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30호포' 박병호, 드라마 쓰는 4번타자

'우여곡절 30호포' 박병호, 드라마 쓰는 4번타자

2014.07.12. 오전 06:18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 '우여곡절 30호포' 박병호, 드라마 쓰는 4번타자_이미지
AD



[OSEN=고유라 기자] 프로야구에서 4번 타순이라면 팀의 주축 타자들이 들어가는 자리다.

대부분 거포형 선수가 4번에 기용되기 때문에 유달리 4번 자리에서는 팀의 운명을 뒤집어놓거나 개인의 스토리가 담겨있는 홈런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넥센 히어로즈 4번타자 박병호(28) 역시 마찬가지다.

박병호는 지난 11일 목동 NC전에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이전 경기까지 7월 타율이 2할을 밑돈 박병호는 결국 염경엽 감독과의 면담 끝에 스스로 자부심을 갖고 있던 4번타자 연속 선발 출장 기록을 339경기에서 멈췄다.

박병호는 이날 보통 경기에 나서기 전에 선수들이 하는 훈련을 하지 않았다. 본인도 어색해했고 지켜보는 사람들도 안타까워할 만큼 힘들어 보였다. 그는 2011년 시즌 마지막 2경기를 수술 때문에 결장한 것을 제외하면 2011년 8월 5일부터 지난 10일 청주 한화전까지 모든 경기에 4번타자로 나서왔다.

경기 중간에도 플레이하는 선수들을 바라보며 스윙을 하고 깊이 생각에 잠겨 있던 박병호는 8회 1사에서 대타로 나왔다. 팀이 5-1로 앞서 있는 만큼 마음껏 휘둘러보라는 염 감독의 배려였다. 그는 1S3B의 상황에서 몸쪽 132km 체인지업을 힘껏 잡아당겨 좌월 홈런(비거리 120m)을 쏘아올렸다.

그의 시즌 30번째 홈런은 그렇게 탄생했다. 12경기 만의 홈런이었다. 그토록 터지지 않던 30번째 홈런은 그가 마음을 비우고서야 터졌다. 그는 이승엽, 우즈, 마해영에 이어 역대 4번째 3년 연속 30홈런 기록을 달성한 뒤에야 밝게 웃으며 덕아웃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류영수 투수코치 품에 안겼다.

다른 스타 선수들과 달리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타팀으로 옮기고서야 제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잡초 같은 4번타자. 박병호는 이날 또 한 번 드라마를 썼다.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비워야 찬다'는 인생의 의미를 돌이켜보게 한 그의 홈런이었다.



[Copyright ⓒ 한국 최고의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전문 미디어 OSEN(www.osen.co.kr) 제보및 보도자료 osenstar@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