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현장] "고통은 여전히 진행 중이기에"...'허스토리'의 가치(종합)

[Y현장] "고통은 여전히 진행 중이기에"...'허스토리'의 가치(종합)

2018.06.07. 오후 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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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현장] "고통은 여전히 진행 중이기에"...'허스토리'의 가치(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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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문제를 다룬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며 앞으로 더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

7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허스토리'(감독 민규동, 제작 수필름) 언론시사회에서 민규동 감독이 이같이 말했다. 이날 현장에는 민규동 감독을 비롯해 배우 김희애, 김해숙, 예수정, 문숙, 이용녀, 김준한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는 일본 정부를 상대로 벌인 11개국의 수많은 법정투쟁 가운데 유일하게 일부 승소를 받아낸 판결인 '관부 재판'의 실화를 소재로 했다. 관부(關釜)는 한국 부산(釜)과 일본 시모노세키(關)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의 민규동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 동안 23회에 걸쳐 일본 시모노세키를 오가며 힘겨운 법정투쟁을 벌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10명의 원고단과 이들의 승소를 위해 함께 싸웠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섬세하고도 호소력 있게 담았다.

[Y현장] "고통은 여전히 진행 중이기에"...'허스토리'의 가치(종합)

연출과 함께 각본을 맡은 민규동 감독은 "90년대 초반에 김학순 할머니 고백을 보고 가슴에 돌이 얹어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도저히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게 부끄러워서 (영화 제작을) 더 이상 미루고 싶지 않았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기존 위안부를 다룬 영화와의 차이점도 짚었다. 민 감독은 "위안부 영화를 하면 민족의 희생양, 꽃다운 처녀, 짓밟힌 자존심 같이 획일화된 이미지가 있다. 이에 많은 사람이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가 잘 모르는 개별 할머니들의 아픔을 다루고자 했다. 한 명의 여성이자 인간으로서 숨기도 하고 도망가기도 했던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다"고 주안점을 둔 부분을 이야기했다.

배우들 역시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극 중 아픈 사연을 숨긴 채 살아오며 끝내 일본 사법부에 맞서는 생존자 배정길 역을 맡은 김해숙은 "사실 피해자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알 수 있다는 생각에 겁없이 도전한 작품이었다. 하지만 막상 연기를 하니 그분들의 고통을 조금도 다가갈 수 없어서 고통스러웠다"고 토로했다.

연기경력만 40년에 달하는 베테랑인 그에게도 '허스토리'는 남달랐다. 그는 "배우로서 연기를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 자체가 오만했다. 내 자신을 비우고 하얀 백지 상태로 연기했다.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아직 (이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메시지가 다시 한번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Y현장] "고통은 여전히 진행 중이기에"...'허스토리'의 가치(종합)

김희애는 "우리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그 부분이 매력적이었지만 동시에 부담스러운 숙제로 다가오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극 중 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정부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고군분투하는 원고단 단장 문정숙 역을 맡아 진한 감동을 이끈다.

그는 어떤 시련에도 굴하지 않는 강인하고 당찬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짧은 머리로 외형의 변화를 꾀했다. 이뿐만 아니라 데뷔 이래 처음으로 도전한 부산 사투리에 도전했다. 이에 "'이만하면 됐다'라며 포기할 법도 하지만 할머니들 생각해서 더 열심히 했다. 가짜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다. 부산 사투리를 가르쳐준 선생님과 매일 연락하며 배웠다"고 기한 남다른 노력을 설명했다.

배정길과 함께 일본 정부에 맞서는 원고단 박순녀, 서귀순, 이옥주 역의 배우 예수정, 문숙, 이용녀의 열연 역시 뜨거운 감동의 121분을 빠짐없이 채운다. 특히 문숙은 "일본인 욕 먹는 건 차치하더라도, 동네 사람들 욕 다 먹어가면서 피해 사실을 밝힌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오리지널 미투 운동 아닌가. 감사하고 대단하다"고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Y현장] "고통은 여전히 진행 중이기에"...'허스토리'의 가치(종합)

마지막으로 민규동 감독은 영화의 메시지를 언급하며 "'왜 하필 이 영화인가?'라는 질문을 늘 받는다. 그 중 이런 영화 만든다고 세상이 바뀌겠냐는 질문도 있었다. 하지만 영화 속 인물들처럼 우리 모두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지 않겠나"라고 강조했다.

그는 "굉장히 많이 만들어진 소재인 것 같지만 많이 만들어진 상태도 아니다. 이제 시작이며 앞으로 더 많은 이야기가 다뤄져야 한다. 이 영화는 법정을 무대로 한 영화기도 하고 여성들이 주인공인 여성 영화이기도 하다. 많이 찾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사진제공 =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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