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유재명, 7만원 출연료부터 100편 다작 배우되기까지

[Y터뷰] 유재명, 7만원 출연료부터 100편 다작 배우되기까지

2018.09.22. 오후 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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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유재명, 7만원 출연료부터 100편 다작 배우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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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부산 공연에서 7만 원을 받았어요. 연극을 하면서 가난하고 힘들었지만 살아있는 느낌을 받아요. 이걸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늘 고민했지만, 연극을 포기하기에는 먼 길을 왔죠. 쉽게 말할 수 없지만, 그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살아있다는 증거가 아닐까요? 연기해서 행복하고 안 해서 불행한 건 아닙니다. 정말 하고 싶다면 그 좌절감은 극복이 돼요. 좌절할 땐 좌절해야 합니다. 그것이 청춘의 권리이고요. 죽을 것 같다는 비명을 지르면서 내일의 청바지를 입는 거죠."

대학로에서 연극을 하는 친구에게 해주고 싶은 응원의 메시지가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배우 유재명은 이같이 대답했다. "내일의 청바지를 입는다"는 마지막 말에 인터뷰를 위해 모인 기자들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부산에서 20년 가까이 연극을 했다. 연극 무대에도 섰고 연출을 맡기도 했다. 극단을 운영한 경험도 있다. 본격적으로 영상 매체(TV, 스크린)를 접한 건 4년 전이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2015~2016)에서 동룡(이동휘) 아빠이자 학생주임으로 선명한 존재감을 남겼다. 이후 유재명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매 작품 다른 매력으로 대중들을 만났다. 드라마 '비밀의 숲'(2017)에서는 섹시함을 내뿜는 창크나이트로, 최근 종영한 드라마 '라이프'에서는 수술에 찌든, 다소 현실적인 의사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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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사극이다. 지난 19일 개봉한 영화 '명당'(감독 박희곤)에서 천재 지관 박재상(조승우)의 절친한 친구이자 수완 좋은 사업가인 구용식 역을 맡아 극의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사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감초 캐릭터지만 유재명은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절제된 연기력으로 다소 무거운 극의 흐름을 이완시켰다.

"'하루' 이후 저한테 주어진 역할이 가장 큰 작품이었어요. 박희곤 감독님과 대화하면서 느낀 구용식은 단순한 조력자가 아니라 박재상, 흥선(지성)만큼이나 확실한 신념이 있는 남자더라고요. 대대손손 부귀영화를 누리는 명당을 갖기 위해 암투를 벌이는 사람들과 별개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하는 인물이죠. 방향성이 다를 뿐 동등하고, 그 자체로 완성된 주체라고 생각해서 용기가 생겼고, 그것이 재미로 이어졌어요."

'명당'은 조선 후기를 배경으로 땅의 기운을 점쳐 인간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천재 지관 박재상과 왕이 될 수 있는 천하명당을 차지하려는 이들의 대립과 욕망을 담았다. '관상' '궁합'에 이은 역학 3부작을 마무리하는 작품으로 유재명은 물론 조승우, 지성, 백윤식, 김성균, 문채원, 이원근 등 다양한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인다. 유재명은 "배우들의 조화가 좋았다"며 "이상하게 배우들의 눈이 기억에 남는다"고 영화를 돌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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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라는 큰 명절에 제가 출연한 작품이 극장가에 올라가 있는 만큼 설렙니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전 아무래도 좋은 부분만 보이더라고요. (조)승우는 심심하게 보일 수 있지만, 극의 중심을 기가 막히게 잡아줬어요. 그 선택이 쉽지 않았을 텐데 대단했죠. 지성 씨를 보면서 이 배우한테 이런 칼이 있었구나 싶었죠. 백윤식 선생님은 말할 것도 없고요. 워낙 팬이라서 경건해졌어요.(웃음) 편하게 대해야 하는데 어려워요. 연극을 오래해서 그런지 TV에서 오래 본 분들을 보면 자연스럽게 공손해져요. 하하."

조승우와는 '비밀의 숲' '라이프' 그리고 '명당'까지 무려 세 작품을 함께했다. 유재명은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슴슴하다"라고 북한식 표현을 했다.

"둘 다 말이 많은 편은 아니에요. 그저 서로에게 말을 툭툭 던지죠. 생각했다가 다시 또 말을 주고받는. 그런 재미가 있는 친구예요. 조승우는 무대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배우죠. 그런데 영상 매체를 할 때는 누구보다 절제돼있어요. 호흡을 맞춰보니까 치밀하게 준비를 하고 중심을 놓지 않는 친구라는 것이 느껴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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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가까이 연극을 했다. 100여 편 이상의 작품을 했다. 단역부터 조연, 주연, 코러스까지 역할도 다양했다. 작품마다 전작의 모습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게 다른 인물을 그려낸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 유재명은 '명당' 외에도 현재 '죄 많은 소녀'와 '봄이가도'까지 무려 세 편이 극장에서 동시에 상영 중이다. '라이프' 종영 이후 곧바로 단막극 '탁구공'에서 출연했다. 그는 "의도한 건 아니다"며 "이 작품을 하지 않으면 후회할 거 같아서 일정을 쪼개고 쪼갰다. 다작하려고 작정을 한 건 아닌데 농사를 해서 수확하는 느낌이다"고 미소 지었다.

"누가 보면 욕심쟁이라고 할 거 같아요.(웃음) 각각의 작품들이 매력적이었어요. 영상 매체를 늦게 시작하면서 소중하게 받아들이려고 하니까 가능했던 거 같아요. 대중들이 봤을 때 과소비되는 느낌이 들 수 있는데, 그러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큽니다."

[Y터뷰] 유재명, 7만원 출연료부터 100편 다작 배우되기까지

오랜 시간의 연극 생활은 그에게 내공을 줬지만, 쉽지 않은 길이었다. 금전적으로도 어려웠다. 하고 싶은 일을 했지만, 좌절감도 컸다. "연극을 할 때 지하 생활을 많이 해서 옥탑방을 구했다. 작고 허름했다.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웠다. 그래도 옥탑방이라는 이유만으로도 행복했다"던 그는 "그 좌절감이 연기에, 어떤 눈빛을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 때문에 연극은 여전히 그에게 소중하다.

"'명당' 촬영을 끝내고 부산으로 내려가서 두 달 반 정도 체류하면서 공연을 했어요. 즐거웠죠. 자주는 아니지만 제가 저한테 선물을 주는 의미로 1~2년에 한 번은 공연하고 싶습니다. 자주는 못 하겠지만 존경하는 선배님들의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하고 싶네요."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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