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리뷰] 친숙한 공간이 두려워지는 순간...'목격자'의 힘

[Y리뷰] 친숙한 공간이 두려워지는 순간...'목격자'의 힘

2018.08.15. 오전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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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리뷰] 친숙한 공간이 두려워지는 순간...'목격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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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잠든 새벽. "살려 달라"는 한 여자의 비명이 들린다. 경찰에 들어온 신고는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살인사건은 아파트 한복판에서 벌어졌다. 정말 이를 목격한 사람은 없는 걸까? 영화 '목격자'(감독 조규장, 제작 AD406)의 출발이다.

'목격자'는 아파트 한복판에 벌어진 살인을 목격한 상훈(이성민)이 범인 태호(곽시양)의 다음 타깃이 되어버려 벌어지는 추격 스릴러다. 적당히 비겁하고, 적당히 정의로운 보험설계사 상훈은 최근 어렵사리 내 집을 마련했다. 술을 마시고 새벽에 들어온 그는 우연히 망치로 여자를 죽이는 범인의 모습을 목격했다. 신고하려는 순간 집안의 불이 켜지고 상훈은 범인이 자신의 집 층수를 세고 있는 걸 보게 된다. 그의 고민이 시작된다.

[Y리뷰] 친숙한 공간이 두려워지는 순간...'목격자'의 힘

영화는 현실에 바탕을 둔다. 장소가 친근하다. 수많은 이들의 삶의 공간인 아파트가 그곳이다. 살인 현장을 목격했다.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그때 살인자와 눈이 마주쳤다. '목격자'는 묻는다. 이런 상황에서 '당신은 경찰에 신고할 수 있느냐'라고 말이다. 상훈은 신고하지 못한다. 계속해서 갈등하지만 어디선가 자신을 쳐다보는 낯선 시선이 느껴진다. 발신인을 알 수 없는 전화가 걸려오고 키우던 강아지가 실종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발생한다.

'목격자'의 힘은 여기서 나온다. 친숙한 공간이 갑자기 두려움의 공간이 된다. 고뇌에 가득 찼지만 애써 사건을 외면하려는 상훈의 모습은 우리네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도 상훈은 남의 일에 끼어드는 아내(진경)를 자주 나무란다. "그런 일에 끼어들면 좋을 게 없다"고 말이다.

[Y리뷰] 친숙한 공간이 두려워지는 순간...'목격자'의 힘

여기에 '목격자'는 내 일이 아니면 무관심한 현대인들의 집단 이기주의나 목격한 사람이 많을수록 제보율이 낮아지는 방관자 효과(제노비스 신드롬) 등 현실과 맞닿은 다양한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다. '아파트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사건을 쉬쉬하고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 나서겠지'라는 얄팍한 이기심을 그려낸다.

작품은 직설적이다. 범인의 얼굴을 곧바로 공개한다. 상훈이 신고할까 말까 망설이는 와중에 태호는 상훈 주위를 맴돌며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다. 드라마 '미생'에서 평범한 직장인을 연기했던 이성민의 연기는 현실감을 더한다. "'왜 신고를 안 하지?'라는 생각을 관객들이 할 수 없게 하는 것이 고민이었다"던 이성민의 고뇌의 결과를 볼 수 있다. 13kg을 늘리고 살벌한 연쇄살인범을 연기한 곽시양의 연기 변신도 주목할 만하다.

[Y리뷰] 친숙한 공간이 두려워지는 순간...'목격자'의 힘

다만 반전에 기대지 않는 스릴러인 만큼, 극 중간중간 허술함이 느껴지는 부분이 존재한다. 범인은 공개됐다. 목격자는 방관했고 위험에 빠진다. 그리고 각성한다. 이 과정에서 스릴러 장르에서 엿볼 수 있는 '쫀쫀함'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건 아쉬운 대목이다.

1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1분.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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