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유아인, '버닝'이라는 변곡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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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2. 오전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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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유아인, '버닝'이라는 변곡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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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 이후 연기가 힘들어졌다.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 죄의식 없이, 모욕감 없이 연기하기 위해 애쓰게 됐다."

제71회 칸영화제가 막바지로 향하던 지난 18일, 프랑스 칸의 햇빛을 받으며 배우 유아인이 꺼내놓은 고백이다.

유아인에게 영화 '버닝'(감독 이창동)은 변곡점(變曲點)이자 터닝포인트처럼 보였다. 그는 영화 촬영을 하면서 "갈증이 해갈되고 때가 벗겨지는 기분이었다"며 "진짜 추구하던 방식의 방식으로 연기를 했다"고 만족했다.

이를 이끌어줬던 건 이창동 감독이었다. 유아인은 이 감독을 "'버닝' 세계의 신"이라고 표현했다. 그와의 작업을 꿈꿔왔던 만큼 절대적인 믿음 안에서 촬영을 해보자는 다짐을 했다. 그 결과 유아인은 그가 여태껏 그려왔던 청춘의 얼굴과는 또 다른 면모를 그려냈다.

[Y터뷰] 유아인, '버닝'이라는 변곡점

'버닝'은 유통회사 아르바이트생 종수(유아인)가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전종서)를 만난 뒤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을 소개받으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1983년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 '헛간을 태우다'를 원작으로 한다.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유일한 한국작품으로 현지에서 공개된 후 극찬을 받았다. 중심에는 유아인이 있었다. 유아인은 종수를 통해 현실의 청춘을 연기했다. 극은 시작부터 흔들리는 종수의 뒷모습으로 시작한다. 이에 대해 유아인은 "몸의 움직임을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휘청거리는 청춘을 내 몸의 움직임이라고 생각했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중심이 없는 인물을 표현하는데, 고민을 많이 했다. 시각적으로 멈춰있지 않고 흔들리는 나뭇가지처럼, 갈대처럼 움직이는 모습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평범한 청춘을 연기하기 위해 그는 "주변 동생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취업난을 겪어보지 않았지만 10대 때 일을 시작했다. 혼란스러움이나 청춘의 시기에 겪을 법한 감정적 문제 등 제 나름의 고충도 있었다"면서도 "단순히 개인적인 경험에 기인해서 청춘을 표현하고 싶지 않았다. 책임감을 가지고 이 시대의 청춘들을 표현하고 팠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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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사도' 등 최근 흥행작들에서 유아은 뱉어내고, 토해내는 인물을 표현했다. 파괴력이 컸던 만큼 유아인은 "극단적인 다름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앞서 제가 연기했던 캐릭터의 잔상을 지우기 위해 피드백을 파괴하고 인물을 넘나드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그렇지만 '버닝'은 달랐다. "배우에게 최소한을 요구하는 현장이었다. 그러면서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순간들이 있었다"고 했다.

"'완득이' 속 완득 캐릭터를 좋아한다. 그 연장선상의 버전을 해내고 싶었다. 이전에 제가 표현했던 청춘들은 그 내면에 깊숙이 머물거나 그 안을 들여다보는데 시간을 할애한 건 아니었다. 이번 작품이 달갑고 영광스러웠던 건 기대하기 힘들었던, 캐릭터의 내면으로 들어오고 이를 포착해내고자 하는 순간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배우로서 정말 가지기 힘든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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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인은 이 감독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드러냈다. 그리고 고마워했다. "이 시대의 청춘에 대해 이 같이 깊이 생각하고 보여준다는 것에서 감사했다. 젊고 뜨겁다는 생각을 했다"며 "이창동 안에서 종수를 발견하기 위해 애를 썼다. 그때마다 감독님이 가진 순수성에 크게 매료됐다"고 웃었다.

"카메라가 돌아가면 모든 순간이 페이드아웃(fade-out)되고 이창동의 의식과 나의 몸만 남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밌었다. 이창동 감독님은 저보다 나이가 딱 두 배 많다. 제가 만나본 감독님 중에 가장 노장이다. 물론 거장이기도 하다. 나이 듦의 아름다움을 봤다. 진짜로 열려 있는 분이다."

유아인은 '버닝' 촬영 이후 "연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현장의 옳고 그름은 따질 수 없지만, 유독 이창동 감독님의 영화는 고유한 현장감을 가진 곳"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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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깊숙이 빠지니까 무리가 오더라. (차기작인) '국가부도의 날' 촬영장에서 NG를 많이 냈다. 괴롭고 몸이 뒤틀렸다. 그런데 이마저도 자연스러운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前)이 없다면 후(後)도 없지 않겠나. 앞으로 죄의식이 덜한 연기를 하려고 더 노력할 것 같다."

향후 계획에 대해 묻자 "'버닝'의 터널에서 빠져나간 다음에 생각하고 싶다"고 미소 지은 뒤 "아주 긴 시간을 '버닝'과 종수에 흠뻑 빠져있었다. 칸영화제도, 한국에서의 일도 끝난 뒤 편안하게 생각하려고 한다. 이전에는 힘차게 달렸다면 이젠 조금 더 정성스럽게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고 싶은 마음이다"고 답했다.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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