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이성민 "'바람x3' 속 제 역할, 신동엽이 했으면…"

[Y터뷰] 이성민 "'바람x3' 속 제 역할, 신동엽이 했으면…"

2018.04.14. 오전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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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이성민 "'바람x3' 속 제 역할, 신동엽이 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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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배우는 제 살을 잘라내는 직업이에요. 전 고기에 비유하곤 하는데…(웃음) 더 잘라줄 살이 없으면 바닥이 드러납니다. 그러면서도 관객은 늘 다채로운 맛과 부위를 요구해요. 끊임없이 새 살이 돋아나도록 노력하는게 배우의 자세죠."

배우 이성민의 소신은 간단하고도 분명했다. 연기자라면 작품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사명감, 그것이 없을 때 과감히 변화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 그런 측면에서 영화 '바람바람바람'은 그의 우직한 뚝심이 또 한 번 발현된 결과다.

[Y터뷰] 이성민 "'바람x3' 속 제 역할, 신동엽이 했으면…"

따지고 보면 늘 그랬다. 같은 얼굴보다는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선 그다. 알코올은 입에도 대지 못하는 그는 술과 일에 찌든 드라마 '미생' 속 영업 3부 오상식 과장을 완성했다. 영화 '로봇소리' 속 딸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버지에서 '검사외전' 속 권모술수를 일삼는 비열한 검사로 변신하는 건 한순간이었다. 굳어진 색깔보다 새로운 모습, 관객이 이성민을 찾는 이유기도 하다.

그런 그가 마성의 카사노바로 돌아왔다. '바람 바람 바람'을 통해서다. 영화는 늘 바람을 피우며 사는 남자, 늦바람이 난 또 다른 남자와 그의 아내, 그리고 이들 사이에 나타난 한 여자가 바람 부는 제주도를 무대로 벌이는 한 판의 소동을 그렸다. 그중에서도 이성민은 결혼 생활 중 바람을 피우지 않은 날이 없는 남편 석근 역을 맡았다.

이성민과 바람둥이 석근. 쉽게 그려지지 않은 조합이다. 그럼에도 이병헌 감독은 이성민이 해주길 바랐다. 인터뷰로 마주한 모습에서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능청스럽고 또 유머러스하게, 동시에 선을 넘지 않는 모습이 극 중 인물보다도, 영화 '바람 바람 바람'과 닮았다.

"석근에게는 제게 없는 부분이 많아요. 평소 뽐내거나 먼저 들이대는 스타일이 아닌데, 연기로 이를 경험한다는 게 흥미로웠죠. 또 후반부로 갈수록 이 친구가 과거를 극복해 나가잖아요. 그 부분 때문에 감독이 저를 캐스팅하지 않았을까요. 실제론 바람둥이와 거리가 멉니다. 아내에게 죽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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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22년 경력의 베테랑 배우도 낯선 이 인물을 연기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외모로 그 간극을 좁혀보려고 했단다. 구레나루와 수염에 까만 가죽 자켓을 입은 모습을 상상한 그에게 감독은 세련된 멋을 원했다. 특별한 롤모델은 없었지만 그때 그의 뇌리를 불현듯 스친 인물이 있었단다.

"'인생술집' 촬영하면서 신동엽 씨를 처음 봤어요. 만나는 순간, '이 분이 석근을 했으면 죽였겠다' 싶더라고요. 무엇보다 (동엽씨가) 영화의 웃음 코드를 좋아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코미디 영화인데 최고 코미디언의 칭찬을 받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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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바람'을 코미디 장르에 녹여냈다. 민감한 소재를 다룬 만큼 우려도 따랐다. 이를 의식한 듯 앞선 공식 석상에서 감독과 배우들은 "누가 이렇게 부정적인 것을 미화하려고 큰돈 들여 영화를 만들겠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이성민 역시 "불륜을 희화화하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영화는 잘 빠진 블랙코미디에요. 사회의 어두운 측면을 꺼내 웃음으로 털어내는 게 원래 코미디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마찬가지로 불륜을 현실적으로 다루는 것과 코미디로 다루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했습니다. 부패한 정치인을 희화화하거나 조선시대 양반 풍자극을 즐기듯 영화를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일까. 소재만큼 자극적이지 않은 점 역시 영화의 미덕이다. 그런데도 영화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이유에 대해 이성민은 "적나라하지 않지만 어른일 때 더욱 공감할 수 있는 코미디"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세대, 결혼 여부를 따라 다른 해석과 반응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지 않냐"면서 사람 좋게 웃었다.

"우스깨 소리지만 기혼자가 살을 20kg 빼면 집에서 의심해요. 미혼자들은 상대가 다이어트한다고 하면 좋아하잖아요. 하하. 이처럼 결혼 여부에 따라 다르게 다가오는 지점이 영화 속에 많아요. 논리보다는 정서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제 아내도 봤는데, '수위를 좀 더 세게 했어야지'라고 한마디 하던데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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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영화를 제외하고도 이성민은 '공작', '마약왕', '목격자'까지 무려 3편의 차기작 개봉을 앞두고 있다. "작년에 농사를 많이 지어서"라며 멋쩍게 웃는 그는 "부담되지만 작품을 할 때가 좋다"고 했다.

"첫 주연작인 '로봇, 소리' 때 참 힘들었어요. 누군가 돈을 투자해서 한 일이었는데 좋은 결과를 못 냈거든요. 이후 영화를 책임져야 하는 역할을 맡게 되면 부담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현장에 있을 때가 좋아요. 앞으로도 역할의 크고 작음을 신경 쓰지 않고 순리대로 가렵니다."

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사진제공 =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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