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도전이 즐겁다"는 최유하...'이,기적인 남자'를 만나다

[Y터뷰] "도전이 즐겁다"는 최유하...'이,기적인 남자'를 만나다

2018.11.18. 오전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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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도전이 즐겁다"는 최유하...'이,기적인 남자'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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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은 설렘과 두려움이 함께 공존할 수밖에 없는 단어다. 그렇지만 연극과 뮤지컬계에서 쌓은 입지를 뒤로하고 새롭게 영화계에 도전장을 내민 배우 최유하는 도전 앞에 "굉장히 좋다"고 활짝 미소 짓는 사람이었다.

지난달 개봉한 영화 '이,기적인 남자'(감독 김재식)로 첫 영화 주연을 맡은 최유하는 2005년 뮤지컬 '풋루스'로 데뷔했다. 이후 뮤지컬 '삼총사' '킹키부츠' '난쟁이들' '사의 찬미' 연극 '날 보러와요' '안녕, 여름' '카포네 트릴로지' '판'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관객들과 소통했다. 무대에서 늘 새롭고 신선한 매력을 보여줬던 그는 '이,기적인 남자'에서도 사회적 통념을 깨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미현 역을 맡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작품은 결혼 10년 차 아내 미현(최유하)과 눈독 들이고 있는 조교 지수(조은빛)까지 두 여자 다 내 사람이라고 믿고 있던 이기적인 남자 재윤(박호산)이 아내에게도 애인이 생겼다는 사실을 깨닫고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10년째 제멋대로, 이기적인 남자인 재윤과 결혼 생활을 이어가던 미현은 본인도 본능적으로 살아보자 마음먹게 된다. 이 같은 미현의 다짐은 영화 속 갈등을 유발함과 동시에 통쾌함을 안긴다.

최유하는 극 말미 미현의 심경이 담긴 마지막 대사를 직접 썼다. 재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만큼, 미현의 서사가 영화 속에서는 잘 담기지 않았지만 스스로 캐릭터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할 말이 생겼고 이를 직접 꾹꾹 눌러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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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기적인 남자'에는 어떻게 출연하게 됐는가?
최유하(이하 최) : 김재식 감독님께서 프로필 사진을 보고 미현과 이미지가 맞는다고 생각해서 미팅 겸 오디션을 제안했다. 두 번 정도 만났고, 제가 미현과 이미지나 톤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을 하신 거 같더라. 그래서 참여를 하게 됐다.

Q: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는가?
최: 통쾌한 인물이다. 큰소리를 치거나 싸우는 건 아니지만 조용하게 한 방을 먹이는 캐릭터라서 굉장히 하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역할이 마음에 무척 들어서 꼭 했으면 했다.

Q: 박호산과의 호흡은?
최 : 박호산 선배도 연극 무대를 오래 섰다. 선배보다는 아니지만 나도 무대를 했다. 같이 무대에 선적은 없었지만 알고는 있었다. 그래서 반가움이 컸다. 조금 더 기대고 의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첫 촬영 때 '경험이 많이 없으니까 도와 달라'고 말했는데 '그러겠다'고 하더라. 같이 연기하는데 있어 불편함은 하나도 없었다. 선배의 배려였을지 모르겠지만 촬영이 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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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미현의 마지막 대사가 인상적이었다. 그 부분을 직접 썼다고? (최유하는 극 말미 등장하는 미현의 대사인 '당신은 왜 내가 당신이랑 이혼하고 싶어 하는지는 알아? 자기만 사랑하는 사람과 사는 게 힘들어. 지금 내가 이런 말 하는 거 쪽팔리는데 결혼하고 나는 없더라. 결혼한 남자, 아내를 가진 이재훈을 완성하는 부품 같은 거지. 이제 와서 당신은 내 안에 있는 당신 아이라 하고 혼자서 이름을 정하고 그걸 나한테 통보하고 가족을 가진 남자 이제훈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싶어 하는 거 같아. 당신이 늘 그렇게 살았던 거처럼 나도 본능적으로 살아보고 싶어'를 직접 썼다)
최: 감독님께서 처음 미현을 설명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이 속을 알 수 없어서 재윤에게 더 자극을 주고 성질나게 하는 인물이라고 했다. 그렇게 저만의 서사를 쌓아갔는데 감독님이 써준 마지막 대사는 저에게는 모자랐다. 조심스럽게 직접 쓴 대사를 보여줬고 감독님도 흔쾌히 그걸 받아들여 줬다.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을 해서 좋았다.

Q: 미현은 사랑을 찾아 떠나는 당당한 여성인데, 실제 사랑 앞에서 최유하는 어떤 사람인가?
최: 솔직한 편인 거 같다. 저 자신도 미현과 같은 변화가 있었다. 닫혀있고 통제했다. 규율이나 제도권 안에서 맞는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많이 벗어났다. 사랑에서도 비슷하다. 그전에는 어떤 감정이 찾아왔을 때 사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렇게 닫혀있는 편은 아니다. 본능적으로 살아가려는 미연처럼 되기 위해 엄청 노력하고 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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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결말이 파격적이었다. 극 중 미연과 사랑에 빠진 지수와 재윤까지 세 명이 함께 사는 모습으로 막을 내리는데?
최: 그 장면을 맨 처음에 찍었다. GV(관객과의 대화) 때 관객들이 질문하는 걸 들으면서도 안심했던 부분은 결말이 충격적이었지만 흥미롭게 봤다는 점이었다. 또 다른 가족의 형태로 보는 분들도 있더라. 미연은 호적 때문이라도 재윤이 필요했던 것 같다. 사실 저 자신은 세 사람이 같이 사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아서 감독님하고 많은 얘기를 했다. 황당해하는 분도 있고 재밌다고 하는 분도 있었다. 다양한 시선이 존재하더라.

Q: 연극, 뮤지컬계에서는 유명하지만, 영화계에서는 신인 아닌가. 어떻게 도전하게 된 건가?
최: '푸른 노을'이라는 독립 단편 영화를 찍은 적은 있었다. 연기적인 욕심이 커졌다. 제가 '10년 차에 도전하겠다'고 다짐한 건 아닌데 영화라는 장르를 좋아하다 보니까 기회가 닿아서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됐다.

Q: 새롭게 시작하는 기분은 어떤가?
최: 굉장히 좋다. 무대에 처음 오를 때가 생각이 나는데, 지금 돌이켜 보면 굉장히 오만했다. 첫 오디션 때 감사하게도 프로덕션에서 여주인공 다음인 서브 역할을 제안해줬는데 '저는 주인공 아니면 안 하고 싶다'고 말했다.(웃음) 지금 생각하면 기가 막힌다. 당연히 그때 가졌던 강인함이나 자신감은 무대에 서면서 다 깨졌다. 지금은 그게 다시 생기는 느낌이다. 영화는 어떻게 부딪혀도 상처를 받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때처럼 잘 모르고 하니까 저 스스로가 신선한 느낌을 받는 것 같다. 도전하는 것 자체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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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무대에서 관객들과 직접 소통하는 것과 스크린으로 소통하는 것의 차이점은?
최: 무대는 관객들과 함께 호흡한다면 영화 촬영은 약간의 외로움이 있더라. GV 때 관객들의 반응을 보니까 제가 생각했던 리액션, 원했던 리액션, 예상치 못했던 리액션 등 다양한 반응들이 나와서 재밌었다. 두려움이 컸는데 마냥 재밌고 신났던 기억이 있다.

Q: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배역은?
최: 과거에는 제가 하고 싶은 역할을 생각했는데, 이젠 누군가가 저를 어떻게 봐주느냐가 중요한 거 같다. 자기 객관화가 필요한 것 같다. 그런데도 욕심이 나는 배역도 있다. '캐롤'이나 '블루 재스민'에서 케이트 블란쳇이 맡은 역할을 좋아한다. 케이트 블란쳇은 '토르'에서는 헬라 역으로 강렬한 역할을 맡지 않았나. 저도 그렇게 다양한 역할들에 도전해보고 싶다.

Q: 영화배우로서 최유하의 목표는?
최: 원래 목표지향적인 인간이었다. 목표가 안 이뤄졌을 때 좌절하고 내 자신을 갉아먹었다. 지금은 목표가 없다.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오늘을 즐겁게 살고 싶다. 당연히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 하고 싶은 역할도 많지만 소소하게 오늘 하루를 즐겁게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크다. 장기적인 목표보다 오디션이 잡히면 ‘잘 준비해야겠다’고 마음먹는 등 단기적으로 바뀌었다. 꾸준하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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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차기작 계획은?
최: '인생게임'이라는 독립 장편 영화를 찍고 있다. 감독님과 스태프, 배우들과 함께 열심히 만들어가고 있다.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에잇디크리에이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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