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②] 전종서 "차기작? 여성 인권 관련 작품이면 무엇이든"

[Y터뷰②] 전종서 "차기작? 여성 인권 관련 작품이면 무엇이든"

2018.06.13.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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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②] 전종서 "차기작? 여성 인권 관련 작품이면 무엇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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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라는 이름 앞에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기까지, 서론이 길었던 만큼 그 뒤는 마치 예견된 일처럼 빠르고 순차적으로 진행됐다. 2년간의 방황 후 회사에 자리 잡은 지 3일 만에 운명처럼 '버닝'을 만났다.

'버닝'은 그가 연기 경험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본 첫 오디션이었고 첫 작품이었다. 심지어 그 안에는 소화하기 쉽지 않은 흡연 및 노출 신(Scene)도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그에겐 크게 문제가 되진 않았단다.

"옷이 파이든, 뭘 걸치지 않든 누구든 길거리에서 원하는 대로 입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확장해 영화에서 배우가 노출한다고 해서 색안경을 끼고 바라본 적도 없죠. 영화는 사람들이 사는 이야기를 하잖아요. 그 속에서 자연스러운 거고 전체를 보면 그 장면이 단순히 노출로만 다가오지 않죠. 그런 사고가 계속해서 영화를 나오게 하는 힘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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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어려웠던 건 '처음'이 주는 낯섦이었다. 단편영화 출연조차 경험이 없던 그에게 '버닝'은 피사체로 선 첫 번째 순간이었다. 하지만 낯섦은 이내 즐거움으로 변했다. 전종서는 이창동 감독과 동료 배우들에게 공을 돌렸다. 작품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는 막 첫발을 내디딘 전종서에게 좋은 기준점이 됐다.

"텍스트로만 해미를 볼 땐 어려움이 있었어요. 시나리오가 어떻게 영화화되는지 경험한 적이 없으니까요. 그때 감독님이 해준 말이 기억에 남아요. '정해진 답이 있기보다 인물은 받아들이는 거야.' 그게 정말 좋았습니다. 규격이나 틀 없이 그대로 느끼면 되는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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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세 젊은이를 주인공으로 청춘의 분노와 좌절, 고뇌를 담은 만큼 그가 바라보는 사회, 그 속에 살아가는 청춘에 대한 생각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세상은 편하고 좋아지고 있지만 우리는 멈춰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시대에 맞춰 따라가고 쫓아가려 하지만 '가랑이 찢어진다'는 말처럼 한계에 부딪히죠. 영화 속 수많은 개츠비들을 보면서 자격지심과 분노, 억울함을 느끼는 것처럼요. 하지만 왜 무기력하고 또 무엇에 화가 나 있는지 모르고, 또 알려고 하지 않아요. 영화가 말하는 미스터리 중 하나죠."

전종서는 자신 역시 "그 중 일부였다"고 고백했다. 그래서일까. '버닝'이 배우뿐 아니라 자연인 전종서에게 준 영향이 상당하고 했다. 그는 다시 질문을 시작했다. 지금 어떤 사회에 살고 있고, 어떤 상태로 지금의 삶을 살고 있는지, 내 25살은 어떤 모양에 색깔인지, 어떤 점이 억울하고 무엇에 화가 나는지에 대하여.

"영화에 참여하며 많은 부분을 자각했어요. 우리 사회는 다 연결돼 있는데도 미움이 많아요. 물론 당장 바뀔 수는 없는 일이죠. 다만 그 상황에 물음표를 던지는 용기를 얻었습니다. 나아가 사회의 일원으로서, 또 배우로서 할 수 있는 영향력을 고민하게 됐죠. 반성하고 뉘우치기도 하고요."

[Y터뷰②] 전종서 "차기작? 여성 인권 관련 작품이면 무엇이든"

'버닝'이 그에게 남긴 자국만큼, 관객에게도 오래도록 회자되는 영화가 되길 바랐다. 전종서는 '버닝'을 "수명이 긴 영화"라 정의했다. 다소 아쉬운 흥행 성적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남긴 유산은 계속 살아있을 거라는 확신을 보였다.

"이십 대 초반인 제가 영화를 바라봤을 때 느끼는 점과 스티븐 연 오빠 세대가 바라보는 '버닝'은 달라요. 감독님과 같은 윗세대에는 또 다르게 다가가고요. 개개인이 담을 수 있고 또 열 수 있는 폭, 어떤 상태에 놓여 있는지에 따라 다양한 반응이 공존하는 영화에요. 수명이 긴 영화라 생각하는 이유죠."

극 중 해미는 홀연히 사라졌지만, '버닝'으로 성공적인 출발을 시작한 전종서를 앞으로 어디서 볼 수 있을까. 그는 아직 차기작을 결정하지 못했지만 언제가 됐든 "여성의 목소리를 담은 영화는 꼭 출연하고 싶다"며 두 눈을 반짝였다.

"현시대의 갈증이라고 생각해요. 현대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면서 겪는 어려움과 피곤함이 많아요. 여성이라는 성에 대한 이야기와 권리에 물음표를 던지거나, 너와 내가 편할 수 있는 사회에 대한 미래 지향적인 시각을 담은 영화라면 오디션을 볼 거 같아요. 대단한 흥행을 목표로 하지 않아도, 엄청난 상업 영화가 아니어도요. 시대가 필요로 하는 이야기에 계속 참여하고 싶습니다."

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사진제공 = CGV 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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