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리뷰] '풀잎들' 김민희, 진화하는 홍상수의 뮤즈

[Y리뷰] '풀잎들' 김민희, 진화하는 홍상수의 뮤즈

2018.10.16. 오후 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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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리뷰] '풀잎들' 김민희, 진화하는 홍상수의 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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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2015)가 시작이었다. 홍상수 감독의 뮤즈가 된 배우 김민희. 사생활 논란과 별개로 김민희는 홍상수를 만나 배우로서 그 매력이, 깊이가 더 짙어졌다. 영화 '풀잎들'(감독 홍상수, 제작 영화제작 전원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풀잎들'이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이어 16일 오전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짧은 러닝타임에 삶, 죽음, 사랑, 관계, 슬픔 등을 대화로 녹여낸 작가 홍상수의 저력이 빛난다. 무엇보다 김민희는 진화하는 홍상수의 뮤즈의 역할을 해낸다.

'풀잎들'은 제68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부문 첫 작품으로 공식 초청됐다. 해외가 사랑하는 홍상수의 저력을 엿볼 수 있었다. 이후 제56회 뉴욕영화제 메인 슬레이트 부문 및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의 러브콜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섹션에 초청돼 첫선을 보였다.

작품은 홍상수 감독의 22번째 장편이자 '오!수정' '북촌방향' '그 후'에 이은 네 번째 흑백영화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커피집에서 대화를 나눈 사람들과 그들을 관찰하며 생각을 기록하는 여자 아름(김민희) 모습이 66분 동안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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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이 대화를 엿듣는 상대는 다양하다. 친구의 죽음을 두고 격하게 싸우다 화해하는 홍수(안재홍)와 미나(공민정), 자신의 어려움을 드러내며 성화(서영화)에게 남는 방에 얹혀살게 해 달라고 부탁하는 창수(기주봉), 지영(김새벽)에게 함께 집필 작업을 하자고 하다가 아름에게 "비범하다"며 관찰의 시간을 달라고 하는 경수(정진영), 자살한 친구의 연인인 순영(이유영)을 다그치는 재명(김명수) 등이다.

영화는 이들이 나누는 대화에 오롯이 집중한다. 격정적이다 사그라졌다가 이들의 대화는 종잡을 수 없다. 그리고서 관찰자인 아름에게로 시선이 옮겨간다. 아름은 복잡한 인물이다. 작가처럼 보이지는 작가는 아니다.

아름은 동생 진호(신석호)와 그의 여자친구 연주(안선영)를 만나기도 한다. 평범해 보였던 대화는 아름의 일갈로 끝이 난다. "(진호와)결혼 생각이 있다"는 연주의 말에 아름은 "서로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 "서로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무슨 결혼이냐" "다들 그렇게 결혼해서 불행하게 사는 거다" 등의 말을 속사포처럼 쏟아낸다.

평범하게 대화를 나누다가 갑자기 화를 내고, 열변을 토해내고, 또 아무렇지 않은 척 남의 대화를 엿듣고 그러다가 그 안으로 들어가는, 아름을 보고 경수는 시종일관 "비범해 보인다"고 말한다. 자신의 연인이자 뮤즈인 김민희에 대한 홍상수 감독의 시선이 녹아들었다.

[Y리뷰] '풀잎들' 김민희, 진화하는 홍상수의 뮤즈

홍상수와 김민희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이후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7) '그 후'(2017) '클레어의 카메라'(2018)와 '풀잎들' 그리고 아직 공개되지 않은 '강변호텔'까지 무려 여섯 작품을 통해 호흡을 맞췄다.

김민희는 주인공이기도 하고 관찰자이기도 했다. 그러는 와중에 결코 단선적이지 않은, 복잡하면서 미묘한 캐릭터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진화하는 홍상수의 뮤즈로서 김민희의 존재감은 단연 빛났다.

물론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는 이번에도 대중과 소통하지 않는다. 통상 언론배급시사회 이후 진행하는 기자간담회도 인터뷰도 없다. 두 사람은 지난해 3월 14일 '밤의 해변에서 혼자' 언론배급시사회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랑하는 사이"라고 관계를 직접 인정한 이후 국내 공식 석상에서는 두문불출하고 있다.

오는 25일 개봉. 러닝타임 66분. 15세 이상 관람가.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콘텐츠판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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