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으로 본 2015 LG, 또 슬로스타트?

일정으로 본 2015 LG, 또 슬로스타트?

2014.12.21. 오전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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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윤세호 기자] 일정이 나온 순간, 감독은 자신도 모르게 다가오는 시즌을 그려본다고 한다. 스프링캠프도 시작하지 않은 백지 상태임에도, 기존 전력에 맞춰 전략을 짜본다. 선발 로테이션을 만들어 보기도 하고, 개막전 베스트9도 고민해본다. 맞붙을 팀의 선발투수는 누가 나올지, 초반부터 승수 사냥에 나설지, 아니면 5할 승부를 가져갈지, 이런 저런 생각에 잠긴다.

지난 17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팀당 144경기·10구단 체제의 시작을 알리는 2015 페넌트레이스 일정을 발표했다. LG 트윈스는 3월 28일 개막일에 광주에서 KIA와 맞붙는다. 4월까지 총 10번의 시리즈에서 2014시즌 성적 기준 5할 이하 팀과 7번 격돌한다. 그만큼 초반부터 승수 쌓기에 유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선발투수 류제국의 재활로 100% 전력이 아닌 상황에서 시즌 초반을 보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LG의 2015시즌을 일정을 통해 바라본다.

▲ 개막전 빅뱅, 적장으로 만나는 김기태 감독

“김기태 감독에게 고맙다.”

LG 양상문 감독은 지난 10월 25일 NC와 준플레이오프 시리즈서 승리한 후 전임 감독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LG는 페넌트레이스 마지막날 4위를 확정, 우여곡절 끝에 포스트시즌 막차를 탔으나 3위 NC를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꺾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당시 양 감독은 “실력 차이보다 경기 운, 그리고 포스트시즌 경험에서 승부가 갈린 것 같다. 지난해 팀을 포스트시즌까지 올린 김기태 감독에게 고맙다”고 밝혔다.

LG 팬들에게 김기태 감독은 애증의 대상일지도 모른다. 김 감독은 2011년 겨울 최악의 상황에서 LG를 맡았지만, 부임 2년 만에 LG를 포스트시즌에 올려놓았다. 김 감독 이전까지는 없었던 응집력과 자신감, 강한 뒷문, 짜임새 있는 타선, 안정된 수비 등이 생기며 LG는 강팀이 됐다. 김 감독의 지도력으로 LG가 11년 만에 가을잔치에 돌아왔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하지만 김 감독은 2014년 4월 23일 성적부진을 이유로 자진사퇴했고, 선수단 전체가 패닉에 빠졌다. 김 감독은 “내가 떠나는 게 LG가 반등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했지만, LG는 5월 11일까지 감독대행 체제 속에서 성적이 더 떨어졌다. 선수들은 좀처럼 마음을 추스르지 못했고, 팬들의 김 감독을 향한 원망도 커져갔다.

반전은 양 감독의 부임과 함께 일어났다. 5월 13일 LG 감독 데뷔전을 치른 양 감독은 한 달 만에 팀을 안정시켰다. 그리고 LG는 6월말부터 상승세를 탔다. 불과 6월 11일까지 최하위였던 팀이 4위까지 올라서는,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큰 기적을 연출했다.

사실 양상문 감독과 김기태 감독은 이미 8월초 잠실구장 감독실에서 마주했다. 당시 김 감독은 양 감독에게 “양 감독님 덕에 팀 성적도 많이 올라갔고 분위기도 정말 좋아졌습니다. 감독님께 감사드립니다”고 말했다. 그러자 양 감독은 김 감독에게 “LG를 잘 만들어줘서 고맙다. 급하게 팀을 맡게 됐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선수들이 좋더라. 김 감독이 2년 동안 정말 고생했다는 것을 느꼈다”며 덕담을 주고받았다. 덧붙여 양 감독은 “차 코치가 팀을 떠나있는데 조만간 팀에 합류시킬 계획이다. 혹시 김 감독이 생각해둔 게 있다면 미안하다”며 차명석 코치의 LG 복귀 계획도 전했다. 김 감독 또한 “괜찮습니다. 제 입장까지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고 양 감독의 계획을 지지했다.

2014시즌 후 김 감독은 KIA 사령탑이 됐다. 비록 시즌 중 팀을 떠났지만, 야구계 많은 이들은 김 감독이 ‘모래알’이란 비난을 받았던 LG의 팀워크를 끈끈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한다. 이 때문에 김 감독은 KIA 외에도 여러 팀의 차기 사령탑 후보에 올랐고 결국 고향팀 지휘봉을 잡았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김 감독의 KIA 데뷔전 상대는 11개월 전 자신이 이끌었던 LG. 2015시즌 개막전 최대 빅카드가 만들어진 것이다.

▲ 2015시즌도 슬로스타트?

LG는 2013시즌에도 2014시즌처럼 뒤늦게 상승세를 탔다. 2013년 5월 중순까지 5할 승률 ‘-6’을 찍으며 고전했지만, 류제국의 합류와 함께 대반전에 성공하며 당해 페넌트레이스 2위(5할 승률 ‘+20’)를 차지했다.

LG의 이러한 ‘반전본능’은 2015시즌까지 계속될지도 모른다. LG는 최소 4월 중순까지 류제국 없이 선발진을 돌려야한다. 스프링캠프를 통해 토종 선발투수 2명을 만들어야하는 중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3일 휴식기 없는 144경기 마라톤에서 두터운 마운드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한 필수조건. 아무리 LG 불펜진이 강하다고 해도, 새로운 선발투수가 어느 정도 버텨주지 못하면 시즌 초반에 고전할 수 있다.

초반 일정은 좋은 편이다. 2014시즌을 기준으로 상대팀을 보면, 초반부터 승수를 쌓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4월에 디펜팅 챔피언 삼성과 두 번 3연전을 치르고(4월 3일~5일, 4월 28일~30일), 다크호스로 꼽히고 있는 두산 SK 한화와도 만난다. 특히 한화와는 2주일 간격으로 두 차례 3연전(4월 7일~9일, 4월 21일~23일)에 돌입한다. LG가 류제국의 공백 속에서 2015시즌의 시작을 어떻게 장식할지 주목된다.

▲ 신생팀 kt와 첫 만남은 5월 8일

LG는 10번째 구단 kt와 가장 늦게 만나는 팀이다. LG는 5월 8일부터 10일까지 수원구장에서 kt와 주말 3연전을 치른다. 흥미롭게도 kt에는 LG에 적을 뒀던 이들이 많다. 이대형 박경수 배병옥 등 선수뿐 아니라 김영수 사장, 나도현 운영팀장 등 kt 프런트의 주축들도 LG에 있었다. 현전 LG 멤버들이 격돌하게 됐다.

처음 맞이하는 1군 무대인만큼, kt의 2015시즌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kt는 시즌 초반부터 흐름을 타도록 전력을 다할 수 있다. 축구 도시 수원에 야구붐을 일으키기 위해선 4월과 5월 첫 두 달 성적이 중요하다. 실제로 kt는 5월 내내 주말 홈경기를 배정받았다. kt가 4월 한 달 동안 스타트를 잘 끊는다면, LG와 kt의 첫 번째 만남은 예상보다 치열하게 흘러갈 것 같다.

▲ 가장 힘든 일정, 8월 25일부터 30일

LG는 이동거리가 짧은 편에 속한다. kt까지 합류하면서 원정구장까지 이동거리가 1시간 30분 이내인 팀이 늘어났다. 물론 남부지역 주중 원정 3연전을 치른 후 목요일 밤을 새면서 금요일 잠실경기에 대비하는 경우도 있다. 어쨌든 LG 선수들은 롯데 NC KIA 삼성보다는 버스에서 보내는 시간이 적다.

고비도 있다. 시즌 후반인 8월 25일부터 30일까지 LG는 6일 동안 마산(NC전)-잠실(SK전)-대구(삼성전)를 오고가야 한다. 8월부터 2연전으로 시리즈가 진행되면서 하루 만에 짐을 풀고 싸는 일이 생겼다. LG는 지난 2년 동안 페넌트레이스 막판 고비를 잘 넘겼고, 마지막 경기에서 순위를 확정짓곤 했다. 내년에도 뒷심을 발휘하려면, 이 지옥일정을 극복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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