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위협-마약카르텔, 푸이그의 쿠바 탈출 비화

살해위협-마약카르텔, 푸이그의 쿠바 탈출 비화

2014.04.15. 오전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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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해위협-마약카르텔, 푸이그의 쿠바 탈출 비화_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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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LA( 미국 캘리포니아주), 박승현 특파원]LA 다저스 외야수 야시엘 푸이그의 충격적인 쿠바 탈출기가 공개됐다. 1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LA지역의 월간 잡지인 LOS ANGELES MAGAZINE은 자사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쿠바로부터의 탈출: 다저스를 향한 야시엘 푸이그의 비화’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제시 캐츠 기자가 약 5개월 간에 걸쳐 취재한 내용은 미국과 중남미의 범죄 조직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 팬들에게는 가히 충격적인 내용이다.

그 동안 푸이그의 미국 입국과정은 ‘멕시코에서 메이저리그 포스팅에 임한 뒤 미국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로 들어와 쿠바 난민 자격을 획득했다’는 정도로만 알려졌었다. 푸이그 자신도 현지 미디어 관계자들이 망명 과정에 대해 질문할 때 마다 극구 이에 대한 대답을 꺼려했다.

캐츠 기자의 취재에 의하면 푸이그를 쿠바로 부터 탈출 시킨 이들은 마약 밀매조직이다. 그것도 멕시코에서 가장 악명 높은 마약 카르텔 중 하나인 로스 제타스 카르텔의 영향 아래에 있었던 밀수꾼들이었다.

이들 밀수꾼들은 2012년 6월 13일(이하 한국시간) 푸이그를 마약밀반입에 사용하는 스피드 보트에 태워 쿠바의 한 해안으로 부터 멕시코 유카탄 반도로 데려왔다.

어떻게 푸이그가 이들 마약 밀매조직과 연결될 수 있었을까. 라울 파체코라는 인물이 우선 등장한다. 마이애미에 사는 에어컨 수리 및 재활용업자다. 쿠바에서 망명해온 인물이면서 신분도용과 강도미수 혐의로 보호관찰 중인 사람이기도 하다.

파체코는 푸이그의 상품성에 관심을 가졌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그를 데려올 수 있다면 돈 벌이가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마약 밀매조직에게 ‘푸이그를 쿠바에서 탈출 시켜주면 25만 달러를 지불하겠다’고 제안했다. 대신 푸이그에게는 ‘미국으로 데려와 주겠다. 조건은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을 통해 발생하는 수입의 20%를 내게 달라’고 했다.

푸이그는 이에 동의했고 마침내 멕시코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들이 가까운 미국 본토를 놔두고 굳이 제 3국인 멕시코로 간 이유는 메이저리그 규정 때문이다. 쿠바를 탈출한 선수는 제 3국에 주소가 없으면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할 수 없다.

이미 앞서 거의 1년에 걸쳐 최소한 4번이나 쿠바 탈출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던 푸이그가 마침내 멕시코 땅을 밟기는 했지만 더욱 험한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스피드 보트를 운행한 마약 밀매범들은 푸이그 일행(함께 보트에 탔던 쿠바 난민)을 유카탄 반도 해안에서 조금 떨어진 이슬라 무제레스라고 하는 곳을 데려갔다. 이들 조직이 마약밀반입 때 베이스로 이용하는 곳이었다. 푸이그는 이 곳 한적한 호텔에 머물게 됐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마이애미에 있는 파체코가 약속한 날짜에 25만 달러를 지불하지 않은 것이다. 마약 밀매범들은 파체코와 통화하면서 매일 1만 5,000달러에서 2만 달러 씩 푸이그의 몸값을 올렸다. 지불이 늦어지는 만큼 더 달라는 논리였다.

푸이그와 함께 탈출했던 유니오르 데스페인은 당시 상황에 대해 “밀매범들이 점점 참을성을 잃었다. 언제든 마체테(날이 넓고 무거운 칼)로 야구를 다시 할 수 없도록 푸이그의 팔이나 손가락을 자를지 몰랐다”고 말했다.

여기서 또 한 번 영화와 같은 일이 벌어진다. 마이애미에 있던 파체코가 스폰서를 구한 것이다. 그는 마약밀매범들에게 약속한 돈을 지불하는 대신에 해결사를 푸이그가 머물고 있던 이슬라 무제레스로 보냈다. 해결사들은 그 곳 호텔을 급습하여 마치 푸이그를 납치하듯 어디론가 데려갔다. 그리고 며칠 후에는 푸이그가 멕시코시티에 모습을 드러냈고 그 곳에서 포스팅에 임할 수 있었다.

그럼 어떻게 해서 파체코는 푸이그에게 접근할 수 있었을까. 파체코는 푸이그와 함께 탈출한 데스페인을 이용했다. 데스페인은 전직 쿠바 국가대표 복싱선수이자 푸이그와는 유스 스포츠아카데미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하지만 데스페인은 처음 파체코의 제안을 받고 망설였다고 한다. 한 달에 겨우 17달러만 받을 수 있는 쿠바에서의 야구선수 생활에도 불구하고 푸이그가 쿠바를 탈출하는 것에 대해 내켜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푸이그와 그의 모친은 쿠바에서 탈출 시켜주겠다며 자신에게 접근했던 사람을 당국에 신고, 7년 형을 받게 했다.

데스페인은 “무엇보다도 내 자신이 쿠바에서 탈출하고 싶었기 때문에 푸이그에게 접근했다”고 말했다. 데스페인은 처음, 푸이그에게 수백 달러 씩 돈을 건넸다. 파체코가 보내준 돈이었다.

마침내 데스페인은 탈출 이야기를 꺼내면서 “나를 밀고하고 싶으면 해라. 하지만 나도(네가 돈을 받았다고)밀고하겠다”고 말했다. 푸이그는 쿠바 탈출에 동의했고 그 동안 파체코로부터 전해진 돈은 3만 달러에 이르렀다.

푸이그가 멕시코 시티에서 포스팅에 임한 뒤 LA 다저스와 계약한 것으로 모든 일이 끝났을까. 그렇지 않다. 데스페인에 의하면 푸이그는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뒤에도 마약밀매 조직원들에게 한 동안 살해 위협을 받았다. 파체코가 보낸 해결사들에게 푸이그를 빼앗긴 바로 그들이다.

데스페인은 마이애미에서 이들 마약밀매 조직이 보낸 사람이 권총으로 옆구리를 찌르며 “푸이그에게 그 돈을 갚지 않는다면 우리가 죽여버리겠다고 전해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 데스페인은 또 푸이그가 운전하는 승용차 옆자리에서 푸이그가 파체코와 함께 푸이그의 후원자(푸이그가 미국에 난민 신정을 할 때 함께 재정보증한)인 질베르토 수아레스와 통화하는 것을 들을 적이 있다. 당시 푸이그가 수아레스에게 “(마약 밀매범들의)위협을 멈추게 해달라”고 했고 수아레스는 “걱정하지 마라. (마약 밀매범들의 두목인)얀드레이 레온은 ‘중립적’으로 됐다”고 했다는 것.

이 통화를 들은 한 달 뒤 레온은 멕시코 칸쿤의 한 도로가에서 온 몸에 총을 13발이나 맞은 시신으로 발견 되었다. 데스페인은 이에 대해 “이 살인 사건에 대해 푸이그의 후원자들이 연관되었다는 증거는 없다”며 “아마 그들 후원자들은 마약 밀매업자들이 요구한 돈을 지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애미 법원에 제출된 서류에 의하면 푸이그는 다저스와 계약한 후 파체코 등 자신의 후원자들에게 130만 달러를 지불한 것으로 돼 있다. 푸이그는 다저스와 7년간 4,200만 달러에 계약했다.

한편 푸이그는 캐츠 기자와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겪은 이런 사연들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은 채 쿠바에서 마이애미로 여행했다고만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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