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피플 in 칸] 뜨거웠던 '버닝'...이창동 감독의 품격

거장의 품격은 많은 이들을 매료시켰다. 아쉽게도 본상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칸영화제에서 여전히 그의 위상은 높았다. 그의 말마따나 현실과 비현실, 있는 것과 없는 것,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탐색하는 영화 '버닝'은 올해 칸영화제 기간 내내 뜨거운 이슈를 낳았다.

제71회 칸영화제가 19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황금종려상을 발표한 뒤 폐막했다. 최고영예인 황금종려상은 일본 감독 고레다 히로카즈의 '만부키 가족'에게 돌아갔다. '버닝'은 국제영화비평가연맹(FIPRESCI, 피프레시)이 주는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과 영화제 기술 부문 최고상에 해당하는 벌칸상(신점희 미술감독) 수상으로 아쉬움을 달래야했다.

단순한 이슈 몰이가 아니었다. '버닝'은 공개 이후 평단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며 현지에서 유력한 수상작 후보 중 하나로 떠올랐다.

티에리 프리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순수한 미장센으로서 영화의 역할을 다하며 관객의 지적 능력을 기대하는 시적이고 미스터리한 영화"라고 '버닝'을 평가했다.

마이크 굿리지 마카오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칸에서 본 영화 중 최고였다. 진정한 걸작이라고 생각한다. 이창동 감독은 최고의 연출력으로 세 명의 배우들로부터 최고의 연기를 이끌어내어 관객들로 하여금 흥분되고, 심장이 멈출 듯한 경험을 안겨줬다"고 한 뒤 "'버닝'은 위험하면서도 아름다운, 쇼킹하면서도 놀라운 영화"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비평가 사이에서도 작품에 대한 호평이 쏟아졌다. 영화 전문지 사이트 앤드 사운드의 닉 제임스 편집장은 "전 세계에서 이창동보다 영화를 더 잘 만드는 감독은 없다"면서 "'버닝'은 한국사회의 계급차별 이면을 정교하게 벗겨낸다"고 말했다.

영국 가디언지의 유명 비평가 피터 브래드쇼는 "한 남성의 집착에 관한 모호한 스릴러"라며 별점 4개(5개 만점)를 주기도 했다.

이와 함께 칸영화제 공식 소식지인 스크린데일리에서 '버닝'이 역대 최고점인 평점 3.8점(4점 만점)을 기록하며 분위기는 고조됐다. 10개 매체 중 무려 8개 매체의 평론가들이 만점인 4점을 부여했다. 물론 평단의 호응과 수상 결과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2016년 3.7점이라는 높은 평점을 받은 '토니 에드만'은 무관에 그친 바 있다. 그렇지만 이는 '버닝'에 대한 칸 현지의 호평을 실감할 수 있는 확실한 지표가 됐다.

이창동 감독은 이러한 반응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인터뷰차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 "꼭 상을 받아야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다"면서 "높은 평점도 큰 의미는 없다. 평점은 평점이다"고 했다.

이 감독은 "(관객들이) 영화 자체의 감각을 따라가길 바랐다. 그렇게 만들었다. 메시지를 전하거나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면서 "기대를 하면 그 기대는 배반이 될 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영화도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한다"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역대급 평점, 수상 예측 등이 아니라 칸영화제에서조차 이 감독은 관객들이 어떻게 '버닝'을 받아들여줄지를 더욱 생각하고 고민하고 있었다.

본상은 아니지만 '버닝'은 폐막식 당일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받으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은 경쟁부문, 감독주간, 비평가주간 부문에서 각각 최고의 작품을 한 편씩 선정하는 상이다. '버닝'은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21편 중 세계의 비평가들의 선택을 받았다.

단상에 오른 이 감독은 "여기는 레드카펫도 없고 플래시도 없다. 레드카펫에 올라갈 때는 비현실 같았다면 여기는 더 현실적으로 느껴진다"며 "'버닝'의 미스터리를 안아줘 감사하다"는 소감을 남겼다.

칸=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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