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수첩] 며느리 시점에서 본 '이상한 나라', 정규行의 의미

[Y수첩] 며느리 시점에서 본 '이상한 나라', 정규行의 의미

2018.04.20. 오후 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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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수첩] 며느리 시점에서 본 '이상한 나라', 정규行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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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며느리'가 담고 있는 이야기가 특정한 누군가의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임을 느꼈다." (조남주 작가)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조남주 작가는 MBC 교양 파일럿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를 본 소감을 이와 같이 밝혔다. 조남주 작가는 최근 MBC 사보에 실린 <'이상한 나라'에서 '안' 이상한 며느리로 살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기고를 통해 "이런 이야기가 좀 더 많아지면 좋겠다. 오래 계속되면 좋겠다"며 바람을 전한 바 있다.

지난 12일 첫 방송된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대한민국의 치우친 가족 문화를 '전지적 며느리 시점'에서 관찰, 자연스럽게 대물림되고 있는 불공평한 강요와 억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프로그램이다. 3부작 파일럿으로 기획된 이 프로그램은 19일 2회 방송 이후, 정규 편성을 확정 지으며 뜨거운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파일럿 2회 만에 시청률 5%(닐슨코리아, 수도권 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화제성을 입증한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엔 불편함이 존재한다. 만삭의 몸으로 명절 전을 부치는 며느리의 모습, 그런 며느리에게 셋째 출산까지 강요하는 시댁 어른들의 모습은 대다수 시청자에게 불편함을 느끼게 만드는 상황이었다. 불합리하고, 선을 넘은 간섭임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손녀들의 옷 스타일부터 교육 문제까지 간섭하는 시어머니가 한 가정의 문제를 엄마이자 며느리에게만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은 누가 봐도 '이상하기만' 하다. 왜 자녀, 일, 가정의 문제가 부부 공동의 책임이 아닌 아내만의 책임이란 말인가.

[Y수첩] 며느리 시점에서 본 '이상한 나라', 정규行의 의미

특히 첫째를 제왕절개로 낳은 며느리에게 둘째는 자연 분만으로 출산할 것을 강권하는 시아버지의 모습은 이상함 그 이상의 충격을 안겼다. 출산 도중 자궁 파열의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연 분만이 아기 IQ에 좋다더라"며 며느리에게 부담을 주는 시아버지, 그 중간에서 '절충안'을 제시하는 남편의 태도는 "이래서 결혼 안 하고 싶다", "결혼 생각 싹 사라지는 프로그램"과 같은 댓글로 이어졌다.

이미 독립된 가정을 이룬 아들과 며느리의 삶에 간섭하는 것을 여전히 당연하다고 여기는 시부모의 모습과 독립적인 주체임에도 자기 생각을 똑바로 말하지 못하는 며느리,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남편의 모습을 TV를 통해 지켜보는 일은 너무나 불편하다. 불편함을 넘어 때론 불쾌하고, 때론 공감과 분노의 눈물이 차오르기도 한다.

TV 속에서만 벌어지는 '그 집안의 가정사'가 아닌 우리 할머니, 우리 엄마가 겪었거나 현재의 내가 겪고 있고 나아가 미래의 내가 겪을 지도 모를 '이상한 나라'의 일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제작사 스튜디오테이크원 박지아 본부장은 "전체적인 사회적 현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고, 상황 자체가 문제로 인식되길 바란다"며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를 강조한 바 있다.

소설 '82년생 김지영' 속 주인공 김지영 씨는 가정, 회사, 사회에서 겪는 불합리와 암묵적 차별에 침묵하고, 문제 제기하기를 포기했다. 하지만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더 보고 싶지 않다"는 일부 시청자들의 강한 반응에도 정규행을 결정지으며 다시 한번 목소리 내기를 선택했다.

보는 이들의 불편함과 분노에도 불구하고 이상한 것을 이상하다고 말하고, 인식하고, 함께 공감하며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고민한다는 데에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가 가진 의미가 있다. 2018년에 와서야 교양 방송을 통해 '이상한 나라'의 현실을 마주할 수 있다는 점도 유의미한 일이다.

YTN Star 김아연 기자 (withaykim@ytnplus.co.kr)
[사진출처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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