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리뷰] 사료 한계 뛰어넘은 볼거리의 향연, 난공불락 '안시성'

[Y리뷰] 사료 한계 뛰어넘은 볼거리의 향연, 난공불락 '안시성'

2018.09.19.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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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리뷰] 사료 한계 뛰어넘은 볼거리의 향연, 난공불락 '안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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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안시성'(감독 김광식)은 역사가 스포일러다. 서기 645년, 고구려 안시성 성주 양만춘은 당태종 이세민에 맞서 이긴다. 하지만 결말을 뻔히 알고도 진부하지 않다. 관객은 어느새 안시성주와 성민의 분투 한가운데 서 마음 졸이고 승리를 응원한다. 화려한 볼거리와 함께 역사 속에서 건져 올린 '안시성 전투'가 흙 속의 진주처럼 반갑다.

사실 안시성 전투에 대한 자료는 사료 몇 줄이 전부다. 김부식의 '삼국사기'에 간략히 언급돼 있으며 양만춘이란 이름도 조선 후기 야사에 보일 뿐. 김광식 감독은 남아있는 사료에 상상력을 덧붙여 영화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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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연개소문의 비밀 지령을 받고 안시성으로 숨어든 태학도 수장 사물(남주혁)의 시선을 따라간다. 사물은 대막리지에 반기를 든 양만춘(조인성)을 암살하라는 명을 받고 그에게 접근한다. 하지만 직접 곁에서 본 양만춘은 반역자와는 거리가 멀다. 낮에는 성안 곳곳을 다니며 성민을 살피고, 밤이면 성민의 경조사를 축하하며 스스럼없이 어울린다. 확실히 자신의 야망과 권력을 탐하는 모습은 아니다.

그러던 중 당태종 이세민(박성웅)이 20만 대군을 몰고 안시성을 두드린다. 말이 두드림이지 약탈과 침략이 목적. 이에 맞서는 고구려군은 고작 5,000명. 국내판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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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차례에 걸친 전투는 영화의 백미다. 오프닝을 여는 주필산 전투를 비롯해 2번의 공성전, 당 군에 결정적 타격을 입히는 토산 전투장면까지 135분 내내 병렬적으로 이어진다. 외피는 전쟁이라는 같은 옷을 입었지만, 그 내피는 다르다. 전투마다 각기 다른 무기와 새로운 전술로 변화를 꾀했다.

당나라군은 철옹성 같은 안시성 성벽을 넘기 위해 토산을 쌓고 초대형 탑을 이용한다. 양만춘 군대 역시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이에 맞선다. "공성전은 사료에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는다. 삼국시대부터 고려, 조선, 전 세계의 공성전을 연구하며 만들었다"는 감독의 말처럼 동서양이 묘하게 섞인 전투의 양상은 이전에는 본 적 없어 극장을 나선 후에도 강렬한 잔상을 남긴다.

경험의 극대화는 '안시성'의 최고 장점일 테다. 수천 년 전 머나먼 역사는 고프로와 로봇암, 스카이 워커 등 현대 장비를 만나 피부에 와닿게 구현됐다. 이러한 최첨단 특수 촬영 장비는 때론 위에서, 옆에서 그리고 아래에서 전장의 곳곳을 비춘다. 여기에 강조를 위한 적절한 슬로우 모션과 카메라의 회전을 더해 쾌감을 극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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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인성은 양만춘을 맡아 극의 중심을 잡는다. 외형부터 연기까지, 기존 장군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는 확실히 다르다. 카리스마라는 정공법 아닌 친근함이라는 변칙으로 승부를 걸었다. 덕분에 소탈한 양만춘을 표현하는 데는 강력한 무기가 됐지만 장엄한 카리스마를 표현하기에는 다소 부족해 보인다. 현대극에 어울리는 말투와 톤은 관객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압도적인 전장의 이미지에 가려 소비적으로 나왔다가 사라진다. 특히 김설현이 맡은 부대를 이끄는 장수와 정은채가 맡은 고구려 신녀 캐릭터는 서사에 매끄럽게 어우러지지 못한 채 겉돈다. 도끼부대 오대환과 환도수장 박병은의 투덕거림은 쉼표를 주지만 새롭진 않다.

[Y리뷰] 사료 한계 뛰어넘은 볼거리의 향연, 난공불락 '안시성'

이를 메우는 건 메시지다. 추석 영화로서 볼거리는 물론 메시지도 놓치지 않으려는 흔적이 역력하다. 타이틀이 양만춘이 아닌 안시성인 만큼 성주와 성민의 끈끈한 유대가 캐릭터가 주는 빈 곳을 채운다. 서로를 든든한 버팀목으로 삼아 나아가는 과정을 통해 불가능해 보였던 승리의 역사가 한 사람이 아닌 '모두'의 결과물임을 역설한다. 성주에 대한 믿음으로 희생해 결정적 승리를 이끄는 성민의 모습은 전투와는 다른 감동을 안긴다.

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사진제공 =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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