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수첩]H.O.T., 17년 만에 지킨 '맹세'가 더욱 뭉클했던 이유

[Y수첩]H.O.T., 17년 만에 지킨 '맹세'가 더욱 뭉클했던 이유

2018.10.15. 오전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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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수첩]H.O.T., 17년 만에 지킨 '맹세'가 더욱 뭉클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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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어 영원할 거라는 걸, 언제나 해왔던 약속, 우린 모두 기억할테니까"(H.O.T. '우리들의 맹세' 中)

긴 기다림 만큼, 더욱 뭉클한 순간이었다.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H.O.T.의 '우리들의 맹세'가 울려 퍼지고, 무대 양쪽에서 수백개의 하얀 풍선들이 하늘 위로 날아가자, 객석 곳곳에서는 울음이 터져 나왔다.

1세대 아이돌 그룹 H.O.T.가 무려 17년 만에 팬들 곁으로 돌아왔다. 지난 13일과 14일 펼쳐진 콘서트는 2001년 해체 전 마지막 콘서트에서 "저희는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며 다음 무대를 기약한 이후 첫 정식 공연이었다.

젝스키스, S.E.S, god 등 여러 1세대 아이돌 가수들이 재결합하는 가운데서도, 유독 H.O.T는 함께 무대에 서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16년 데뷔 20주년을 맞았던 당시에도 재결합설이 나왔으나 설로 그친 바 있다.

2년 뒤, 드디어 완전체 콘서트 개최가 발표되자 팬들은 환호했고, 티켓 예매부터 전쟁이었다. 공연은 예매와 동시에 전석 매진됐고, 암표까지 등장했을 정도. 이틀간 공연을 관람한 관객은 총 10만 명이었다.

[Y수첩]H.O.T., 17년 만에 지킨 '맹세'가 더욱 뭉클했던 이유

긴 기다림에 보답하기 위해 H.O.T.는 철저한 무대 준비를 한 듯 했다. 앵콜을 제외한 셋리스트는 총 18곡으로 꽉 채워넣었고, 초반부는 칼군무가 돋보이는 댄스곡 위주로, 후반부는 잔잔한 발라드로 구성해 자연스러운 흐름을 줬다.

17년이 지났지만, 댄스 호흡은 여전했다. 멤버들은 30대 후반에서 40대의 나이로 접어들었지만, '전사의 후예-폭력시대', '늑대와 양', '투지', '아웃사이드 캐슬, '열맞춰', '아이야'로 이어지는 무대를 무난하게 소화했다.

특히 17년이 지나도 여전히 감미로운 강타의 미성과 더욱 노련해진 듯한 장우혁의 팝핀 댄스는 멤버들의 나이를 잊게 했다. 멤버들을 아우르며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문희준은 재간둥이의 모습 그대로였다.

무대 의상 역시 추억을 완벽하게 소환했다. '아이야' 무대에서 문희준은 활동 당시처럼 날카로운 손장갑을 착용하고 안무를 소화했고, '캔디', '행복' 무대에서는 멤버 전원이 알록달록한 의상을 입고 춤을 췄다.

이때만큼은 멤버들도 전성기 시절인 10대로 돌아간 듯 했다. 무대 곳곳을 누비며 앙증맞은 댄스를 췄고, 문희준은 기즈모 인형을 단 채 파워레이서춤을 췄고, 장우혁은 망치춤을 추며 팬들을 추억으로 데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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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성 콘서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향후 활동 가능성도 내비쳤다. 콘서트에서 솔로 신곡을 발표한 토니안은 "다섯 명의 신곡이면 좋겠지만, 아직 준비가 덜 됐다"고 했고, 강타는 "앞으로도 자주 이렇게 모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H.O.T. 멤버들은 17년 전의 약속이 너무 오랫동안 지켜지지 않은데 대한 미안함과, 오랫동안 기다려준 팬들을 향한 감사함을 연이어 표현했다. 장우혁은 "TV 속 화면인지 실제인지 헷갈릴 정도로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거듭 말했다.

H.O.T가 17년 만에 지킨 '우리들의 맹세'에 클럽 H.O.T(공식 팬클럽)도 응답했다. 활동 당시의 오빠들보다 훨씬 나이가 많아진 팬들은 흰색 우비를 입고, 야광봉을 들고 주경기장을 찾았다.

콘서트에서 H.O.T.는 앵콜곡으로 'Go!HOT'와 '빛'을 부르며 약 3시간의 공연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팬들은 모든 순서가 끝난 뒤에도 쉽게 자리를 떠나지 못했고, '빛'의 후렴 부분을 4번이나 다시 부르며 아쉬워했다.

[Y수첩]H.O.T., 17년 만에 지킨 '맹세'가 더욱 뭉클했던 이유

이날 콘서트는 H.O.T.와 팬들이 함께 완성한 공연이었다. 17년 만의 완전체 무대를 앞둔 부담감은 상당했을 터. 하지만 안무 연습에 매진하고, 공연의 구성과 의상 등 세세한 부분들까지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결과 팬들의 오랜 기대에 부흥했다.

그런가하면 공연장을 꽉 메운 10만 관객은 이들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하얀 물결은 같은 장소에서, 여전히 그들을 기다렸다. '우리들의 맹세'가 더욱 뭉클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 이유였다.

YTN Star 강내리 기자 (nrk@ytnplus.co.kr)
[사진제공 = 솔트이노베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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