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 날린 한승혁, KIA의 희망 보여줬다

아픔 날린 한승혁, KIA의 희망 보여줬다

2014.04.21. 오전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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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태우 기자] “참 오래 걸렸네요”

한승혁(21, KIA)은 씁쓸하게 웃었다. 그간 자신이 걸어왔던 고됐던 길이 프로데뷔 후 첫 승과 함께 떠오르는 듯 했다. 한승혁은 “굉장히 힘들었다”라는 말로 그간의 모든 마음고생을 압축시켰다. 하지만 그래서 더 의미가 깊은 첫 승이었다. 마운드에서 던지기를 간절히 소망하던 이 어린 선수는 특유의 불꽃 직구로 그간의 아픔과 설움을 확 날렸다.

덕수고 시절부터 초고교급 투수로 이름을 날렸던 한승혁이었다. 메이저리그(MLB) 스카우트들이 눈여겨본다는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앞길이 창창한 것 같았다. 하지만 오른쪽 팔꿈치는 이미 그 때부터 정상이 아니었다. 3학년 때는 정상적인 투구가 불가능했다. 고교 유망주가 망가지는 전형적인 패턴을 밟고 있었다. 2011년 신인지명회의에서 KIA의 1라운드(전체 8순위) 지명을 받았지만 곧바로 수술대에 올랐다.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초고교급 투수’라는 수식어가 사라지는 것은 금방이었다. 꿈에도 그리던 프로 유니폼을 입은 직후 받은 수술은 모든 것을 날렸다. 꼬박 1년을 재활에만 매달려야 했다. 한승혁은 “굉장히 힘들었다. 재활이 쉽지 않았다”라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재활은 잘 끝났지만 이번에는 경기 감각이 문제였다. 한승혁은 “수술을 받은 앞뒤로 2년을 경기에 나가지 못했다. 감을 찾는 데 시간이 걸렸다. 원래 공을 찾기가 어려웠다”라고 털어놨다.

한승혁이 첫 승의 모든 공을 부모님께 돌리는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많은 이들이 한승혁을 잊어갈 때, 항상 옆에서 아들을 응원해 준 이는 부모님 밖에 없었다. 한승혁의 아버지는 배구스타로 이름을 날렸던 한장석 전 대한항공 감독이다. 부상과 재활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잘 알고 있는 아버지는 한승혁을 다그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뒷바라지만 할 뿐이었다. 한승혁은 “부모님께서도 (재활이) 힘든 것을 아신다. 많이 챙겨주셨다”라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랬던 한승혁은 화려하게 날아올랐다. 지난 15일 광주 한화전에서 데뷔 후 첫 선발 등판해 5이닝 1실점으로 잘 던졌던 한승혁은 두 번째 기회였던 20일 문학 SK전에서 6⅔이닝 1실점으로 프로데뷔 후 첫 승리를 따냈다. 제구는 썩 좋지 않았지만 최고 153㎞에 이르는 강력한 직구로 한참 물이 올라 있던 SK 타선을 찍어 눌렀다. 그간의 모든 고생을 보상받는 순간이었다. 경기, 그리고 승리에 목말라있었던 이 차세대 에이스 후보는 “후회 없이 던졌다”라고 했다.

한승혁의 최고 장점은 알고도 쉽게 공략하기 어려운 빠른 직구와 어린 선수답지 않은 배짱이다. 한승혁은 “떨리는 것은 없었다”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벤치도 믿음을 심어줬다. 5회 2사 만루에서 마운드에 오른 김정수 투수코치는 공을 받아들기 보다는 “후회하지 않는 피칭을 해라. 후회하면 나중에 남는 것이 없다”라고 한승혁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눈빛을 반짝인 한승혁은 박재상에게 연거푸 5개의 직구를 던져 삼진으로 잡아내고 위기를 넘겼다. 설사 맞는다 하더라도 자신이 던질 수 있는 최고의 공을 던졌다. 후회는 없었고 그렇게 한 단계 성장했다.

시원시원한 승부로 눈길을 사로잡은 이 당찬 청년에게는 큰 박수가 쏟아졌다. 선배들을 대신해 KIA의 기백과 투지를 보여준 한승혁에 대한 진심 어린 찬사였다. 한승혁은 “프로에 와서 처음으로 이렇게 큰 환호를 받아본다”라고 생긋 웃으면서 “앞으로는 그런 소리를 많이 들어보고 싶다”라며 조심스러운 출사표를 던졌다. 아픈 기억에서 얻은 교훈을 잊지 않는다면, KIA 팬들의 환호는 쭉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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