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충성심’ 최정의 대형 계약 만들었다

‘자존심+충성심’ 최정의 대형 계약 만들었다

2014.11.27. 오전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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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태우 기자] FA 역사에 남을 만한 최고 기록이 탄생했다. 주인공은 최정(27, SK)이었다. 순수 보장 금액 4년 86억 원의 기록은 SK의 자존심, 그리고 SK를 향한 최정의 충성심이 만나 만들어졌다.

이번 프리에이전트(FA) 시장 최대어로 손꼽혔던 최정은 26일 원소속팀인 SK와 4년 86억 원(계약금 42억 원, 연봉 44억 원)에 전격 계약했다. 이 계약은 강민호(롯데)가 지난해 롯데와 계약하며 쓴 4년 75억 원(계약금 35억 원, 연봉 10억 원)을 뛰어넘는 FA 역사상 최고액 계약이었다. 여기에 옵션 계약도 없었다. 86억 원 모두가 보장액이었다. 이렇게 간판스타를 눌러 앉힌 SK는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강민호 이상의 계약은 예견된 일이었다. 2005년 SK의 1차 지명을 받고 프로에 데뷔한 최정은 올해까지 10년간 통산 타율 2할9푼2리, 168홈런, 634타점을 기록했다. 9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 골든글러브 3회 수상, 20-20 단골손님 등 경력도 화려하다. 한편으로는 두 차례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그리고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 출전하며 ‘대한민국 주전 3루수’로서의 이미지로 공고히 하기도 했다.

여기에 아직 20대 중반의 나이라 앞으로의 미래 가치도 충분하다는 점은 ‘100억설’의 근거가 됐다. 문제는 이런 최정에게 최고 대우를 약속할 팀이 SK 하나만은 아니었다는 것이었다. 최정은 해외 진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해외로 나가겠다고 하면 SK는 완전한 FA 신분인 최정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여기에 시장에 나가면 달려들 팀이 한 둘이 아니었다. SK로서는 원소속팀 우선협상기한 일주일 내에 모든 것을 끝내야 했다.

팀의 자존심을 최정에 걸었다. SK는 최근 몇 년간 팀의 핵심 선수들이 FA 시장에서 줄줄이 이탈했다. 팀은 ‘오버페이’보다는 합리적인 가격을 설정하는 방식을 고수했지만 이는 FA 시장에서 계속된 패전으로 이어졌다. 그 방식을 버린 첫 케이스가 지난해 정근우였지만 SK는 70억 원을 베팅하고도 한화와의 대결에서 패하며 다시 자존심을 구겼다. “SK는 내부 FA를 지키지 못한다”라는 비아냥이 이어졌다. 현재 팀 구성원들의 생각에도 별로 도움이 될 게 없었다.

그래서 최정에는 애당초 최고 대우를 해준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그만한 값어치가 있는 선수라는 것도 내부에서 공감을 했다. 모든 구단 관계자들이 시즌 중부터 최정에 대해서는 “해외로 나가지 않으면 반드시 우리가 잡는다”라고 공언했다. 여기에 최정이 해외진출은 나중으로 기약한 것을 확인하자 24일 두 번째 만남에서 아예 역대 최고 대우를 약속했다. 금액도 적혀 있지 않은, 사실상의 백지수표였다.

결정적인 것은 SK가 내민 손을 맞잡은 최정의 선택이었다. 사실 최정으로서는 시장에 나가면 SK가 제시한 금액보다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었다. 돈만 생각하면 한 번쯤 시장에 나가 자신의 가치를 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최정은 “국내 잔류라면 SK를 먼저 생각한다”라는 평소의 말을 바꾸지 않았다. 역대 최고 대우에 기분이 상할 것도 없었다. 최정은 계약 후 “SK에서 10년 동안 뛰면서 선수, 코칭스태프와 정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다른 팀으로 간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SK 관계자들의 믿음에 보답하는 계약이기도 했다. SK 구단 관계자들은 “다른 선수들은 몰라도 김광현과 최정은 다르다”라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팀의 간판으로서 책임감, 그리고 팀에 대한 충성심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해외라면 모를까, 구단이 최고 대우를 해준 만큼 최정도 국내의 다른 구단에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리고 최정은 이번 계약으로 이 믿음이 헛되지 않음을 증명했다. 손뼉이 제대로 맞아 FA 시장에 큰 울림이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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