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자 이전에 동반자, 김경문과 양상문

경쟁자 이전에 동반자, 김경문과 양상문

2014.10.22. 오전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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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창원, 윤세호 기자] “단순한 선후배 사이라기보다는 형 동생에 가깝죠. 항상 든든하고 배울 게 많은 형님이십니다.”

LG 트윈스 양상문(53) 감독이 지난 21일 NC 다이노스 김경문(56) 감독과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했다. 비록 지금은 각자의 승리만 바라보는 경쟁관계지만, 인생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영원한 동반자임을 강조했다.

양 감독과 김 감독은 부산 동성중, 고려대 1년 선후배 사이다. 양 감독은 김 감독에 대해 “김 감독님과는 단순한 선후배 사이라기 보다는 형 동생에 가깝다. 예전부터 항상 든든하고 배울 게 많은 형님이셨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작은 것부터 잘 챙겨주셨다. 내가 중학생 때 처음으로 안경을 쓰기 시작했는데 세수를 하다가 안경을 놓고 오면 형님이 가져다주시곤 했던 게 지금도 기억이 난다. 비록 형님이 공주고로 진학하시고, 이후 나는 부산고로 가게 됐지만, 서로 편지를 통해 안부를 주고받곤 했었다”고 과거를 돌아봤다.

고교시절 둘은 마치 운명의 장난처럼 전국대회서 우승을 놓고 격돌하기도 했다. “공주고가 전국대회 첫 우승을 할 때 우리가 준우승을 했었다. 사실 당시 우리는 결승전 당일 오전에 준결승전을 해서 조금 힘이 부친 상태였다. 아마 결승전에서 4-2로 공주고가 이겼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잊지 못할 첫 번째 맞대결을 회상했다.

둘의 인연은 금방 다시 이어졌다. “고교 졸업 후 형님과 대학에서 만났다. 배터리로 호흡을 많이 맞추지는 못했으나 꾸준히 야구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형님이 OB에 입단하시고 난 후에는 틈틈이 대학 후배들에게 맛있는 것을 사주셨다. 나뿐만 아니라 후배를 정말 장 챙겨주시는 선배님이었다.”

비록 프로 선수시절 같은 팀에서 뛰지는 못했으나, 2004년 둘은 지도자로서 한 배를 탈 수도 있었다. 2003년까지 김 감독이 두산, 양 감독이 롯데 코치를 맡고 있었는데, 롯데는 2004시즌 새 사령탑으로 김 감독을, 수석코치로 양 감독을 계획한 바 있다. 그러나 두산이 김 감독에게 갑작스럽게 지휘봉을 주면서 김 감독의 롯데행은 이뤄지지 않았고, 양 감독이 롯데 사령탑에 올랐다.

바통터치가 일어날 수도 있었다. 2011시즌 8년 동안 두산을 이끌었던 김 감독이 시즌 도중 사퇴했고, 양 감독은 2012시즌 두산의 새로운 사령탑 후보였다. 양 감독은 얼마 전 “그 때 발표 당일까지 기자들에게서 전화가 왔었다. 내가 감독 후보에 있었던 것은 알고 있었지만, 두산이 최종적으로 선택한 사람은 내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3년이 지났고, 두 감독은 가을잔치의 주인공으로서 명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양 감독은 “사실 미디어데이에서 형님과 인연을 이야기할까 고민하기도 했었다. 이런 무대에서 형님과 만나 정말 기쁘다. 물론 김 감독님은 이미 많은 것을 이루신 분이다. 김 감독님과 내 위치는 차이가 많이 난다. 그래도 함께 야구로 성공하기 위해 땀 흘렸던 형님과 중요한 경기를 한다는 게 기분이 참 좋다”고 김 감독과의 인연을 소중히 간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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