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소지섭 "아빠 연기? 51점...결혼 생각할 때"

[Y터뷰] 소지섭 "아빠 연기? 51점...결혼 생각할 때"

2018.03.24. 오전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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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소지섭 "아빠 연기? 51점...결혼 생각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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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이 왜 이렇게 빠졌냐"고 물었더니 "입금 후라서 그래요"라며 농담을 건넨다. 본인을 "재미없고, 어설프고, 엉성하다"고 말하지만, 함께 있는 사람을 편안하게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과묵했다. 자신의 말에 어떤 '양념'을 잘 치지도 못했다. 꾸밈없었다. 그래서 진정성이 느껴졌다. 배우 소지섭이다.

소지섭이 아빠로 돌아왔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감독 이장훈)를 통해서 말이다. 극중 소지섭은 아내 수아(손예진)가 세상을 떠난 뒤 홀로 아들 지호를 키우며 살아가는 우진 역을 통해 순수한 사랑을 간직한 인물을 부드럽게 표현했다. 사실 소지섭은 처음에 우진 역을 거절했다. 본인이 "아빠 아이를 연기하는 모습이 상상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머릿속으로 그려지지가 않았다"던 그지만 "그래도 놓치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선택했다"고 털어놨다.

[Y터뷰] 소지섭 "아빠 연기? 51점...결혼 생각할 때"

"사랑을 시작하기 전까지 오래 걸리고 서툰 편"이라던 소지섭은 자신과 우진이 '닮은꼴'이라고 말했다. 수영선수였다는 것도 닮았다. 우진은 서툴지만 한 여자만을 향한 깊은 순애보를 지녔다. 소지섭의 순수하지만 묵직한 감성 연기가 영화 속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한다.

'소간지'라는 별명이 말해주듯이 소지섭은 주로 카리스마 넘치고 남성적인 모습으로 어필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는 달랐다. 그는 "분위기를 잡으려고 잡은 건 아니었다. 상황이나 캐릭터가 그렇게 비춰졌던 면이 있었다"고 웃었다.

"혼자 끌고 가는 부분은 경험이 많아서 어렵지 않았어요.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축구랑 많이 비교했어요. 저보다 수아와 아들(김지환)이 골을 넣을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제 역할이었죠. 감정을 누른 편이었고, 마지막으로 수아에게 달려갈 때 우진의 감정을 터뜨렸어요. 감독님도 배우보다는 관객들이 슬펐으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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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예진이 먼저 캐스팅된 것에 대해서는 "안도감이 있었다. 워낙 멜로를 잘하는 배우"라면서 "기대도 있었고,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대중들 사이에서 소지섭과 손예진이 잘 어울리다보니 '사귀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를 알고 있었다던 소지섭은 "(감정을) 숨길 수는 없지 않나. 그럼 (열애설이) 나지 않을까"라고 웃었다.

"17년 전에 드라마로 만났지만 기억이 거의 없더라고요. 저도 신인이고, 예진씨도 신인이라서 서로를 신경 쓸 수가 없었던 거 같아요. 부부 연기를 할 때 어색하거나 불편한 것도 전혀 없었죠. 예진씨가 굉장히 잘했습니다. 멜로퀸 수식어가 계속 갈 거 같더라고요. 굉장히 완벽주의자에요. 준비도 많이 하고, 좋은 기운을 안기는 사람이더라고요."

[Y터뷰] 소지섭 "아빠 연기? 51점...결혼 생각할 때"

본인이 찍은 영화를 보면서 "운 적이 없었다"고 한 소지섭은 "초반부터 눈물이 쏟아졌다. 아이가 너무 불쌍했다. 부족한 아빠를 만나서 해줄 수 없는 상황이지 않았나"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아빠 연기에 대해 "다행히 51점은 줄 수 있을 것 같다"면서 "49와 51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절반만 넘어가도 성공에 가까워진다는 의미로 본다. 몇 개 걸리는 부분이 있었지만 괜찮았다"고 자평했다. 무엇보다 소지섭은 '지금 만나러 갑니다' 이후 "'결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군함도'때까지만 해도 결혼은 제 선택지에 없었던 거 같아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촬영 때 지환이랑 몸으로 많이 놀아줬거든요. 힘들더라고요. 물론 기분 좋은 힘듦이었죠.(웃음) 지금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도 늦었는데, 나이가 더 들어서 아이를 낳으면 '몸으로 부딪히면서 놀아줄 수 있을까?' 싶더라고요. 이젠 결혼을 생각해야죠."

이상형을 물었다. "이상형이 있지만 한 번도 맞는 친구와 만나지 못했다"고 한다. 이제는 "만나는 사람이 이상형일 거 같다"고 했다. 그는 "대화가 되고 차이가 크지 않았으면 좋겠다. 일방적인, 직진의 사랑을 많이 했는데, 이젠 같이 안아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Y터뷰] 소지섭 "아빠 연기? 51점...결혼 생각할 때"

수영 선수로 오랜 시간을 살았다. 한국체육대학교 특기생으로 학교를 다녔지만, 돈을 벌기 위해 "기숙사에서 짐을 싸고 도망나왔다"던 소지섭은 모델을 시작으로 배우가 됐다.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2004)로 연기의 재미를 느꼈다. '미안하다, 사랑한다'(2004)를 통해 연기를 잘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영화는 영화다'(2008)는 그가 다시 영화를 할 수 있게끔 힘을 실어줬다. 이 밖에도 다채로운 작품을 통해 필모그래피를 쌓아올렸다. 수많은 '인생 작품'이 그의 연기 인생을 말해준다. 이제 그에게는 또 다른 욕심이 있었다.

"주인공이 잘 이끌어줘야 해요. 그래야 모든 사람이 편안해요. 현장에서 말이 없는 편이었는데, 지금은 안 그러려고 하죠. 인상을 쓴 건 아니지만, 주연의 행동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지더라고요. 현재 저의 욕심은 함께했던 배우가 다음에 기회가 됐을 때 머뭇거리지 않고 바로 (작품을) 하고 싶은 배우가 되는 거예요. 무엇보다 저보다 같이 일했던 사람들이 더 잘 됐으면 합니다."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 피프티원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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