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룡 감독, "한화 와서 징크스 생겼어"

김응룡 감독, "한화 와서 징크스 생겼어"

2014.08.29. 오전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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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상학 기자] "사람이 약해지니까…".

야구인들은 징크스에 아주 민감하다. 매일 경기가 열리는 프로야구의 특성상 작은 행동과 습관 하나라도 승리와 연관되면 반복해서 한다. 반대로 경기를 패하면 같은 행동을 절대 하지 않는다. 김성근 고양 감독을 비롯해 상당수 야구 감독·코치·선수들은 크고 작은 징크스들을 갖고 있다. 그러나 징크스가 없는 야구인들도 있는데 한화 김응룡(73) 감독이 대표적이었다.

그런데 김 감독에게 이제는 징크스가 생겼다. 지난 28일 대전 넥센전을 앞두고 취재진을 만난 김 감독의 유니폼 바지는 밑단부터 몇 군에 얼룩이 있었다. 한 취재진이 이를 이야기하자 김 감독은 "4일째 같은 바지를 입고 있다"고 쑥스럽게 웃어보였다. 이유에 대해 "팀이 계속 이기고 있잖아"라고 답했다. 징크스가 생긴 것이다.

한화는 지난 26일 광주 KIA전을 시작으로 27~28일 대전 NC전까지 3연승을 달리며 탈꼴찌 희망을 높였다. KIA전에서 입었던 바지를 대전에 온 후에도 계속 입으며 남몰래 승리에 대한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보통 감독들의 유니폼은 여벌이 항상 준비돼 있지만 김 감독은 굳이 얼룩진 바지를 계속해 입었다.

김 감독은 "그냥 (옷걸이에) 걸려있는 바지를 계속 입은 것"이라며 짐짓 징크스가 아닌 척 했지만 "난 원래 징크스 같은 게 없었다. 다른 감독들이 속옷이 누래지도록 입고, 수염을 계속 기르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저거 왜 저러나 싶었다. 그런데 이제는 이해된다. 사람이 약해지니까…, 나도 징크스가 생기더라"고 말했다.

"한화에 와서 징크스가 생겼어. 여기 와서 계속 지니까 사람이 약해지더라. 사람 마음이 약해지면 점을 보러 가고, 재수 같은 것을 생각하지 않나. 징크스를 따지는 사람들의 심리가 왜 그런지 이제서야 이해가 간다"는 것이 백전노장 김 감독의 솔직한 고백이자 깨달음이었다.

해태와 삼성 시절 김 감독은 징크스가 없는 게 당연했다. 특히 9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낸 해태 시절에는 더욱 그랬다. 김 감독은 "해태에서는 고사 같은 것도 지내지 않았다. 굳이 그런 것을 할 필요가 없었다. 고사도 삼성에 와서 처음 지냈다"고 추억을 반추했다. 굳이 징크스를 신경 쓰지 않아도 언제나 강한 전력으로 쉽게 승리를 거머쥐었다.

하지만 한화에 와서는 약한 전력 탓에 연일 지는 경기가 반복됐고, 1승에 목마른 김 감독은 어느 순간 징크스에 매달려 있었다. 김 감독은 '내일도 이 바지를 입을 것인가'란 질문에 머뭇거리만 할 뿐 대답하지 않았다. 한화가 이날 경기에 졌으니 29일 넥센전에는 깨끗하게 세탁된 바지를 입고 나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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