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투수교체' 이만수 승부수 통한다

'과감한 투수교체' 이만수 승부수 통한다

2014.04.21. 오전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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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태우 기자] SK의 마운드가 빨라졌다. 구속도, 투구 템포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다. 교체 타이밍이 기민해졌다. 이는 시즌 초반 몇 차례 성공으로 이어지며 팀의 호성적을 뒷받침하고 있다. 3년차에 접어드는 이만수 SK 감독의 변신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SK는 올해 마운드의 힘이 한층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SK 마운드는 유독 고전했다. 부상 선수들도 많았고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한 선수들도 많았다. 힘을 내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한결 나아졌다. 투수들의 컨디션이 대부분 좋다. 여기에 또 다른 차이점도 발견할 수 있다. 이만수 감독의 투수교체 타이밍이다. 요약하면 과감해졌고 빨라졌다. 던지는 승부수가 성공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졌다.

변화는 기록에서 읽을 수 있다. SK는 지난해 총 25차례의 퀵후크(3실점 이하를 기록한 투수를 6회 이전에 강판시키는 것)를 기록했다. 이는 이 부분 1위 LG(45회)보다 20차례나 적었고 리그 평균(34회)보다도 훨씬 적은 기록이었다. 선발투수가 되도록 오랜 이닝을 소화하길 원하는 이 감독의 성향이 잘 드러났다. 웬만해서는 5회 이전에 내리는 일도 없었다. 불펜에 대한 부담도 이 감독의 이런 선택을 강요한 부분이 있었다.

SK보다 퀵후크 횟수가 적었던 팀은 NC(22회)와 삼성(24회) 뿐이었다. 하지만 이들과 SK는 온도차가 있었다. NC와 삼성은 지난해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선발진을 구축한 팀들이었다. 6회 이상을 충분히 끌어줄 수 있는 선발투수들이 많았다. 굳이 손을 대지 않아도 됐다는 의미다. 하지만 SK는 5회가 넘어가면 선발투수들이 급격히 흔들렸다. 이만수 감독의 투수교체 타이밍에 논란이 자주 일었던 이유다.

SK의 지난해 선발투수들의 1~3회 피출루율은 3할3푼3리로 리그 평균(.347)보다 꽤 많이 낮았다. 그러나 4~6회 피출루율은 3할4푼7리로 리그 평균(.349)에 거의 근접했다. 크리스 세든을 제외하면 6회 이후에도 안정적인 투구를 펼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았다. 조조 레이예스는 고질적인 제구문제가 있었고 김광현 윤희상은 완벽한 몸 상태가 아니기에 구위가 떨어지는 속도가 한창 좋을 때보다 좀 더 빨랐다. 백인식은 기복이 있었다.

이런 선발진을 밀고 가다 위기가 찾아왔고 그 후 부랴부랴 불펜을 가동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달라졌다. 굳이 5회를 채우지 않더라도 상황에 따라 선발투수를 교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1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로스 울프가 5회 위기를 맞자 주저없이 교체 사인을 냈다. 12일 대구 삼성전에서도 조조 레이예스에 대한 인내심을 5회 1사에 끝냈다. 19일 문학 KIA전에서는 1이닝만 더 던지면 승리투수 요건을 갖출 수 있었던 윤희상을 5회에 교체했다. 지난해 같았으면 상상하기 어려웠을 교체 타이밍이었다.

그런데 이런 움직임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 11일 경기에는 결국 울프의 난조를 불펜 투수들이 메우며 승리했다. 19일 경기에서도 윤희상의 바턴을 이어받은 윤길현이 KIA의 추격을 잠재운 끝에 리드를 지킬 수 있었다. 결과론적으로 이 감독의 기민한 투수교체 운영이 성공을 거둔 셈이 됐다.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불펜 전력이 어느 정도 안정화가 됐다. 마무리 박희수가 건재하고 윤길현이 지난해 이상의 컨디션이다. 박정배 진해수까지 네 명의 필승조가 완성됐다. 네 선수는 모두 1이닝 이상을 던질 수 있는 선수들이다. 선발이 5회에 내려가도 버틸 수 있다는 계산이 선다. 불펜 투수들의 앞뒤 일정에 여유가 있다는 가정 하에 이 감독이 좀 더 강한 승부수를 던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경험으로 쌓은 직감도 하나의 이유로 손꼽힌다. 레이예스가 대표적이다. 레이예스는 제구에 문제를 가지고 있다. 좀처럼 교체 타이밍을 잡기 어려운 투수지만 1년간 레이예스를 지켜본 이 감독은 좀 더 정확한 교체 타이밍을 찾아가고 있다.

투수 출신이 아닌 이 감독 스스로가 투수를 보는 눈도 많이 넓어졌다는 평가다. 이 감독은 울프의 교체 사유로 “공이 날린다”라는 말을 했고 조기 교체는 모두 성공했다. 기계적으로 몇 이닝을 정해두기보다는 그날 구위를 보고 좀 더 적극적인 개입에 나서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이 감독의 승부수가 앞으로도 계속 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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