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rd BIFF] '아워바디' 한가람 감독, 달리고 또 달린다 (인터뷰)

[23rd BIFF] '아워바디' 한가람 감독, 달리고 또 달린다 (인터뷰)

2018.10.14. 오전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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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rd BIFF] '아워바디' 한가람 감독, 달리고 또 달린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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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답게 살아야 하지 않겠냐'

영화 '아워바디'(감독 한가람)에서 행정고시에 8년이라는 시간을 쏟은 자영(최희서)에게 남자친구가 던진 말은 꽤 아프다. 합격의 길은 멀고 그사이 관심을 주지 않았던 몸은 망가졌다. 무기력하고 우울한 나날의 연속이 이어지는 가운데, 달리기하는 현주(안지혜)를 보게 됐다. 본능적인 이끌림으로 자영은 달리기에 매진한다. 그러면서 건강해지고 몸도 가벼워졌다. 주변 사람들도 "달라진 거 같다"고 얘기한다. 자영은 운동 그리고 현주와의 관계를 통해 자신에 대해, 자신의 진정으로 원하는 것에 대해 조금씩 깨달아간다.

'아워바디'가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한국영화의 오늘_비전 부문에 초청돼 관객들을 미리 만났다. 지난 9월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였고, '박열'로 스타 반열에 오른 최희서가 출연해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최희서의 출연 이외에 '아워바디'의 미덕은 많다. 작품을 보면 본능적으로 뛰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달리기 때문에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자영의 모습에 눈물이 날지도 모르겠다. 자영이 책상 앞에서 보낸 시간은 자신의 몸을 외면한 것뿐만 아니라 마음도 외면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 그가 달리기와 현주를 통해 변화한다.

한가람 감독은 한국영화아카데미 33기 감독으로 첫 장편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이게 됐다. 한 감독은 "작년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촬영했다. 영화제에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면서도 "상상은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꿈이 이뤄진 거 같다"고 웃었다.

[23rd BIFF] '아워바디' 한가람 감독, 달리고 또 달린다 (인터뷰)

"한국영화아카데미 단편 과정에 있을 때부터 생각했던 영화에요. 단편으로 찍기에는 내용이 많은 거 같았죠. 시작은 단순했어요. 20대 후반부터 운동을 시작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실제로 평범했는데 운동으로 몸이 좋아진 분도 많이 봤죠. 그 심리가 궁금해서 출발했어요. 사실 시나리오를 쓰면서 처음 시작보다 이야기에 깊이가 생겼죠."

달리기를 소재로 한 것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없어도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한 감독은 "팔다리만 건강하게 쓸 수 있다면 할 수 있는 단순한 행동이 달리기"라며 "제가 백수고 돈도 없을 때 헬스장을 못 끊었다. 그때 운동화만 있으면 바로 할 수 있던 것이 달리기였다"고 말했다.

최희서의 캐스팅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박열'이 개봉하고 최희서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는 시기였지만 최희서는 시나리오의 힘을 믿었다. 한 감독은 자영 역에 대해 "친숙한 느낌을 원했다. 겉으로는 부드러워 보이지만 강한 의지가 느껴지는 얼굴이었으면 했다"며 "막연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는데 한국영화아카데미에 놓여 있는 최희서의 프로필 사진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그렇지만 "세상과 단절이 돼 있어서 '박열'이 개봉한 지 몰랐다. '최희서가 괜찮다'고 말하고 다니니까 다들 비웃더라. 이준익 감독님 영화를 했는데 독립영화는 안 할 거 같다고 하더라"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렇게 몇 개월 동안 프로필을 간직했어요. 마지막 순간에는 물어는 봐야겠더라고요. 시나리오를 보고 흔쾌히 하고 싶다고 얘기해줘서 캐스팅을 하게 됐어요."

[23rd BIFF] '아워바디' 한가람 감독, 달리고 또 달린다 (인터뷰)

달리기 장면은 주로 서울 이태원 부근에서 촬영했다. 한 감독은 "영화를 통해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 서울이 보이는 야경이었다"며 "백수 시절에 야경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하나의 꿈이었다. 늘 동경했던 이미지였다. 그래서 영화 속에 많이 등장한다"고 이야기했다.

자영은 운동으로 몸이 바뀐다. 그를 대하는 주변의 태도도 달라진다. 그렇지만 운동을 한다고 삶이 바뀌는 건 아니다. 자영은 자신의 내면에 더 들어왔을 뿐이다. 한 감독은 "보통 운동을 하면 삶이 건강해질 거로 생각하지만 인생은 그것보다 더 복잡하지 않나. 이 영화로 '뭐가 좋다 나쁘다'를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실 자영의 친구인 민지가 정규직을 쫓는 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어떤 가치 판단을 하기보다는 자영, 현주, 민지의 모습을 통해 그들의 고민을 공유하고 싶었어요. 정규직이 안 돼도, 결혼을 안 해도, 엄마 아빠를 만족시키지 않더라도 혼자 있을 때는 편안하고 행복하면 되는 거 아닐까요?"

방송국 입사를 꿈꿨던 한가람 감독은 비정규직으로 5년간 방송 일을 했다. 그는 "방송국에 입사하고 싶었는데 잘 안 됐다"며 "나이가 들어서 신입으로는 못 들어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좌절했다.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있더라. 엄마가 바라는 안정적인 일은 영원히 못 할 거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고 털어놨다.

그때의 감정이 자영에게 투영돼 글을 쓰기 시작했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그는 "주체적으로 시간을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제 또래의 얘기를 만들어서 만들고 싶었어요. 제가 동년배 소설가의 소설을 읽고 위로를 받았거든요. '아워바디'를 찍고 이렇게 영화제에 오니 더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네요. 이제 학교를 떠나니까 안정적이지는 않겠지만 또 다른 기회가 오지 않을까 합니다."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부산국제영화제,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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