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개 펑고에 담긴 김성근 감독의 반성(동영상)

500개 펑고에 담긴 김성근 감독의 반성(동영상)

2015.01.25. 오후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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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고치, 이상학 기자] "쏘리".

지난 24일 일본 고치 시영구장. 보조구장에서 한화 김성근(73) 감독이 내야수 김태균과 김회성에게 연신 펑고를 쳐주고 있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의 자세를 일일이 가르치며 독을 품게 만드는 코멘트도 날렸다. "그것도 못 잡아?", "슬라이딩 연습하나", "무슨 진기명기를 찍냐", 너 때문에 졌어" 등 선수들이 악에 받칠 수밖에 없는 말로 강하게 몰아붙였다.

그런데 김 감독이 "쏘리"라고 외치며 선수들에게 미안해할 때가 있다. 가끔 펑고가 다른 곳으로 향하는 미스가 나오면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쏘리"라며 미안해한다. 사람인 이상 펑고가 완벽할 수 없다. 훈련 중 종종 펑고가 빗나가곤 하는데 그때마다 김 감독은 미안함을 나타낸다. 그 이유에 대해 김 감독은 이렇게 답했다.

"미안하지. 실수하면 당연히 미안한 것이다. 선수가 펑고를 받기 위해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데 내가 잘 못 치면 안 미안할 수 있나. 펑고를 칠 때에는 감독과 선수를 넘어 사람 대 사람이다. 서로 집중을 해야 할 때 미스가 나오면 미안할 수밖에 없다".

김 감독은 지난 21일 고치 동부구장에서 외야수들을 상대로 처음 펑고 배트를 들었다. 외야 펑고는 내야보다 멀리 타구를 보내야 하기 때문에 더 힘이 든다. 이날 김 감독은 250여개의 한 박스 공을 직접 쳤다. 6명의 선수들을 상대로 혼자 일일이 체크했다. 지칠 법도 하지만 공이 바닥날 때까지 배트를 놓지 않았다.

그러나 김 감독은 만족하지 못했다. 선수들에게 제대로 된 펑고를 쳐주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김 감독은 "그날 펑고가 잘 안 됐다. 나부터 몸이 완벽하게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였다"고 인정했다. "그날부터 나도 운동을 더 많이 했다. (24일 펑고 전) 점심먹고 두 시간 정도 웨이트장에서 기구도 들고, 러닝도 하며 몸을 만들었다"는 것이 김 감독의 말.

3일이 지난 24일 김 감독은 내야수 김태균과 김회성에게 한 시간 가까이 직접 펑고를 쳐줬다. 두 박스 가까이 되는 양의 공을 쳤으니 500개 정도 된다. 김 감독의 펑고는 더 날카롭게 향했다. "쏘리"라고 미안해한 것도 적어졌다. 500개의 펑고를 마친 김 감독은 3일 전보다 한결 만족스런 표정이었다. "이제 비로소 감이 오기 시작하네"라며 웃었다.

사실 감독이 이렇게 직접 펑고를 많이 치는 것은 보기가 드물다. 특히 김 감독이 1942년생으로 우리나이 74세의 고령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김 감독은 "나도 몸은 힘들지만 옆에서 보는 것과 직접 쳐보는 건 차이가 있다. 야구는 1인치의 싸움이다. 그 미묘한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직접 펑고를 쳐야 한다. 그래야 나도 밥값을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김 감독에게 펑고란 의무이자 책임이다.

waw@osen.co.kr

<사진·영상> 고치=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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