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롯데, 성난 팬심 어찌 달래나

사면초가 롯데, 성난 팬심 어찌 달래나

2014.10.30. 오전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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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대호 기자] 롯데 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마른 들판에 불이 붙은 것처럼 롯데 구단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KIA 팬들이 5·8·8위를 기록한 선동렬 전 감독의 재계약 소식에 분노할 때에도, 한화 팬들이 소리높여 김성근 감독의 영입을 외칠 때에도 롯데 팬들은 비교적 조용했다. 아직 정해진 것이 없으니 관망하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지만 이미 가마솥은 달궈지고 있었다.


그리고 팬들의 쌓인 분노가 폭발한 건 27일이다. 한 언론의 공필성 감독 내정설 보도, 그에 따른 선수단과 구단의 갈등은 28일 자정께 선수단 성명발표로 이어졌다. 선수단은 구단 운영 책임자의 실명을 직접 거론하면서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롯데 팬들은 폭발했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 탈락에 코칭스태프는 감독을 포함, 많은 숫자가 팀을 떠나며 책임을 물었지만 프런트에서는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는 이가 없었다. 이러한 와중에 선수단의 성명발표는 팬들의 분노를 폭발시키기에 충분했다.


이후 롯데 팬들은 단체행동에 나서고 있다. 25일 포털사이트 <아고라>를 통해 프런트 총 사퇴를 요구하는 청원이 등장했다. 첫 날 반응은 크지 않았지만 28일 선수단의 성명서 발표가 있으면서 서명하는 인원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서명인원은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29일 목표했던 5000명을 훌쩍 넘겨 30일 자정 현재 6138명이 서명했다.


롯데 팬들의 행동은 온라인을 통해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는 서명운동을 넘어 이제 거리로 나왔다. 28일 사직구장 앞에서 시작된 1인시위는 릴레이로 이어졌다. 29일에는 부산 최대 번화가인 서면 롯데백화점 앞에서 계속됐다. 여기에 롯데팬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모금운동이 한창인데 롯데뿐만 아니라 나머지 구단 팬들까지 참가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롯데는 29일 오후 공식 사과문을 게재했다. "최근 불거진 구단문제와 관련해 팬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시작한 롯데 구단의 사과문은 "팀 내 각 구성원들이 좋은 성적을 내고자 노력하는 열정이 상호충돌 하였고, 결국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바람직한 성적을 내지 못한 결과, 서로 간의 크고 작은 오해가 발단이 되었다. 조속히 새 감독을 선임, 효율적인 훈련실시 등 팀 정상화에 힘쓰겠다"고 맺었다.


하지만 팬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관계자들의 직접적인 사과 혹은 해결책 제시 없이 미사여구만 늘어놨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여전히 구단과 선수는 대화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최대한 빨리 감독을 선임하겠다는 구단의 사과문은 공허한 목소리로 들린다.


선수들의 반응 역시 마찬가지였다. 성명문 작성에 참석했던 한 선수는 "구단으로부터 사과문을 낸다는 이야기조차 듣지 못했다"고 말했고, 또 다른 선수는 "우리도 팬들에게 정말 죄송하고 고개를 들 수 없다. 그렇지만 구단은 우리에게 상의도 없이 자신들의 입장만 사과문으로 밝혔다. 문제해결의 의지가 있는지 의심이 간다"고 꼬집었다.


'팬이 최우선'은 프로야구가 처음 출범했던 30년 전부터 해왔던 이야기지만 이제야 진짜 팬들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KIA, 한화의 사건은 프로야구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는 걸 방증하는 사례다. 롯데 팬들은 더욱 치열하게 구단을 압박하고 있다. 분명한 건 사과문 몇 줄로는 팬들의 분노가 풀리지 않을 것이다. 구단은 지금 롯데 팬들의 분노가 성적때문이 아니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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