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김고은, 똑부러지게 그리고 사랑스럽게

[Y터뷰] 김고은, 똑부러지게 그리고 사랑스럽게

2018.07.07. 오전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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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김고은, 똑부러지게 그리고 사랑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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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나게 살진 못해도, 후지게 살진 말아!', 현장에서부터 이 대사가 와 닿았어요. 어떤 것을 추구할 때 맹목성을 띠게 될 때가 있잖아요. 욕심이 나는 순간에 후져지지 않은 게 어렵겠더라고요. 어렸을 때부터 혼자 사는 인생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주변을 돌아보지 않으면 후져질 수 있다고 봐요. 그래서 일을 할 때 더불어 산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생각하고 있죠."

똑부러지게 그러면서도 사랑스럽게. 배우 김고은은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춘 사람으로 보였다. 자기 생각을 조리 있게 말하면서 가끔 코를 찡긋하며 웃을 때는 상대의 입가에까지 기분 좋은 미소를 전파했다. 데뷔작인 '은교'(2012) 속 말간 얼굴이 보이다가 '도깨비'(2016) 속 순수하면서도 당찬 지은탁의 모습이 드러나기도 했다. 물론 지난 4일 개봉한 영화 '변산'(감독 이준익) 속에서 보여준 강한 내공의 선미의 면모를 확인할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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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김고은은 학창시절에 큰 존재감이 없었던, 평범한 선미 역을 맡았다. 극 중 고등학교 동창인 학수(박정민)를 짝사랑했던 선미는 학수 아버지(장항선)가 입원하자 그에게 전화를 걸어 그를 고향인 전북 부안 변산으로 내려오게 한다.

"촬영을 하면서 '내가 이걸 안 한다고 했으면 어쩔 뻔했나'라고 생각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너무 행복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결과가 중요하지만,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던 그는 "'은교' 때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이 내 안에 자리매김했다. 약간 강박이기도 한데, 이번 현장은 '행복하다'는 표현 그 이상으로 좋았다"고 만족했다. 그 현장을 만들어준 건 연출을 맡은 이준익 감독이었다.

"일이기 때문에 예민한 순간이 발생할 수도 있죠. 그런데 이준익 감독님은 모든 걸 본인의 탓이라고 말하더라고요. 현장서 누군가의 실수 때문에 긴장이 됐는데 '내 잘못이야'라고 외치더라고요. 감독님은 계속 웃었고, 누가 실수를 했는지조차 궁금해하지도 않아요. 무안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감독님 본인이 자신을 무안하게 만들어요. '이게 이준익의 힘이구나'를 느꼈죠. 신기할 정도로~ 권위의식이 없어요.(웃음) 존경스러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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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을 찍기 전 김고은은 tvN '도깨비'로 그야말로 공전의 히트를 쳤다. 그렇지만 그 이후 김고은의 마음 상태는 편하지만은 않았다. "즐거운 역할을 맡아보고 싶었다"던 그의 말이 당시의 심정을 말해줬다. "유쾌하게 해나가고 싶은 연기를 하고픈 찰나에 '변산'을 만났다"던 그의 눈빛이 반짝였다.

김고은은 선미 역을 위해 스스로 8kg을 찌웠다. 그는 "시나리오를 볼 때 막연하게 그려지는 이미지가 있다. '은교'를 읽을 때 은교는 단발머리일 것 같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미는 마른 느낌은 아니었다. 이준익 감독님한테 '증량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물어봤더니 '응. 해!'라고 했다. 단순하게 접근했다"고 이야기했다.

그 때문에 현장에서 그는 얼굴이 부으면 부은 대로, 촬영 전날 야식이 먹고 싶으면 먹으면서 촬영에 임했다. 물론 그 이후 '눈물의 다이어트'를 해야 했지만. 우스갯소리로 그는 "다이어트를 할 때 '왜 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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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시에 본질적인 질문을 많이 하려고 해요. 바쁘고 각박하게 살다가 어느 순간 아무것도 안 할 때, 그 허함을 느끼고 싶지 않아서요. 저는 오늘이 제일 중요해요. 내일을 걱정하지 않아요. 내일이 꼭 보장된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왜 사는가?' '난 무엇을 위해 사는가?' '어떤 일을 할 때 행복한가?' 등 저한테 질문을 던져요. 다이어트 할 때 '행복한가'라고 물었는데 아니더라고요.(웃음)"

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는 김고은. 그에게 행복을 주는 건 단연 연기였다. "운이 좋게 첫 작품부터 주연을 맡았다.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 현재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러고 싶다"던 김고은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배우가 연기만 한다고 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어렸을 때 데뷔해서 지금까지 시행착오를 겪었어요. 물론 지금도 겪고 있고요. 앞으로도 겪겠죠. 현재는 '프로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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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종일관 솔직하고 털털했다. '의외다'라는 평가에 사석에 만나면 본인 때문에 "다 배꼽을 잡는다"며 "이것은 팩트"라고 강조했다. 현장에 있던 취재진이 모두 웃음 짓던 순간이었다. 데뷔 때와 달라진 점을 묻자 그는 "똑같다. 조금 달라진 점이 있다면 유연해졌다는 것"이라면서 "내 처음을 봤던 '은교'의 정지우 감독님을 만나면 '제가 달라졌나요?'라고 물어본다. 그리고 잘못 가고 있으면 혼내 달라고 한다"고 말을 이었다.

"그렇게 물을 때마다 감독님이 '넌 똑같다'라고 얘기하시거든요. 물론 완전히 똑같지는 않겠지만, 근본적인 성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거 같아요. 사실 낯가림이 진짜 심했어요. 처음 만나는 사람의 눈도 잘 못 맞췄고요. 무표정과 웃는 표정의 차이가 커서 오해도 받았죠. 고생을 덜 해봐서 아닐까요? 지금은 뭐 낯가림도 없네요. 하하."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메가박스(주)중앙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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