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를 부르는 LG의 '다크나이트' 신재웅

승리를 부르는 LG의 '다크나이트' 신재웅

2014.08.27. 오후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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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윤세호 기자] “재웅이가 올라오면 우리가 이기곤 한다. 예상이 기분 좋게 적중할 때가 많다.”

7승 2패 평균자책점 3.68. 선발투수의 기록이 아니다. LG 불펜 좌투수 신재웅(32)의 기록이다. 승률 7할7푼8리의 신개념 롱맨 신재웅이 승리를 부르고 있다. LG가 리드하고 있을 때는 물론, 동점이거나 끌려가고 있을 때도 신재웅이 등판하면 LG가 승리한다. 좌타자든 우타자든, 주자가 있든 없든, 1이닝에서 3이닝까지, 상황을 가리지 않고 호투한다. 신재웅으로 인해 LG는 선발진과 불펜진 모두 여유를 얻었고, 언제든 승리공식을 가동할 수 있게 됐다.

사실 롱맨은 주목받기 힘든 자리다. 선발투수가 퀄리티스타트를 찍고 팀이 리드하고 있으면 보통 필승조가 마운드에 오른다. 롱맨은 선발투수가 조기강판 당하거나 큰 점수차로 뒤지고 있을 때 등판한다. 긴 이닝을 책임지는 패전처리의 색이 짙다. 그런데 신재웅은 일반적인 롱맨과는 다르다. 원포인트릴리프 처럼 좌타자만 잡고 내려가는 가하면, 이기고 있지만 이미 전날 경기서 불펜진을 소모했을 때는 길게 던지며 홀드를 올린다. 물론 조기강판 당한 선발투수의 뒤를 이어 등판할 때도 있다. 그러면 타선이 점수를 뽑아 역전하고 신재웅은 승리투수가 되곤 한다.

양상문 감독 부임 후 급격히 좋아지고 있는 LG 마운드지만, 사실 구성이 완벽하다고 보기는 힘들다. 불펜진은 양과 질 모두 리그 최정상급이지만, 선발진은 코리 리오단과 우규민에게 기대는 부분이 많다. 류제국과 에버렛 티포드가 기복을 보이고 있고, 마지막 5선발 자리도 한 달 전 신정락의 1군 복귀로 겨우 메웠다. 게다가 티포드는 어깨와 손가락 부상으로 최근 한 달 동안 단 한 번 선발 등판했다. 결론적으로 올 시즌 LG 선발진은 안정적이지 못하다. 지난 시즌 선발투수 세 명이 두 자릿수 승을 올리고, 네 명이 각각 110이닝 이상을 소화한 것과는 천지차이다.

보통 이렇게 선발진이 불안하면 불펜에 과부하가 가기 마련이다. 선발진은 약하지만 불펜진이 강한 팀은 더 그렇다. 이기기 위해 불펜 필승조 투수들을 당겨쓰고 연투시킨다. 그러다가 정말 승부를 걸어야할 시즌 막바지에 힘을 쓰지 못한다. LG도 선발진만 놓고 보면 이러한 우려를 피할 수 없다. 팀 퀄리티스타트 39회로 9개 구단 평균보다 2회 많고, 선발투수의 경기당 평균 소화이닝도 5이닝으로 리그 평균이다. 기록만 놓고 봐도 빼어난 선발진이라고 보기 힘들다.

하지만 LG는 선발진 약점을 신재웅으로 극복하고 있다. 선발투수가 긴 이닝을 소화하지 못하면 신재웅이 1+1으로 붙어서 6, 7이닝까지 끌어준다. 신재웅이 불펜투수임에도 7승을 기록하고 있는 원인도 여기에 있다. 많은 이닝을 소화하면서도 실점하지 않고, 빠른 승부로 야수들의 집중력을 유지시켜 주니 역전극이 만들어진다. 올 시즌 패스트볼 구속이 증가하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타자를 잡아가는 한편 볼넷은 줄어들었다. 볼넷 하나 당 삼진 비율 1.59로 이 부문 커리어하이를 기록 중이다. 시즌 중 양상문 감독과 강상수 투수코치의 지도에 따라 릴리스포인트를 앞으로 당기니 구위가 향상됐다.

LG 양상문 감독은 지난 26일 “마운드를 운영하는 데 있어 선발투수 다음에 어느 투수를 넣느냐가 가장 고민되고 힘들다. 아마 모든 감독들이 이 부분에 있어서 애를 먹을 것이다. 특히 선발투수가 2회만 던지고 내려가 버리면 경기 후반 7, 8, 9회에 대한 계산이 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얼마 전 최근 상승세를 이끈 LG 선수 한 명만 꼽아달라는 질문에 “다 잘한다. 야수도 잘했고 투수들도 잘해줬다. 그래도 굳이 한 명만 꼽자면 투수쪽에서 재웅이를 꼽고 싶다. 재웅이가 올라오면 우리가 이기곤 한다. 예상이 기분 좋게 적중할 때가 많다”고 웃었다.

크게 돋보이지는 않아도 신재웅이 있기에 LG 마운드는 과부하 없이 안정적으로 돌아간다. 2012시즌과 2013시즌 후반기 다섯 번째 선발투수로 도약, 선발진을 구원했던 신재웅이 올 시즌에는 LG 투수진 전체를 구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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