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①] 김명수 "배우로서 인피니트 엘 인지도 넘을 때까지"

[Y터뷰①] 김명수 "배우로서 인피니트 엘 인지도 넘을 때까지"

2018.07.22. 오전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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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①] 김명수 "배우로서 인피니트 엘 인지도 넘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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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자, 종영 소감부터 말해볼까요?"

배우 김명수의 너스레에 다소 적막했던 인터뷰 현장에 웃음이 터졌다. 말 없고 진중한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 속 임바른 판사를 상상했던, 기자의 선입견을 보기 좋게 깨뜨렸다. 당차고 똑 부러진 말투는 그대로였지만 유쾌함이 곳곳을 채웠다. "(연기로) 칭찬을 많이 받은게 처음이라 기분이 좋네요"라는 솔직한 답변에서 꾸밈없는 '사람 김명수'가 읽혔다.

최근 종영한 JTBC 월화드라마 '미스 함무라비'(극본 문유석, 연출 곽정환)의 수확은 김명수의 재발견이다. 그만큼 임바른의 옷을 입은 김명수는 물 만난 고기와 같았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서울중앙지법 민사44부를 배경 삼아 판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미스 함무라비'. 김명수는 극 중 서울법대에서도 엘리트 중 엘리트로 손꼽히던 임바른 판사를 맡았다. '오지랖'과 '민폐'를 멀리하며 철저히 개인주의자의 삶을 추구하는 인물.

[Y터뷰①] 김명수 "배우로서 인피니트 엘 인지도 넘을 때까지"

무미건조한 말투에 한 발짝 떨어져 사건을 관망하는 태도,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모습까지. 동명의 원작 소설 속 임바른이 튀어나온 듯 생생했다. 현직 부장판사이자 각본을 집필한 문유석 작가 역시 '현실의 임바른이 여기 있는 것 같다'고 극찬했을 정도다.

"주변에서 실제로 얼마나 비슷한지 자주 물어요.(웃음) 사고방식이나 말하는 것, 원칙을 지키는 태도, 모든 게 닮았죠. 그래서일까요. 바른이처럼 저 역시 '미스 함무라비'를 시작했던 반년 전과 지금이 달라요. 바른이도 원리와 원칙이 우선이었지만 자신과 정반대인 박차오름을 만나 결국 '사람'을 중심으로 생각하게 되잖아요."

미니시리즈에서 처음으로 남자 주인공을 맡아 부담도 상당했을 테다. 하지만 그 무게를 견디는 것도 배우의 몫이었다. 법원 답사는 기본, 배석 판사실에 찾아가 실제 판사들의 일하는 모습과 분위기를 느끼려 했다. 문유석 작가의 공판을 방청한 적도 있단다. 스스로도 "정말 준비를 많이 했어요.(웃음)"라고 돌이켰다.

[Y터뷰①] 김명수 "배우로서 인피니트 엘 인지도 넘을 때까지"

철저한 준비성은 캐릭터 소화력으로 이어졌다. 덕분에 배우 김명수를 보는 대중의 시선도 온화해졌다. 과거 불거졌던 연기력 논란을 꾸준함과 노력으로 지워냈다. 쏟아지는 호평에 고무될 법도 한데 그는 차분한 모습이었다. 이미 시청자 입장에서 자세를 고쳐 않고 본인의 부족한 점을 짚었다. 그래야 발전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이를 위해 평소 선플, 악플 구분없이 본인을 향한 댓글을 꼼꼼히 챙겨본다는 의외의 면모도 드러냈다.

"정작 드라마 보면 제 단점이 많이 보여요. 법정 용어가 많다 보니 댓글에 발음이 아쉽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또 바른이는 말을 굉장히 잘 하다보니 전달에 신경 쓰느라 감정표현에 미숙하기도 했어요. 아쉬운 부분이 더 많아 다음 작품에는 어떻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드릴지 고민 중입니다. '극 중 캐릭터 같다'는 말을 계속 듣고 싶어서요. 계속 '인생캐릭터'를 경신하고 싶은 게 목표라면 목표죠."

[Y터뷰①] 김명수 "배우로서 인피니트 엘 인지도 넘을 때까지"

'미스 함무라비'의 가장 큰 미덕이라면 현실의 축소판인 민사 재판을 무대로 사회의 곳곳을 비췄다는 점이다. 직장 내 성희롱부터 내부 고발자의 해고, 교수의 제자 준강간, 가정폭력을 당하던 아내의 정당방위 사건까지. 사회가 가지고 있는 뼈아픈 문제를 꺼내 시청자에게 고민의 기회를 제공했다. 그렇기에 출연자 입장에선 메시지가 강한 '미스 함무라비' 출연이 제법 부담스러울 법도 했다.

"부담이요? 글쎄요. 제게 '미스 함무라비'는 잊었던 것들을 다시 깨닫게 해주는 계기가 되는 드라마였어요. '당연하다'고 믿고, 알고 있었던 게 사회생활 하면서 무뎌지고 또 잊곤 하잖아요. 옆에서 오름이가 말보단 행동으로 행하는 걸 보면서 '원래 저게 맞는데 나는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생각하곤 했어요. 시청자에게도 그런 각성의 기회를 제공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죠."

[Y터뷰①] 김명수 "배우로서 인피니트 엘 인지도 넘을 때까지"

드라마는 사람 김명수에게 잊었던 걸 깨닫게 했으며, 연기자 김명수에게 성장의 기회를 줬다. 운보단 노력으로 얻은 값진 성과인 만큼 배우로서 나아갈 방향성에 대한 자신감도 얻었다. 여전히 대중에겐 배우 김명수보다 인피니트 엘이 더 익숙하지만 이번 기회로 그는 '연기자 김명수'로 우뚝 서겠다는 목표에 크게 한걸음 다가간 것처럼 보였다.

"제 목표가 인피니트 엘을 이기는 거예요. 가수로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지만, 배우로선 아직 출발선이니까요. 배우 김명수가 엘의 인지도를 넘어설 때까지 열심히 해야죠. 결과적으로 가수 엘, 배우 김명수 두 개의 이름이 공존하길 바라고요."

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사진제공 = 울림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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