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기획] 발라드 정체…'팬덤 위주' 가요계 이대로 괜찮은가

[Y기획] 발라드 정체…'팬덤 위주' 가요계 이대로 괜찮은가

2018.09.26.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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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기획] 발라드 정체…'팬덤 위주' 가요계 이대로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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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변하면서 가요계 문화도 많은 변화를 가졌다. 그중에서 안타까운 건 90년대와 2000년대 큰 인기를 끌었던 '발라드' 장르가 주줌하다는 것이다. 대신 '거대 팬덤'이라는 집단이 생겨났고 그 결과, 아이돌 그룹이 대세를 이루는 K팝으로 변화했다.

거대 팬덤을 이용한 아이돌 그룹들이 판을 치면서 가요계를 흔들고 있다. 발라드 가수는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팬덤이 쌓이지 않고서야 현재의 음원시장에서는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살아남는다 해도 일시적인 게 대부분이다.

이런 이유로 가수 신승훈, 이승철, 성시경, 나윤권, 김연우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발라드 대표 가수들이 쉽게 음반을 내지 못하고 있다. 두터웠던 발라드 층이 얇아지고 있다는 증거다. 발라드의 4대 천왕이라 불리는 '김, 나, 박, 이(김범수, 나얼, 박효신, 이수)'도 옛말이 됐다.

지난해 11월 나얼이 '기억의 빈자리'로 음원 차트를 올킬하는 데 성공했을 뿐 대부분의 발라드 가수가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힘든 시기가 됐다.

그렇다면 발라드가 정체하는 가장 큰 이유는 거대 팬덤을 이끌어 성공을 유지하는 '아이돌 산업'에 존재할까. 가요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는 주요 쟁점이었으며 의견이 갈렸다. 당연 아이돌 기획사와 발라드 가수 기획사 입장의 정면충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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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라드 기획사 "차트 진입이 목표가 돼서는 안돼…음악 진정성 떨어져"

유명 발라드 가수가 소속돼 있는 'I' 기획사 관계자는 "가요계 시장이 예전 같지 않은 건 사실이다. 과거 가요가 대중에게 사랑받는 데 가장 큰 이유는 사랑을 주제로 다루는 발라드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사람의 감정을 아우르고 진정성 있는 음악이 최고인 시대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땐 지금처럼 음원차트의 개념이 없었다. 물론 시대가 변했고 음악을 접하는 방식에 차이가 생겼다고 하지만, 음악을 이윤 창출의 수단보다는 대중에게 아름다운 음악을 전달하는 데 큰 의의를 뒀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L' 기획사 관계자는 "(현재는) 음원차트 진입이 우선이 됐다. 그러지 않겠다고 하지만, 어느샌가 음악을 (팬들에게) 들려주는 데 목적을 둔 게 아닌 음악을 상업적 가치로 바라보고 있었다"며 "차트 순위(진입)가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다 보니 발라드 가수들은 예전처럼 정규 앨범보다는 디지털 싱글을 자주 발표한다. 금방 소비되고 버려지는 현재의 음반시장을 파악해 내세운 방안이다.

실제로 가수 윤종신은 최근 자신의 SNS에 "차트에 없어도 우리만의 섬 같은 노래들 계속 만들 것"이라며 "(음반) 미디어의 영향력에 덜 기대고 대중과 직접 음악과 생각을 자주 나누고 싶을 뿐"이라며 정통 발라드 가수로서의 소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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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돌 기획사 "빠르게 변화하는 음반시장, 그 시대 문화 흐름에 따라야"

"가수도, 기획사도 결국 이윤을 내야 하는 직업에 불과하다." 굉장히 현실적인 말이 다가왔다. 최근 여러 히트곡으로 이름을 날린 한 걸그룹의 소속사, 'M' 기획사 관계자는 "음반시장이 굉장히 빠르게 변하고 있다. 나도 어릴 땐 발라드를 즐겨 들었다. 하지만 요새는 그렇지 않다. 금방 질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래를 만들면서도 나조차 다음 곡에 대해 구상하고 있다. 요즘 대중은 지루한 것을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음원 주기도 빠르면 1주일 안에 사라지고 다른 노래로 교체된다"며 "발라드 특성상 오래 들어야 귀에 얹히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그것을 알고 기다리는 요즘 팬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시대 문화 흐름에 맞는 음악을 하는 게 답"이라고 결론지었다.

발라드를 좋아하는 사람마저도 음원차트라는 굴레 속 발라드를 버리고 '빠른 비트'의 아이돌 음악을 우선시하고 있다. 물론 K팝이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는 데 일등공신은 단연 아이돌 산업이다. 이에 '아이돌'이라는 분야는 다른 장르 가수들에게 넘기 힘든 거대한 장벽이 되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용지 음악평론가는 "발라드는 매체의 혁신적 변화에서 잘 버티고 있는 편"이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대중은 발라드라는 센티멘털 감성에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므로 발라드는 절대 국내 음악씬에서 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발라드가 과거 트로트가 (발라드와 댄스에) TV매체를 빼앗긴 것과 같은 과정을 밟을 수도 있다. 모바일 매체 경쟁력이 떨어지고 수익성이 낮아 세계 무대를 휘젓는 아이돌 뮤지션들과 비교했을 때 약자가 맞다"라고 아쉬운 평을 했다.

그러면서 "발라드 또한 살아남기 위해선, K팝 전환을 통한 수익, 영상(SNS)과의 결합 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그것이 가장 큰 과제"라고 해결책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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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라드뿐만 아니라, 인디, 힙합, 트로트 등 음악의 장르는 다양하다. 리스너 입장에서 이것들을 모두 듣고 소비해야 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10대 대표 음악인 '아이돌 산업 음반'이 주를 이루면서 발라드를 비롯, 여러 장르의 가수들이 '기(氣)'를 피지 못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K팝의 선두주자 '아이돌 산업'과 발라드가 동시에 사랑받는 날이 올 수 있을까.

YTN Star 지승훈 기자 (jiwin@ytnplus.co.kr)
[사진출처 = 각 소속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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