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SK 감독대행, "웃음을 잃어 버렸어"

이만수 SK 감독대행, "웃음을 잃어 버렸어"

2011.08.19. 오후 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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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부산, 강필주 기자]"말하는 것이 무섭다."

웃음기가 사라진 얼굴로 나타난 이만수(53) SK 감독대행이 사령탑 첫 날의 감회를 밝혔다.

우천연기가 결정된 19일 사직구장 원정 덕아웃에서 만난 이만수 감독대행의 표정은 썩 밝지 못했다. 전날(18일) 정신 없이 치렀던 사실상 사령탑 데뷔전이었던 문학 삼성전의 여파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날 취재진을 보자마자 "말하는 것이 무섭다"며 최대한 말을 자제했을 정도.

이 대행은 감독대행으로서 데뷔전이었던 전날 문학 삼성전에 대해 "경기 운영은 별다른 것이 없었다. 2군에서도 계속 해왔던 것이다. 단지 관중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돌아봤다. 실제로 비록 0-2로 패했지만 전체적인 운영에는 큰 무리가 없었다는 평가였다.

이어 "투수들은 잘해줬다. 그러나 타자들이 잘 안맞는다"면서 "상체와 팔만 가지고 치는 경향이 있는데 하체를 이용하라고 말했고 갖다대는 타격은 하지 말고 자신있게 돌리라고 주문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경기 중 팬들의 반응에 대해서는 상당히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관중 난입으로 3차례나 경기가 중단됐다. 김성근 감독을 밀어낸 데 대한 성난 관중들의 욕설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했다. 경기 후 그라운드로 난입한 팬들이 불까지 질렀을 정도. 팬들에 의해 구단버스까지 파손돼 선수단은 경기 후 KTX 광명역까지 개별적으로 이동해야 했다. 이 대행은 정상호의 차를 얻어탔다. 항상 팬들의 환호에만 익숙했던 이 대행에게는 낯선 광경이었고 충격이었다.

게다가 이 대행은 전날 경기 후 지인들로부터 많은 질책성 전화를 받았다. 대부분 '웃음'과 '인터뷰 내용'에 대한 것. 실제로 이 대행은 전날 경기에 앞서 만난 류중일 삼성 감독과 만났을 때 평소처럼 함박 웃음을 지었다. 또 인터뷰 때 대행이라고 보기에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많은 비전을 내놓았다. 이는 김성근 감독의 갑작스런 퇴진을 안타까워 하던 팬들의 마음을 자극했다. 이날도 사직구장에 들어오면서 화난 팬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했다고.

"사실 어제 하루종일 밥 한끼를 먹지 못했다"고 밝힌 이 대행은 "대전에서 사장님께 전화를 받고 2시간 넘게 택시를 타고 올라왔다. 경기장에 나와보니 취재진들이 있더라. 그런데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면서 "난생 처음 그런 상황을 대해서 그런 건지 계속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웃는 것이 습관이 돼서 그런 것 같다. 미국에 있을 때 뒤에서는 울었지만 앞에서는 계속 웃었다. '빅스마일'이란 별명을 얻을 정도였다. 장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도 사람들 앞에서 웃어야 했다. 그런 습관이 저절로 나온 것 같다"는 그는 "이제 '그런 실수를 하면 안되는구나. 이제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구나'라는 것을 알게 됐다. 포커페이스를 지어야 한다는 것에 이제는 공감한다"고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감독대행 공식 기자회견에 대해서도 "레전드 때와는 달라야 하는데 얘기를 하다보니 실수를 한 것 같다"고 후회했다.

이 대행은 마지막으로 취재진과 작별 인사를 한 후 돌아서며 혼잣말로 "웃음을 잃어 버렸어"라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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