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악역으로 2막 연 현빈의 '이유있는' 자신감

[Y터뷰] 악역으로 2막 연 현빈의 '이유있는' 자신감

2018.09.24. 오후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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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악역으로 2막 연 현빈의 '이유있는'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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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글맞게 웃다가도 단숨에 잔인하게 돌변한다. 거친 욕설과 분노를 참지 못하는 모습에서 트레이드마크와 같았던 젠틀한 미소가 기억나지 않을 정도다. 우리가 알던 '현빈'의 낯선 얼굴이다.

'꾼'(감독 장창원) 이후 1여 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 '협상'(감독 이종석). 전작에선 능청스러운 사기꾼의 옷을 입고 관객을 놀라게 하더니 이번에는 데뷔 18년 만에 첫 악역을 맡았다. 그것도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인질을 잡고 위협하는 '최악의' 인질범 민태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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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하고 반듯한 기존의 이미지는 완벽히 지웠다. 파격적인 변신에 부담이 클 법한데 오히려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이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던 그다. 연이은 드라마, 영화 촬영 일정으로 빡빡한 스케줄을 조정하면서까지 이 작품에 참여했다.

현빈에게는 '매력적으로 캐릭터를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다. 또 색다른 악역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확실히 '협상' 속 민태구는 극악무도한 악인은 아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서서히 드러나는 그의 사연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감독님이 '이 인물에 관객이 연민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관객이 '이 사람은 도대체 뭐지? 뭘 하고 싶은 걸까? 왜?'라는 궁금증을 유발하고 싶었어요. 캐릭터를 만들 때 이 부분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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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이원 생중계' 촬영 방식을 취했다. 신선하지만 동시에 두 모니터만을 오가는 구성이 자칫 단조롭게 느껴질 위험도 있었다. 현빈의 고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배우는 한정적인 공간에서도 최대한 몸의 움직임과 대화 방식에 변화를 줬다.

"태구는 영화 속에서 80% 이상 본인의 아지트에만 머물러요. 한정된 공간이었지만 장면마다 다르게 보이도록 활용하고 싶었죠. 카메라 밖으로 벗어났다가 안으로 들어왔다가 자유롭게 움직였어요. 또 모니터 안에 상대가 바뀔 때마다 행동은 물론 톤과 말투, 속도까지 대화의 방식을 다르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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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의상도 직접 정했다. 얽매이기보다는 자유로운, 전형적이기보다 예측할 수 없는 태구의 특성을 살렸다. 블랙 수트가 아닌 다소 품이 넉넉한 린넨 셔츠를, 구두가 아닌 쪼리를 신고 협상가 하채윤(손예진 분)을 마주한다. 심지어 영화 속 등장하는 지포 라이터는 현빈의 개인 소장품이다.

"영화 속에 의자가 자주 나오는데, 제가 골랐습니다. 원래는 팔걸이도 있고 푹신했는데 가볍고 딱딱한 거로 바꿨죠. 민태구라면 발로 툭툭 차기도, 던지기도 할 것 같았거든요. 담배도 시가 색깔에 가까웠으면 좋겠더라고요. 예전에 지포 라이터를 모았는데 그걸 직접 가져왔죠."

'협상'에서 흡연 신(Scene)은 5초 남짓. 눈여겨보지 않으면 무심코 지나갈 수도 있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디테일에 신경 쓰는 세심함이 모여 극을 채우고 영화의 만듦새를 높였다.

"촬영하다 보면 잘한 점도 있지만 아쉬운 점이 더 많이 보여요. 좀 더 준비하고 뭔가 다른 걸 시도하는 게 제게는 그 아쉬움을 달래는 유일한 방법이더라고요. 시간이 허락한다면 한 테이크(take) 더 가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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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새롭게 시도하면서 맘처럼 잘 안 되는 연기에 스스로 실망도 많이 한단다. 다만 부족한 점과 잘못을 다음 작품에서 똑같이 반복하지 않도록 숙제로 삼고 고쳐나간다는 그다. 이번 도전에서도 수없이 좌절했지만 그만큼 수확도 컸다. 악역의 매력을 새롭게 느꼈다.

"악역의 경우, 말이나 행동에 제약이 덜 있는 거 같아요. 마음대로 해도 되는 지점들이 착한 캐릭터보다는 열려 있어서 연기하는 재미가 분명히 있더라고요. 다음에는 더 극악한 악역을 해볼까 해요.(웃음) 관객들이 '현빈, 저 배우가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네'를 자주 느껴주셨으면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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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이후에도 도전의 연속이다. 오는 10월 개봉을 앞둔 '창궐'은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최초의 좀비물이다. 11월에는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방영을 앞두고 있다.

"새로운 걸 시도하면 짧은 시간 안에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니까 막막하고 답답하기도 해요. 그런데 재미가 있어요. '창궐'도 그렇고 '알함브라'는 AR(증강 현실)을 소재로 하는데 너무 생소합니다. 다만 두려움보다는 대중에게 새로운 소재와 이야기를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아직은 더 크네요."

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사진제공 =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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