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메이커] 곽재용 감독, '멜로 장인'의 우직한 한 우물파기

[Y메이커] 곽재용 감독, '멜로 장인'의 우직한 한 우물파기

2018.04.23. 오전 08:00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Y메이커] 곽재용 감독, '멜로 장인'의 우직한 한 우물파기
AD
[Y메이커]는 신뢰와 정통의 보도 전문 채널 YTN의 차별화 된 엔터뉴스 YTN STAR가 연재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메이커스를 취재한 인터뷰입니다.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한 이때 창의적인 콘텐츠의 수요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수요를 창출하는 메이커스의 활약과 가치는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번 주인공은 [멜로] 메이커, 영화 '바람의 색'을 연출한 곽재용 감독입니다.

한국 멜로 영화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두 작품이 있다. 바로 '엽기적인 그녀'와 '클래식'이다. 모두 곽재용 감독이 직접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두 작품은 전지현, 손예진이라는 걸출한 신인을 발굴했다.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울림 있는 이야기와 세련된 영상미로 지금까지도 '명작'이라고 불리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곽 감독이 다시 한 번 자신의 장기를 발휘했다. 최근 개봉한 '바람의 색'은 홋카이도를 배경으로 사랑하는 연인을 잃은 똑같은 운명을 간직한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신비롭고 환상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멜로 장인'의 귀환이라는 표현에 걸맞을 정도로 곽 감독은 다시 한 번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로 자신의 장기를 발휘했다. 멜로를 "내가 타는 외줄"이라고 표현한 곽 감독의 우직한 한 우물파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Y메이커] 곽재용 감독, '멜로 장인'의 우직한 한 우물파기

Q: 어떻게 일본 홋카이도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찍게 된 것인가?
곽재용 감독(이하 곽): 홋카이도에서 열린 영화제를 갔는데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매일 눈이 오고 술도 맛있다.(웃음) 온천도 좋고. 과거에 그곳 탄광에 한국 사람들이 일하러 왔는데 위령비도 있더라. 그렇게 낯설지만 친숙한 느낌을 받았다. 당시가 2002년도였다. 이후 2008년 초에 다시 한 번 홋카이도를 돌았는데, 유빙 관광도 하면서 좋은 기억을 갖게 됐다. 그러면서 영화를 찍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홋카이도의 차가운 바다를 보면서 그곳으로 들어가는 마술과 실종에 대한 이야기를 떠올렸다.

Q: 홋카이도에서 직접 시나리오를 구상한 건가?
곽: 2008년 당시에 시놉시스를 만들고, 2010년에 삿포로에서 한 달 동안 머물면서 시나리오를 썼다. 일본에 잘 아는 아이스크림가게가 있는데 그곳 며느리가 한국분이다. 강제규 감독님과는 친척이고. 그 분과 인연이 돼서 삿포로에서 방을 빌려 한 달 동안 머물렀다. 마술책을 쌓아놓고 보고, 마술 공연도 보면서 시나리오를 써내려갔다. 이후 웹툰으로 만들어 연재도 했다.

Q: 후루카와 유우키, 후지이 타케미 등 일본 신인 배우들과 작업을 했다. 이유는?
곽: 사실 신인을 쓸 생각은 안 했다. 제작사에서 제안을 했다. 후루카와 유우키와 후지이 타케미는 모두 일본 배우보다는 한국 배우 느낌이 난다. 실제로 두 사람의 학벌이 굉장히 좋다고 하더라.(웃음) 후루카와 유우키는 물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4일 동안 물속에서 촬영해서 잠수병까지 걸렸다. 내가 만족한다고 관객들이 만족하는 건 아니겠지만, 배우들의 연기 때문에 (내가 연출한) 여타 영화보다 만족스럽다.

[Y메이커] 곽재용 감독, '멜로 장인'의 우직한 한 우물파기

Q: 1989년 '비 오는 날의 수채화'로 데뷔해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활동하고 있다. 그 비결을 꼽자면?
곽: 우선은 쉬지 않고 계속 글을 쓴다. 집에서는 못 쓰는 편이라 고립된 곳으로 간다. 1년에 최소 2편에서 3편은 작성한다. 작품이 만들어지든, 안 만들어지든 말이다. '작품을 쓴다'는 행위 자체가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한다. 머리에 든 것만으로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새로운 자료를 보고, 음악을 듣기도 하고, 다양한 상상을 한다. 게임도 좋아한다. 취미로 시작했지만, 촬영할 때 배우들과 스태프들 사진을 찍기도 한다. 계속해서 창작 작업을 하는 것이 나만의 원천이라고 생각한다.

Q: 1959년생인데, 정말 그렇게 안 보인다!
곽: 나름 젊음을 유지하고 있는 편인데(웃음), 사는 방식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한다. 난 아직도 영화를 생각하면 소년처럼 끓어오른다. 새로운 영화를 찍고 싶다. 어떤 영화를 생각하면 흥분할 때도 있다. 촬영 현장에서 살아있는 느낌을 받는다.

Q: '바람의 색'은 멜로지만 마술이라는 소재로 환성적인 느낌을 강조했는데?
곽: 순수한 멜로보다 SF나 판타지 등 다른 장르에 멜로를 넣는 걸 좋아한다. '바람의 색'은 굉장히 역동적이다. 나는 그것이 멜로 장르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러브레터'도 멜로지만 판타지이기도 하지 않나. 멜로에 현실성을 벗어난 이야기를 넣어 통속성을 벗어나게 해준다. 신선함도 느낄 수 있다. 신파보다는 찡한 감동을 안기고 싶다.

[Y메이커] 곽재용 감독, '멜로 장인'의 우직한 한 우물파기

Q: 중국, 일본 등 외국에서도 작업을 하고 있지 않나. 어떤 의미인가?
곽: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 한국에서 잊히는 점은 안타깝다. 2009년 일본에서 '싸이보그 그녀'를 찍고 돌아왔는데, '이 정도로 잊힐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1년 뒤에 보니까 엄청나게 오래 쉰 감독처럼 여겨지더라. 외국에서는 한국에서 만들지 못한 판타지 멜로에 집중했다. 한국에서는 마술을 소재로 한 작품은 생소할 것이다. 다만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다. 배우들과의 작업도 만만치 않다.

Q: '멜로 장인의 귀환'이라는 평에 대해서는?
곽: 계속해서 멜로를 만들어왔기 때문이 아닐까. '바람의 색'은 일본 영화이면서 한국 영화이기도 하다는 거다. 장점일수도 있지만 국적이 없는 영화일수도 있다. 다만 곽재용이 만든 영화라는 건 확실하다. 누군가 '곽재용 월드'라는 표현을 썼는데, 그게 맞다. '바람의 색'에 담긴 스토리와 풍경 음악 등 모든 것이 내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들이다.

Q: '지금 만나러 갑니다' 당시 손예진씨를 만났는데, 요즘 멜로 영화의 부재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곽: 세상에는 굴곡이 있다. 올라가면 내려가고, 내려가면 올라간다. 한동안 멜로가 많이 나왔다. 지금은 남성 중심의 시스템 영화들이 많다. 정치 주기와 비슷하다고 본다. 보수정권의 시절에는 사회파 영화들이 많이 나왔다. 촛불 정국 이후에는 해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앞으로 지금보다 더 정서적인 영화들을 찾을 것 같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포문을 열었다고 생각한다.

[Y메이커] 곽재용 감독, '멜로 장인'의 우직한 한 우물파기

Q: 멜로 연출의 매력을 꼽자면?
곽: 멜로는 감정적이다. 시각보다 감성을 자극한다. 배우들의 진짜 감정이 나와야 한다. 감독과 배우의 감정 교류도 확실히 크다. 그 느낌이 관객에게 전달됐을 때의 카타르시스가 크다. 남성 중심 영화에는 그런 섬세함은 좀 없지 않은가. 감정을 사용하고, 그걸 전달하는 것이 멜로의 가장 큰 장점이다.

Q: 2003년 개봉한 '클래식'은 아직도 '멜로 영화의 표본'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당시의 손예진을 기억하자면?
곽: 곧 재개봉을 한다. 하하. 손예진은 그 당시 스스로에게 답답해했다. 연기가 잘 안된다고 걱정했다. 나는 그러지 말라고 했다. 그 모습 자체가 아름다웠다. 그것이 바로 '클래식'의 지혜였다. 만약에 손예진이 노숙한 연기를 했다면 어울리지 않았을 것이다.

Q: 당신에게 멜로란?
곽: 내가 타는 외줄이다. 다른 길은 없어진 것 같다.(웃음) 외줄 위에서 묘기를 부려야하는 것이 숙명이지 않을까.

[Y메이커] 곽재용 감독, '멜로 장인'의 우직한 한 우물파기

Q: 다른 장르에 대한 욕심은?
곽: 물론 있다. 만들고 싶다. 다만 '멜로 장인의 귀환'이라는 말까지 과분하게 듣는 요즘, 멜로라도 잘 해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Q: 영화감독을 꿈꾸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곽: 오지마라! 나의 경쟁자가 되지 마라.(웃음) 농담이다. 꿈을 버리지 않고 열심히 하면 이뤄진다. 정직하게 영화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성공 공식이 아니라 자기가 옳은 방향으로 밀고 가길 바란다. 요즘 감독들이 '미투' 가해자로 지목되는 걸 보면서 안타까웠다. 감독은 본인의 욕망을 채우는 자리가 아니다. 그런 사람들은 감독이 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직하게 만들기를 바란다.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 스톰픽쳐스코리아]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