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결과물 만큼 촬영 현장도 중요해"...조민수의 일침

[Y터뷰] "결과물 만큼 촬영 현장도 중요해"...조민수의 일침

2018.07.07.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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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결과물 만큼 촬영 현장도 중요해"...조민수의 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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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4년 만에 돌아왔냐고요? 하고 싶었는데 출연 제안이 없었어요. '그냥 쉬었다'고 이야기하면 더 멋있어 보였으려나?(웃음)"

카메라 밖 배우 조민수는 참으로 꾸밈없었다. 천생 배우라는 칭찬에 "연기할 때 전혀 즐겁지 않은 내게 어울리는 수식어일까?"라고 반문하다가 "롤모델로 꼽힌다"는 말에 "선배에 대한 예의지, 내가 후배 때도 그랬다"며 시원하게 웃어 보였다.

카리스마 넘치는 스크린 속 모습과 달리 마주 앉은 자리에 웃음이 가득했고 까칠하기보다 상대를 편안하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그런 그가 4년 만에 복귀한 영화 '마녀'(감독 박훈정)가 더욱 궁금할 수밖에.

[Y터뷰] "결과물 만큼 촬영 현장도 중요해"...조민수의 일침

조민수가 '마녀'에서 맡은 역할은 닥터 백. 뇌과학 분야 최고 권위자로 유전자 조작을 이용해 인간병기를 탄생시킨 인물이자, 애초 시나리오 단계에서 본래 남성이었던 인물이다. 박훈정 감독은 "조민수 배우의 카리스마라면 가능할 것 같다"며 성별까지 바꾸는 모험을 감행했다. 일면식도 없었지만 가능성을 믿고 선뜻 손 내밀어준 감독에 배우는 깊은 고마움을 표했다.

"'마녀'는 박훈정 감독이 각본을 쓴 작품이에요. 작가로서 본인이 애초 남자로 정해둔 설정을 바꾸면서까지 나를 넣겠다는 선택이 고맙고 배우로서 뿌듯했죠."

감독의 믿음에 부응하고자 배우가 들인 노력은 남달랐다. 관객이 온전히 인물을 이해할 수 있도록 인물의 눈빛과 표정, 손짓 하나에도 이유와 사연을 담으려 했다.

"차라리 극 중 다른 인물처럼 초능력자였다면 무슨 짓을 해도 관객이 용서할 텐데 닥터 백은 '사람'이에요." 비정상적인 인간 병기들 속 그는 현실적이고도 유일한 우리네 인간이었다. 그렇기에 작품에 하나쯤은 있는 보통의 악역과는 결이 달랐다.

"닥터 백은 악행을 저지르면서도 '위에서 하라는 데 어떻게 해'라고 핑계를 대고 정작 본인은 작은 피해만 입어도 격하게 고통스러워해요. 남에게 상처 잘 주는데 정작 본인이 상처받으면 미치는 애들, 주변에 꼭 있잖아요. 이를 위해 인물의 전사를 하나하나 설정하고 시뮬레이션했죠. 이런 작업이 고통스럽지만 행복한 마음이 더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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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테다. 그럼에도 그가 '마녀'를 떠올리며 행복해했다. 그 중심에 감독과 현장이 있었다. 조민수는 "(박훈정 감독을) 개인적으로는 잘 모른다. 친하지도 않고. (웃음) 하지만 현장에 본 그는 손에 꼽을 정도로 괜찮은 감독"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심지가 선해요. 감독으로서 디렉션 하다보면 껄끄러운 말도 해야 하잖아요? 그것조차 미안해서 괜히 다가가 장난 거는 사람이죠. 또 하나 놀란 건 막내 스태프들을 그렇게 챙겨요. 현장에서 가장 힘없는 막내한테 어떻게 행동을 하나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어요. 사실 저한테 못하는 사람은 별로 없거든요."

[Y터뷰] "결과물 만큼 촬영 현장도 중요해"...조민수의 일침

그동안 작품에 참여하며 다양한 감독과 촬영 현장을 경험 해왔을 터. 결과뿐 아니라 과정의 중요성을 그는 연륜과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데뷔 후 수많은 현장을 다녔어요. 나쁜 사람은 정말 나빠요. (웃음) 그럼 현장 가는 게 마치 끌려가는 것 같아요." 권력이라는 이름으로 부당한 일이 자행되지 않고 함께 일하고 싶은 분위기의 현장, 그가 말하는 좋은 현장의 의미인듯싶었다. 이를 위해 꾸준히 목소리를 낸다.

"배우는 작품에 들어가면 최소 6개월이라는 시간을 오롯이 투자해요. 나쁜 사람 만나면 죽겠는 거죠. 그러면 말없이 맡은 부분만 하고 바로 집에 와요. 그러다 보면 '과연 이 일을 왜 할까, 나는 행복한가'라는 생각을 해요. 그래도 우리가 끝나고 포장 잘하잖아요, 좋으신 분이라고. 집에 와서 머리 뜯죠. (웃음) 결과만큼 과정도 중요해요. 좋은 현장을 위해 다 같이 노력해야 하고요."

[Y터뷰] "결과물 만큼 촬영 현장도 중요해"...조민수의 일침

1986년 영화 '청 블루 스케치'로 시작한 연기자로서의 삶도 어느덧 32년째. 요령을 피울 법도 한데 매 작품 다 쏟아부어야 직성이 풀린단다. 캐릭터를 표현하고 만드는 과정은 여전히 어렵고 고민되고 또 편하지 않은 일이다. 때론 지옥처럼 느껴질 정도로. "하지만 그 과정을 견디고 표현했을 때 카타르시스가 있습니다. 그 맛에 배우 해요."

"한 영화에서 조커 역할을 맡았던 히스 레저가 안타까운 선택을 했을 때 미안한 얘기지만, 배우로서는 최상을 경험하고 간 게 아닐까 싶었어요. 잭 니콜슨이 '그래서 하지 말라고 했잖아'라고 말하는 그 문장이 와닿더라고요. 갈증이 계속 있어요. 더 이상 목마르지 않으면 배우 하지 말아야죠."

조민수는 여전히 그를 끓게 하는 작품을 찾고 기다리고 있다. 그런 그에게 연기자로서 바람이 있다면 스스로 표현한 인물의 '희로애락'이 보는 관객들에게 조금이라도 전달됐으면 좋겠다는 것.

"사람들은 무작정 시원하게 웃고 싶거나, 펑펑 울고 싶을 때도 영화를 보잖아요. 그때 제 연기를 보면 감정이 정화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조금이라도 가져가는 게 있었으면 해서요.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어휴, 난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기도 하고요. (웃음)"

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사진제공 = 엔터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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