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택-LG, 긴박했던 5일 협상 발자취

박용택-LG, 긴박했던 5일 협상 발자취

2014.11.27. 오전 07:45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 박용택-LG, 긴박했던 5일 협상 발자취_이미지
AD



[OSEN=윤세호 기자] “LG에 남는다는 해피한 소식을 팬들에게 전해드리겠다.” “박용택 선수를 꼭 잡을 것이다. 이번 겨울 우리 구단에 가장 중요한 일은 박용택 선수의 잔류다.”

첫 번째 협상에 임하기 전부터 양측은 같은 곳을 바라봤다. 서로 내세운 조건의 차이가 컸으나, 이를 좁혀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결국 협상 마지막날 합의점에 도달, 박용택은 ‘평생 LG맨’이 됐다.

그야말로 긴박했던 5일이었다. 협상 첫 날인 지난 21일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냉담했다. 박용택은 FA 협상 기간 이전에 자신이 원하는 계약규모를 LG 백순길 단장에게 제시했다. 그런데 구단이 선수에게 줄 수 있는 금액에는 한계가 있다. 단장 마음대로 구단 돈을 쓸 수도 없는 일이다.

때문에 백순길 단장은 노심초사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래도 어떻게든 박용택과 계약을 체결해야하는 만큼,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백 단장은 지난 20일 “솔직히 내가 가진 돈을 더할 수만 있다면 더해서 박용택 선수에게 더 주고 싶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이다”고 걱정했다. 잠실구장 사무실에서 열린 1차 협상 후 백 단장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박용택은 1차 협상을 마친 후 “역시 이런 게 가장 어렵다. 앞으로 협상을 마무리 짓기 전까지는 한 잠도 못잘 것 같다. 단장님과 꾸준히 이야기하는 장기전을 각오하겠다”고 다짐했다.

2차 협상은 주말이 지나고 난 후 화요일인 25일에 열렸다. 그런데 주말동안 박용택의 귀에 충격적인 소식이 들렸다. 다른 구단 FA 협상 테이블 상황을 알게 된 것이다. 그야말로 상상도 하지 못했던 규모의 금액들이 선수와 구단 사이에서 오갔다. 박용택은 26일 계약 체결 후 “쉽게 믿을 수 없는 금액들이었다. 솔직히 나도 협상인 것을 감안해 처음에는 구단 측에 세게 부른 면이 없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내세웠던 금액들이 다른 쪽에서는 큰 규모가 아니었다. 정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박용택과 백 단장은 서울 모처에서 저녁 약속을 잡고 2차 협상에 들어갔다. 서로 원하는 계약규모의 차이가 큰 만큼, 서둘러 수정 조건을 제시하기보다는 서로의 입장부터 이해하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저녁식사와 협상, 그리고 술까지 들어가면서 총 4시간 30분이 넘는 시간동안 수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다. 자정 무렵 협상을 마친 박용택은 “나도 그렇고 LG 구단도 그렇고 차이를 좁히려고 노력 중이다. 많은 이야기들을 나눴다. 내일이 마지막 날인 만큼, 한 번 더 만나기로 했다. 단장님과 시간이 허용되는 만큼, 협상을 하기로 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1차 협상에 비해 많은 진전이 있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큰 변수가 생겼다. 2차 협상 후 박용택은 LG 구단 홈페이지에서 1000명이 넘는 팬들의 재계약 릴레이가 진행되고 있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25일 저녁부터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 팬들이 직접 만든 재계약 기원 동영상이 돈다는 것을 확인했다. 박용택은 “눈물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밤에 홀로 핸드폰으로 팬들의 성원을 보면서 LG에서 지낸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나와 구단의 계약이 이렇게 커다란 관심을 받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감동했다.

26일 정오. 박용택과 백순길 단장은 3차 협상에 앞서 전날 숙취부터 해소했다. 점심 식사를 하면서 각자가 LG 구단에서 지내온 날들을 함께 짚어갔다. 이날 오후 4시 40분경 박용택이 계약서에 사인, 마침내 마라톤 협상에 마침표가 찍혔다.

백 단장은 협상을 마친 후 “박용택 선수가 2002년 신인 때부터 있었던 일들을 다 이야기해줬다. 그동안 우리 구단에서만 뛴 박용택 선수이기 때문에, 그리고 박용택 선수와 예전부터 가깝게 지낸 만큼, 대화로 풀어가는 데 큰 무리가 없었다. 힘들었지만 의미 있는 시간들 이었다”며 밝게 웃었다.

박용택 역시 “정말 힘든 시간들이었다. 야구 시작하고 가장 힘든 순간들이 아니었을까 싶다”면서도 “단장님도 정말 고생하셨다. 연세도 있으신데 어제부터 긴 시간 동안 무리하신 것 같다. 사실 단장님과는 사적으로도 굉장히 가깝다. 단장님과 거의 1박 2일 데이트를 하면서 단장님께서 정말 최선을 다하시는 모습을 봤다. 사장님도 직접 LG 구단에서 향후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주셨다. 구단이 내게 진심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솔직히 자정 직전까지도 협상에 임할 생각을 했었는데 그럴 수는 없었다”고 속시원하게 이야기했다. 덧붙여 “만일 팀을 떠난다면 돈은 얻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면 나는 100여 가지를 잃게 된다. 그 중 팬은 절대 잃을 수 없는 부분이다”며 LG 팬들에게도 고마움을 표했다.

박용택은 LG와 4년 50억원(계약금 18억원, 연봉 8억원) 계약을 체결했다. LG 구단은 박용택이 요구했던 옵션제외를 승낙했고, 박용택은 처음에 내세웠던 것보다 적은 금액을 받아들였다. 이렇게 박용택은 2018시즌, 한국나이로 마흔살까지 ‘평생 LG맨’으로 남게 됐다.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