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in 칸] 유태오, 2000대1 뚫고 빅토르 최가 되기까지

[Y터뷰 in 칸] 유태오, 2000대1 뚫고 빅토르 최가 되기까지

2018.05.19. 오후 2:31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Y터뷰 in 칸] 유태오, 2000대1 뚫고 빅토르 최가 되기까지
AD
제71회 칸영화제가 폐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초반의 열기를 끌어올렸던 이가 있다. 바로 영화 '레토'(감독 키릴 세레브렌니코프)에서 한국계 러시아 록커 빅토르 최(1962~1990)를 연기한 배우 유태오다.

2000대1의 경쟁을 뚫고 오디션을 통과했다. 한국에서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꾸준히 연기했고, 해외에서 먼저 빛을 보기 시작했다. '레토'는 칸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으로 현지에서의 반응도 기대 이상이다. 영화가 상영되기 전인 레드카펫에서 유태오의 얼굴은 쉽게 비춰지지 않았다. 그러나 영화가 끝난 이후에는 달랐다. 그를 향한 플래시 세례는 뜨거웠다. 인터뷰 요청 또한 빗발쳤다.

유태오는 "걱정을 했다"고 털어놨다. 현지 반응에 대해서는 "기분 좋은 혼란스러움"이라고 표현했다.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 유태오에게는 아직 낯선 일이다. 생애 첫 스타일리스트를 뒀고, 그 모습이 남성지에 실렸다. 그는 "칸영화제는 운동으로 따지면 올림픽 대회에 나간 것 아닌가? 경쟁부문에 진출한 건 결승에 오른 것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다"고 정의했다.

[Y터뷰 in 칸] 유태오, 2000대1 뚫고 빅토르 최가 되기까지

'레토'는 1980년대 초반 여름의 러시아를 배경으로 한다. 그룹 키노로 활동하며 자신의 이름이 알려지길 열망하는 젊은 시절의 빅토르 최를 그린다. 작품은 빅토르 최가 마이크와 나타샤 부부를 만나며 소비엔트 연방 체제 아래 '자유의 상징'인 록을 노래하는 모습을 담는다.

"러시아에서 빅토르 최는 자유와 변화의 상징이다. 야성적인 록스타 느낌이었다. 그런데 빅토르 최의 첫 앨범을 번역하다 보니까 시적인 요소가 많이 있었다. 어린 빅토르 최는 미술학교를 다니면서 화가가 되고 싶어하기도 했다. 정체성의 혼란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그를 조사하면서 멜랑꼴리한 감정을 많이 느꼈다."

'레토' 출연이 결정된 뒤 유태오는 3주 만에 러시아어 대사와 빅토르 최 1집에 수록된 노래 9곡을 외워야했다. "미치는 줄 알았다"고 당시를 회상한 유태오는 모든 대사의 발음을 문장으로, 단어로 쪼개서 호텔방 곳곳에 붙여놓고 말하고 외웠다. 입에 붙지 않는 대사들은 계속해서 반복하며 빅토르 최 캐릭터를 구축했다.

[Y터뷰 in 칸] 유태오, 2000대1 뚫고 빅토르 최가 되기까지

유태오는 파독 광부인 아버지와 간호사인 아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독일에서 생활했다. 그는 "한국 문화 출신이 백인의 유럽 환경에서 자라면서 생기는 특수한 감수성이 있다. 빅토르 최와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감수성이 비슷하지 않았을까"라고 이야기했다.

미국과 영국에서 연기를 공부한 그는 현재는 한국을 거점으로 태국, 베트남, 중국, 미국 등지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호기심이 많다"며 "짧은 인생, 많은 맛을 보고 싶다. 세계는 열려 있지 않나"라고 말하는 유태오다. "정착하고 싶지 않느냐"는 질문에 "와이프의 품이 있다"며 다소 간지러운 멘트를 던졌다.

12년 전 뉴욕 유학시절 만나 결혼한 아내 니키 리는 그에게 원동력이다. 정체성의 혼란이 올 때, 타인과 소통이 되지 않을 때 니키 리는 그를 외롭지 않게 만든 유일한 인물이었다.

"아내는 내 자신을 완전히 이해하는 사람이다. 그녀에게 내 정체성이 있다."

[Y터뷰 in 칸] 유태오, 2000대1 뚫고 빅토르 최가 되기까지

이번 칸영화제에서는 '레토' 연출을 맡은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을 볼 수 없었다. 반정부 성향으로 푸틴 정부의 눈 밖에 났던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은 현재 공금 횡령 혐의로 가택 연금 당했다. 유태오는 "내 재능을 믿어줬던 분인데, 같이 못 즐기니까 슬프다"며 "해피엔딩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칸영화제가 끝나고 나면 다시 그는 신발끈을 고쳐 멜 예정이다. 유태오는 "김칫국을 마시지 않겠다. 집에 돌아가면 스피치 선생님하고 약속을 잡고 연기 수업을 받을 것"이라고 미소 지었다.

칸=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엣나인필름]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