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7년 무명 개그맨 박상현→1인 크리에이터 선구자 된 비결

[Y터뷰] 7년 무명 개그맨 박상현→1인 크리에이터 선구자 된 비결

2018.08.18. 오후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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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7년 무명 개그맨 박상현→1인 크리에이터 선구자 된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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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이지만 이름을 들었을 때 선뜻 얼굴이 떠오르지 않을 수도 있다. tvN '코미디 빅 리그'에서도 나왔다는데 포털에 프로필 한 줄 나오지 않고, 유행어나 대표 코너도 딱히 생각나지 않는다.

그런데 막상 만나면 어디선가 본 듯 낯설지 않은 그의 얼굴. 당황스런 상황에 놓인 남성들의 표정을 살피는 '낯선 남자 시리즈'부터 급정거로 친구의 옷에 커피를 쏟거나 재채기인 척 분무기를 뿌린 뒤 반응을 찍은 '친구 놀리기 몰카 시리즈' 등으로 화제가 된SNS 영상에 등장했던 주인공. 페이스북이나 유튜브에서 한 번쯤은 봤을 법한 그는 1인 코미디 크리에이터의 선구자 박상현이다.

지금이야 유명한 개그맨들도 1인 미디어에 뛰어들고, 스타 BJ들이 억대 수익을 거둘 정도로 활성화 됐지만 인지도 없는 신인 개그맨에게 인터넷은 생소한 영역이었다. 데뷔 1년만에 '코빅' 무대에 오른 그는 남보기엔 운이 좋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남모를 절박함이 그를 새로운 세계로 이끌었다.

"주위에서 가끔 '개그맨인데 왜 포털 프로필이 없냐'고 물어 볼 때가 있어요. 알아보니까 포털에 등재 되려면 방송 활동을 하고 있거나 필모그래피도 어느 정도 기준에 부합해야 되더라고요. 근데 제가 방송 활동을 많이 하지 않아서. 하하."


[Y터뷰] 7년 무명 개그맨 박상현→1인 크리에이터 선구자 된 비결

박상현이 직접 밝힌 프로필에 따르면 김대범 소극장에서 개그를 배우다 김대범의 추천으로 2012년 '코빅'에 입문해 방송에 데뷔했다. '대범화재' 코너로 처음 방송에 얼굴을 비춘 뒤 4년 동안 '코빅'에 출연해 왔다. 뜰 날이 얼마 안 남았다 생각했지만 공개 코미디 무대는 혹독했다.

"보통은 4~5년은 기본으로 극장에서 훈련을 하고 오는데, 저는 운이 좋게 빨리 무대에 올랐죠. 그런데 무대 경험 1년 만에 방송에 바로 출연하니까 스스로 내공이 부족하단 걸 뼈저리게 느꼈어요. 연기력부터 아이디어까지 부족함을 실감하고 어느 순간 도태된거죠."

이렇다 할 임팩트를 안기지 못하면서 출연 횟수나 비중은 점점 적어졌다. 4년 동안 '코빅' 무대에 올랐지만 방송 출연 횟수는 5~6번에 그쳤다. 기회도 잘 오지 않았고, 그나마도 편집되는 경우가 대부분. 그는 절박했다.

"당시에는 방송국과 제작진만 탓했죠. 근데 훗날 돌이켜보니 모든 게 제 부족함 때문이더라고요. 제가 제작진이었어도 절 안 썼을 것 같아요. 표정의 디테일, 연기력 등이 전부 아마추어였거든요. 자존감이 떨어질대로 떨어져서 나름대로라도 뭔가 해보자 싶었어요. 그래서 페이스북에 영상을 하나 둘 올렸는데 반응이 오기 시작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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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영상을 올린 게 인터넷에서 이슈몰이가 되면서 팬과 애청자들이 생겼다. "4년간의 방송 생활 보다 2년간의 인터넷 영상을 통해 더 많은 웃음을 준 것 같다"고 그는 말했다.

"실험이라는 말조차 제겐 사치였어요. 그저 살기 위해 했던 거 같아요. 여기서도 안 되면 이 길은 내 길이 아니다 생각하고 도전했죠. 그런데 생각보다 조회수도 많이 나오고 댓글도 꽤 달렸어요. '웃기다'는 댓글 하나가 저한테는 엄청난 용기가 됐어요."

공개 코미디와 영상은 웃음 포인트가 확연히 다르다. 박상현 또한 처음에는 시행착오를 적잖이 겪었다고 고백했다.

"방송은 기본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무대에 올릴 수 있어서 늘 부담감이 있어요. 근데 영상은 1인 미디어니까, 제 마음대로 생각나는 걸 시도할 수 있어서 편했죠. 처음부터 잘 된 건 아니고 10개를 올리면 3개는 반응이 없어 지워야 했어요. 그렇게 점점 방향을 찾아간 거 같아요. 또 공개 코미디는 여러 지점에서 웃겨야 하는데, 영상은 임팩트 한 번이면 되거든요. 그렇다고 영상이 더 쉬운건 아니에요. 서로 성격이 다른데 제 개그는 방송보다는 웹에 더 적합했던거죠."

'다시 방송에 출연하고 싶지는 않은지' 묻자 박상현은 "출연 하고는 싶지만, 욕심은 없어요"라며 "방송이 얼마나 치열한지 4년동안 실감했고, 기회가 오면야 너무 감사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걸 더 열심히 하고 싶어요. 제 일이 즐겁고 행복해요"라고 답했다. 다만 "공연 때처럼 관객 반응을 체감할 수 없다는 점은 아쉽달까요. 댓글로만 반응을 볼 때는 관객 앞에서 서는 데 대한 갈증이 있죠"라고 덧붙였다.

그렇게 혼자 시작한 작업이었지만, 이제는 제작팀까지 있는 어엿한 1인 크리에이터로서 자리 잡았다. 박상현은 최근 자신의 별명인 '삐약이'를 내세운 삐약이엔터테인먼트를 차려 뜻이 맞는 크루들과 콘텐츠 제작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원석, 이영준, 최수락, 성용, 조성우 등 개그맨 출신들이 모여서 같이 만들고 있어요. 저 혼자 계속 하기에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1인 미디어가 매해 빠르게 트렌드가 바뀌고 있어서 촬영 편집도 점점 혼자하기엔 버거워 크루식으로 함께 하는 크리에이터들이 많아요. 지금 저희는 사무실도 없고 그냥 수요일 잠깐 만나서 아이디어 같이 짜고 하는 정도지만, SNS 광고나 행사 등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으로 키우려고 노력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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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크리에이터가 역으로 방송에서 각광받으며 새로운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는 요즘, 눈여겨 보는 크리에이터는 없는지 묻자 박상현은 선배 개그맨 유세윤을 언급했다.

"사실 다른 크리에이터의 콘텐츠는 일부러 안 봐요. 아이디어 싸움인데 따라하게 될까 봐요. 제 오리지널 아이디어로 제작 하려고 애쓰는 편이죠. 개그맨 중에서 꼽는다면 유세윤 씨. 제가 지금 쿠드비(유세윤이 운영 중인 광고 제작사)에도 소속이 돼 있어서 콘텐츠를 같이 만드는데, 정말 열정적이고 창의적인 사람이에요."

실제로 박상현의 영상 중에는 유세윤과 호흡한 '유부남' 시리즈도 유명하다. 유세윤은 아내에 꽉 잡혀 사는 유부남으로 박상현과 술자리를 갈망하지만 번번이 실패해 안타까움을 산다.

"'코빅'에서 처음 만났는데 저는 한참 후배였고 그냥 인사만 하는 사이였어요. 영상 시작하고 8개월 정도 됐을 때인데, 어느 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으니 유세윤이라고 하더라고요. 처음엔 누가 성대모사로 장난치는 줄 알았는데 진짜 유세윤 선배였어요. 제 영상을 보고 재밌다고 하면서 본인이 제작하는 광고에 한 번 출연해 달라고 하더라고요. 그게 인연이 돼서 만나서 지금까지 돈독하게 지내고 있죠."

특히 박상현은 무조건 웃겨야 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었는데 유세윤의 한 마디가 도움이 됐다며 "이제 일상에도 웃긴게 너무 많아서, 웃기려고만 하면 힘들다. 사람들에게 소소한 즐거움을 주려고 생각하면 스트레스 안 받고 오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그의 조언을 전했다.

[Y터뷰] 7년 무명 개그맨 박상현→1인 크리에이터 선구자 된 비결

남들보다 개그를 늦게 시작해 스스로를 '삐약이'라고 부르는 박상현. 비록 스타 개그맨으로 이름을 떨치진 않았지만, 사람들에게 소소하고 즐거운 웃음을 주는 개그맨으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가고 있다.

"지금 하는 일이 쉽진 않지만, 저는 1인 방송을 시작하기 전이 더 힘들었거든요. 상암에서 안양까지 걸어간 적도 있고, 찜질방이나 피씨방에서 자면서 개그를 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오히려 지금은 네티즌의 호응이나 저를 알아봐 주시거나 하는 모든 게 감사하고 행복해요. 특히 '힘들었는데, 스트레스 받았는데, 영상보고 기분 좋아졌다'는 댓글을 볼 때 가장 뿌듯해요."

박상현은 1인 크리에이터로서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이들에게도 아직 늦지 않았다며 강력하게 추천했다.

"요즘 사회가 치열하잖아요. 크리에이터도 이슈가 되면 누구보다 빨리 콘텐츠를 만들어서 올려야 하는 일이라 특히 치열해요. 워낙 빠른 곳이라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어요. 다만 남다른 아이디어만 있고, 포기 않고 열심히만 하면 무조건 된다고 말해 주고 싶어요. 1인 미디어를 하는 사람으로서 적극 추천하고 싶어요."

YTN Star 최보란 기자 (ran613@ytnplus.co.kr)
[사진 = YTN Star 이준혁 인턴PD(xellos9541@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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