에도 여기 올라오자"고 말했다. 김태균의 대답도 "예"였다. 2005년 김 감독과 이승엽의 지바 롯데는 일본시리즈 우승을 함께 했다. 10년 후 2015년, 김 감독은 김태균과 함께 다시 정상 등극을 꿈꾸고 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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